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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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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야생의 사고 이해하기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4-10-14 13:32
조회
125

마음 인류학 / 야생의 사고(1) / 2024.10.14 / 손유나

 

야생의 사고 이해하기

야쿠트족은 치통이 있을 땐 딱따구리 주둥이와 접촉한다. 현대 과학의 영향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미개하고 주술적인 행위로 보이지만 이 또한 과학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과학이란 실용성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사고와 과학 둘 다 질서를 찾아 구조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과 전략이 다르다. 현대 과학은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아 사건을 파악하고 자연을 여러 개의 차원을 구분하여 일부에만 결정론적 인과를 부여한다. 반면 야생의 과학은 야생의 과학은 감각적 직관을 이용하고 경험을 통해 구조를 도출한다. 그래서 야생의 사고로는 담배 기를 구운 고기와 구운 빵 질을 한 묶음으로 혹은 치즈, 맥주, 꿀을 한 묶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질소로, 후자는 디아세틸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인데 둘 다 인간의 감각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야생의 사고>를 읽으면서 맨 처음 부딪힌 어려움이 치통과 딱따구리의 연결을 어떻게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였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인 라듐을 노화를 막는 유익한 물질로 잘못 파악하여 라듐 화장품, 라듐 초콜릿을 판매가 1930년대에서야 금지된 역사를 생각하면, ‘과학적으로 증명된이라는 말에 너무 큰 신뢰를 부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대로 야생의 사고와 현대 과학은 구조화를 시도하는 와중에 올바른 배열과 (어쩌면 우연히) 부딪히게 되는데, 이 가능성이 과학이 조금 더 높을 뿐이다. 내가 야생의 사고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이유는 올바른 인과를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바른 배열이 다른 구조와 구분되는 점은 치통 해결과 같은 실용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올바른 배열을 파악한 것과 올바르지 않은 배열을 받아들인 것에 서로 구분되는 점은 무엇일까? 어차피 인간은 신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고 언제나 오류를 오가고 있는데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번져나갔던 화물신앙은 원시적이고 미개한 사고의 대표 사례가 되었고 나 역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위였다. 하지만 이 원주민들의 논리가 조금 이해가 되면서 올바른 배열이 아니라면 안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과학은 여러 개의 차원을 구분하고, 그중 일부에만 결정론적 형식을 부여하는 반면, 주술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결정론을 전제하기 때문에 주술처럼 느껴진다. 야생의 사고가 현대 과학이 그어놓은 차원을 넘어갈 수 있는 이유는 기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개념과는 달리 기호는 문화적인 요소가 개입하는 걸 허용하고, 때로는 장려한다. 개념은 무한한 것과 관계 맺을 수 있지만 이미지는 고정되어 함축성이 결여되어 있다. 기호는 이 중간에서 이미지와 연관이 있으면서도 지시 능력이 있어 일반화가 가능하고, “집합을 재구성하는 조작매체의 역할을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방식을 손재주꾼(브리꼴레르)의 것이라 설명한다. 예시로 나온 우편배달부 슈발씨는 우연히 얻게 돈 독특한 돌로 성을 건축한다. 엔지니어처 건축에 필요한 벽돌, 철골 등의 정확한 재료를 공수하고, 무언가 부족하면 구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손재주꾼 이편머물면서 주어진 재료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구조를 구축한다. 그래서 손재주꾼은 그 작품 속에 자신의 무언가를 남긴다. 반대로 과학은 가설과 이론으로 구조를 만들고, 사건과는 아무런 연결 없이 바깥 세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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