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한반도 the Korean Peninsula
[동물원 답사] 우리는 동물을 알고 있을까
마음인류학/동물원 답사/24.10.14/최옥현
우리는 동물을 알고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을 가면 항상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들었다. 동물 막사의 간판에 쓰여진 동물에 대한 정보를 설명해주면서 ‘신기하지?’라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이런 행동들이 아이들의 과학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미가 곤충처럼 보이지? 그런데 거미랑 곤충은 동물분류표에서 아주 거리가 멀어. 거미는 머리와 가슴이 하나이고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져 있어.’ 동물원의 쇠창살이 다 제거되고 수십 종의 동물과 한 공간에서 살게 된다면 이런 지식들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재규어가 고양이과에 속하든 말든, 우리는 재규어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재규어의 시선을 추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재규어를 인간처럼 생각하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우리의 삶과 죽음이 달려 있다.
지구에는 인간과 동물들과의 다양한 거리가 존재한다. 지난해 인문공간세종에서 방문한 홋카이도의 시레토코 반도는 곰이 사는 지역, 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역, 인간만이 다닐 수 있는 지역으로 분리해놓았다. 그곳은 불곰이 인간의 마을에 나타나면 불곰이 지나가도록 인간이 길을 비켜주는 일상의 윤리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숲은 생각한다』의 아빌라인들은 각종 공산품은 도시에서 구입하지만 식량은 수렵채집과 재배를 통해 조달한다. 이 책은 1990년대 에콰도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아빌라인들이 사는 마을 주변에도 큰 도로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깊은 야생의 숲이 아님에도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그들은 재규어와 먹고 먹히는 관계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간혹 재규어들은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역할도 한다. 아구티와 파카의 반쯤 먹다 남은 잔해들은 인간에게 주는 재규어의 선물이다. 아빌라인들은 끊임없이 동물들의 언어를 번역한다. 사냥감을 발견했다는 개의 짖음, 사냥감을 공격하는 또 다른 짖음, 상대에게 공격당하는 또 또 다른 짖음을 해석한다. 새소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들은 동물 타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일상에서 많은 동물 타자들과 소통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먹고 먹히고 있다.
반면에 동물원과 인간의 거리가 가장 가깝다. 동물원의 크고 작은 공간의 쇠창살 안에 동물들이 갇혀 있고, 인간들은 쇠창살의 내부를 제외한 장소에 갇혔다. 쇠창살이 있어 1-10m 반경에서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지만 그러한 관찰로 우리가 그 동물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그 동물들과 함께 사는 법을 모른다. 동물원은 한대, 온대, 열대의 동물들을 근거리에서 볼 수 있게 하지만 동물들은 백화점 쇼윈도우의 상품에 불가하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만두는 우리와 장난을 신나게 치다가 어쩌다 입에 머리카락이라도 들어가면 곧바로 돌변한다. 입 안에 먹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때부터는 우리는 개의 주인이 아니고, 개의 적이 된다. 개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입에서 뗄 수 없기에 물리지 않게 조심해서 머리카락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만두는 여러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먹을 것을 입에 물고 주인과 놀 수 없다. 먹을 것이 최우선 순위이고 그 다음이 주인이다. 이러한 개의 심리와 행동을 알고 나면 먹는 것과 놀이, 산책 등을 분리시키게 된다. 인간을 위협하니 무조건 분리, 단절의 쇠창살과 자물쇠가 아닌 동물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만나봐야 동물과 인간 간의 문화가 생길 텐데 점점 그 길은 요원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