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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기술 인류학] 전쟁과 농업 / 기술의 성질

작성자
붱붱
작성일
2024-10-10 01:54
조회
90

기술 인류학 / 전쟁과 농업 / 24. 10. 10. / 붱붱


기술의 성질


『전쟁과 농업』은 전쟁과 농업의 놀랄만한 상호 관련을 밝혀주는 책이다. 작가 후지하라 다쓰시는 20세기 전쟁과 정치가 효율을 중시하는 먹거리 시스템인 농업의 구조에 뒷받침되어 실행되었다고 한다. 트렉터를 만들 때 사용한 기술과 같은 기술이 탱크를 만드는 데 쓰이고, 화학비료를 만들 때 사용한 기술과 같은 기술이 화약을 만들 때 쓰이는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이미 자리잡은 시스템에 의문을 품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진정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16) 알기 위해 불공정한 시스템, 즉 현재의 사회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마무리 강의까지 포함하여 총 6강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까지 2강까지를 읽었다. 1강에서는 우선 ‘농업 기술’에 대하여 살펴본다. 2강에서는 ‘전쟁 기술’에 대하여 살펴본다. 1강은 20세기 인구 증가를 가능케 한 네 가지 기술, 농기계, 화학비료, 농약, 품종 개량을 이야기하고, 2강에서는 1, 2차 세계대전의 커다란 무기였던 탱크, 화약, 독가스, 그리고 냉전 때의 원자력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1, 2강에서 “기술의 성질”(82)을 주목하려 한다고 말한다. 앞서 다룬 농업과 전쟁의 기술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제공하며, 그들이 오로지 ‘효율’로만 경쟁하게 만든다. 거리감을 획득한 사람들은 원자 폭탄으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되고, 효율이라는 가치만 내재하고서는 다른 사람들과 누가누가 더 잘 나가나 신경만 써도 된다.

역사책이나 매스컴에서 들려오는 전쟁에서부터 바로 내일 아침 내 입으로 들어갈 밥알을 만드는 농업에서까지, 기술은 똑같은 뿌리를 갖고 우리 일상에 속속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그 기술의 ‘성질’까지도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벼를 베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밟아버린 곤충들과, 이기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무시해버린 삶들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불공정한 시스템은 우리의 무관심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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