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 Ivan Dominic Illich
공생의 삶을 생각하다
[젠더] 6장 전기밥솥에는 젠더가 있을까?
작성자
덕후
작성일
2024-10-10 01:01
조회
64
지난 모임에서 도구도 젠더에 따라 구분된다는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선생님께서 우스개로 물었다. 젠더 구분이 사라진 우리 시대에 오히려 전기밥솥은 젠더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밥이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전기밥솥은 대부분 여자 목소리로 말한다. 만약 남자 목소리로 말한다면 남성 젠더라고 볼 수 있을까? 도구는 문화에 따라 젠더가 구분된다. 밥솥을 여성이 사용하는 문화에서는 여성의 도구가 될 것이고 주로 남성이 사용하는 문화라면 전기밥솥은 남성의 도구가 될 것이다.
<6장>에서는 어떤 새로운 도구가 생기면 처음에는 금기도 젠더 경계도 없이 사용되며 여러 손을 거치면서 젠더 경계가 가시화된다고 말한다. 자급자족 경제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변화’ 혹은 ‘문화적 발견’은 낯선 것을 젠더와 관련지어 길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의 전기밥솥은 젠더 없는 경제적 성에 의해 결합한 부부가 젠더 없는 단위인 ‘시공간(spime)’으로 나뉜 아파트에 보관하는 상품에 불과하다.
밥솥을 새로 접하게 된 문화에서라면 밥솥을 특정 젠더가 길들일 수 있다. 그래서 밥솥이 젠더 특성을 갖게 되면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젠더에게는 ‘파네’가 된다. 그것은 금기(터부)와는 다르고 젠더의 경계를 넘는 것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가능했는데, 특히 조롱이나 풍자 또는 분노를 푸는 방식으로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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