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전쟁과 농업] (1) 농업 기술로 본 20세기 요약_농업기술발전에 길들여진 인간
농업기술발전에 길들여진 인간
국제 통계 사이트 Worldometer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15일 오후 5시경에 세계 총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나무위키:세계인구 참고) 오른쪽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세계 인구는 1920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1935년 즈음이 되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전쟁과 농업』(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최연희 옮김, 따비)은 인구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대량의 식량 공급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농기계, 화학비료, 농약, 품종 개량을 꼽으며, 이를 ‘20세기의 인구 증가를 가능케 한 네 가지 기술’(25쪽)이라고 부르겠다고 한다. 먼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네 가지 농업기술(농기계, 화학비료, 농약, 품종 개량)에 대해 살펴보자.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건조기, 도정기 등과 같은 농기계는 품이 많이 들고 고된 농사일로부터 농민들의 노고를 줄여주었다. 기계가 그런 노동을 부담하게 되자 농민들의 삶은 편리해지고 수확량도 늘고 경작지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트랙터의 역사를 통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 바에 따르면 편의와 경작량 증가에 너무도 매력적이었던 트랙터는 1차 세계대전을 지나며 대량생산되며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농업에 편의와 경작량 증가라는 이점을 가져다준 반면, 농업의 기계화는 과거에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농업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했다. 농기계에 의존하면서부터 기계 없이는 농작이 불가능해지고 기계 구입이나 수리를 위해 바깥으로, 원거리로 나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한 트랙터 사용은 경작을 수월하게 하고 수확량을 늘렸을지는 몰라도 지력이나 토양의 영양은 약화시켰다.
과거에는 소나 말에 의존했던 농지 경작을 트랙터로 해결하게 있게 되자 소와 말의 분뇨가 아쉬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들의 배설물은 비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었는데, 더 이상 그들로부터 비료의 재료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확량의 증가에 따라 비료의 필요량이 증가하게 되자 비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위해 바닷새의 분화석인 구아노를 채취하는 등 세계 열강들의 각축이 벌어졌다. 이때 독일에서 공기 중의 질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공중 질소 고정법’이 발명되고 이를 통해 대량의 화학비료를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두 비료 회사 일본질소비료와 쇼와전공은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곳이다. 이 책의 저자 후지하라 다쓰시는 두 회사가 화학비료의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한 곳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과정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삶을 편리하고 빠르게 영위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있다고 꼬집고도 있다.
세 번째는 농약이다. 힘들여 지어온 농작물에 큰 피해를 안겨주는 해충과 잡초는 농민들의 골칫거리였고 이를 해결해준 농약을 농민들은 크게 반겼다. 하지만 농약은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철 카슨이 주장했듯이 해충이나 잡초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의 생명 전체를 향하고 있었다. 농약 또한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에서 농민을 해방시켜주었지만 그 폐해 속에도 놓이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품종개량은 어떠한가. 품종개량으로 인한 종자는 질과 맛이 좋은 먹거리를 식탁에 놓이게 해주었지만 반면, 농민들은 종자 회사의 손아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세계적인 종자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지략적 계획에 농민들은 그 회사의 종자를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오다 보니, 지금까지의 기술발전으로 인한 이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편리와 이익들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농사일을 직접 하지 않는 나도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세계 전체가 이 시스템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더 큰 힘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농업의 기술발전은 마치 인간이 그 밖에 서서 농업의 수확물을 최대로 이용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로 인해 인간의 삶 또한 변화하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저자가 ‘기술’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기술이란 인간이 자연을 개발할 대 사용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을 바꾸어놓기도 하는 것입니다.”(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