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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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1)] 관계적 구조로 사고하다
241014_[야생의 사고(1)]_윤연주
관계적 구조로 사고하다
나는 나를 정의할 때 어느 종파의 몇 대손이며 누구의 자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이와 성별, 직업과 이름, 그리고 누구의 엄마로 나를 설명한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 하나의 독립된 항으로 나를 이해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에서 나오는 야만인이라 여겨지는 인디언들은 자신을 독립된 개체로 분류하지 않는다, 고유명사인 그들의 이름은 집단명의 일부분인 동시에 한 개인이 속한 씨족, 씨족 내에서의 계층, 그리고 그 계층 내에서의 위치를 표시한다(30쪽).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는 곰이다’라고 말할 때 그는 곰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곰이라는 개념을 통해 공동체에서 스스로의 지위와 역할을 나타낸다(26쪽). 단독항이 아니라 관계적으로 개체를 파악한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질서는 사물을 분류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원시인에게 사물을 분류하는 기초가 되는 방식이 토테미즘이다. 토템의 논리구조는 이항대립으로 이루어진다(26쪽). 높은 것과 낮은 것, 하늘과 땅, 매와 인간처럼 여러 수준에서 사물을 서로 대립항에 위치시켜 분석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종합시키는, 해체와 통합을 반복하면서 서로 더 이상 대립시킬 수 없을 때까지 분류하면서 세상을 이해한다.
분류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원시인은 사물의 속성을 ‘부단한 주의력’을 가지고 서로 차이 나는 특징들에 대해 ‘빈틈없이 관찰‘한다(51쪽). 필리핀의 하누노족은 그들의 주거 지역 식물의 93퍼센트를 인식하고 있으며, 조류를 75개의 범주로, 뱀은 12종류, 어류는 60종류 그리고 수많은 곤충은 108개의 명칭으로 분류한다고 한다(53쪽). 원시인들은 먹거리로 사용되는 동식물뿐 아니라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했다. 우리처럼 사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알고자 하는 게 아니라 원시인들은 우선 많이(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비로소 유용한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임증에 거미와 흰구더기를 연결시키고 치통에 딱따구리 주둥이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이것과 저것의 우주적 차원에서의 연결로 파악했다. 연관성 있는 것끼리 조직적으로 분류하면서 세상을 이해했다. 우리는 이런 연관성이 인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비과학적인 주술로 여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들소에게 받힌 불행이 생긴 것을 원시인은 자연이 부리는 마술로 본다. 들소가 달려가고 사람이 그 장소에 가는 것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들소가 달려가는 바로 그 순간 사람이 그곳에 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총체적 원인을 주술로 본다. 주술은 포괄적이고 전체적 양식으로 가능성을 작동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원인과 결과가 결정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만을 우리는 과학으로 취급한다. 주술은 과학이 될 가능성의 총체로 이미 구축된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으며 과학과 대립되지 않는 지식 습득의 방식이다(66쪽).
이러한 방식을 레비스트로스는 ‘손재주꾼’의 활동으로 설명한다. ‘손재주꾼’은 목적에 딱 맞는 도구나 재료를 사용하는 엔지니어와 달리 ‘손쉽게 갖고 있는 재료’와 있는 잡다한 도구를 사용하여 만든다. 따라서 ‘손재주꾼’에게 재료와 도구는 잠정적으로 사용되어 우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실제적이며 가능한 관계들의 집합’이다(71쪽). ‘손재주꾼’이 모아서 쓰는 부품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주어진 부품으로 만든 구조는 하나의 부품을 선택할 때마다 완전히 재구성된다. 엔지니어는 원하는 것의 그림을 그려놓고 작업하는 반면 ‘손재주꾼’은 정해진 그림이 없이 한정된 구조를내에서 다양한 가능성의 조합 중의 하나를 도출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