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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 과거로의 여행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10-16 17:29
조회
64

동화인류학/안데르센 동화전집4/24.10.17/최옥현

 

과거로의 여행

 

안데르센의 제자리

 

방탕한 영주가 생각하는 거위 치는 소녀의 제자리는 시궁창이다. 사냥개를 앞세운 영주는 거위 치는 소녀를 채찍질하며 다리 밖으로 내몬다. 소녀는 다리 주변에 있던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렸고 지나가던 행상인은 소녀가 연못에 빠지지 않게 구해준다. 행상인은 소녀 때문에 꺾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다시 자랄 수 있게 땅에 꽂고 돌아간다. 이 소녀와 행상인은 결혼하여 방탕하게 살아 몰락한 영주의 저택에서 귀족 신분(추밀원 고문관직)에 이를 정도로 훌륭하게 살았다.

영주의 저택이 망해갈 때 꺾어진 가지에서 자라난 버드나무는 무럭무럭 자랐으며 100년 후까지 생존하여 가문의 나무가 되었다. 버드나무의 큰 가지들 사이에는 풀과 꽃이 자라나고 나무딸기 덤불과 작은 마가목 나무도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 여러 생명을 키우는 어머니 같은 나무가 되었다. 버드나무 가지는 귀족만큼 고귀해진 소녀와 행상인의 초상화를 장식하게 된다.

이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작은 피리는 요술을 부리는데 버드나무가 생각하는 사람들의 제자리를 알려준다. 각자의 제자리는 이러하다. 행상인의 아들인 남작은 작은 오두막집, 남작의 마부는 신분 높은 하인들의 사이, 남작의 딸과 가정교사인 목사 아들은 식탁 끝 상석,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초상화를 훼손한 남작의 아들은 닭장이다. 하인들의 숙소에 있던 소녀와 행상인의 초상화는 거대한 홀에 걸리게 된다.

자신의 조부모가 행상인이었고 맨발로 다니는 거위치기였음을 부끄러워하고 선조의 초상화를 훼손하는 남작의 아들은 인간의 집에 머물 존재가 못 된다. 그에 반해 남작의 딸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성경에서 읽은 늙은 족장같이 생긴 노인과 하녀들과 함께 앉아서 바느질하고 실을 잦는 증조 할머니로 떠올린다. 남작의 아들은 자신의 조부를 출신 직업으로 바라보지만, 남작의 딸은 할아버지는 족장처럼 지혜롭고 할머니는 낮은 하녀들과 함께하는 겸손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남작의 딸은 버드나무를 사랑하고 버드나무에 얽힌 가문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한다. 영원과 불멸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남작의 딸을 안데르센은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홀에 걸리는 초상화오래된 묘비의 돌로 된 묘비와 같다. 초상화와 묘비는 조상의 이야기가 손자들에게 전해지는 통로이다. 천년 후에는의 작품 안에는 미국인들이 유럽으로 건너와 과거의 업적이 새겨진 훌륭한 기념비를 보며 감탄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안데르센은 이야기의 통로가 견고하고 변치 않길 바란다. 요정과 식료품장수에서 요정은 이웃에 불이 나자 그 집에서 가장 값진 보물인 신기한 책을 자신의 붉은 고깔 모자에 넣어 보호한다. 선민샘은 안데르센이 무덤이 아닌 묘비를 말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영원과 불멸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신다.

곳의

 

모든 것은 제자리에!속의 버드나무 가지가 신통한 이유는 위험에 빠진 소녀가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렸고 거기에 매달린 소녀를 행상인이 구했다는 사건 속에 버드나무 가지가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안데르센 동화의 곳곳에 과거 그곳의 그것이 중요시된다. 과거 기억을 품은 바로 그 사물이 중요하다. 그곳의 그것은 변치 않는 기억의 단편이다. 이 사물들은 수동적인 긴 여행을 하고 여행의 끝은 항상 출발지이고 과거의 기억이다. 여행을 하지만 이들은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

꿋꿋한 장난감 병정속 장난감 병정은 길거리로 떨어져, 종이배를 타고 하수구로 들어가게 되고, 물고기에게 먹혀 물고기 뱃속에 있다가, 생선 파는 시장에서 요리사 아줌마 손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결국 도달하는 곳은 장난감 병정이 원래 있던 집이고 오래도록 짝사랑하던 무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장난감 병정의 제자리는 무희가 있는 집일까. 낡은 집에 사는 노인에게 이웃의 소년은 장난감 병정을 선물한다. 노인이 죽고 노인의 낡은 집이 새 집으로 고쳐지고 성장한 소년은 이 집으로 이사오는데 자신이 노인에게 선물한 장난감 병정을 그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성인이 된 소년조차도 장난감 병정인지 헷갈려 하는데 소년의 부인이 장난감 병정이라고 생각하고 장난감 병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병 주둥이는 항해사와 피혁공 딸의 숲 속 약혼식에 있던 병이었는데, 배에 실린 약병이 되었다가, 난파된 배의 사연이 적힌 쪽지를 담은 병이었다가, 외국의 어느 나라를 표류했다가, 기구에 탄 조종사의 건배주를 담았다가, 결국 병 주둥이만 남아 피혁공의 딸 집으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병 주둥이도 피혁공의 딸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병 주둥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브와 어린 크리스티나도 과거를 향해 있다. 이브가 사랑하던 크리스티나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파산하고 결국 죽게 되는데 엄마와 아빠를 잃은 크리스티나의 분신인 그녀의 딸을 이브가 키운다는 내용이다. 병 주둥이이브와 어린 크리스티나의 주인공 모두 과거를 향해 있고 과거를 붙잡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인연은 왜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들이 새로운 인연을 찾을 생각 없이 과거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안데르센은 변치 않는 무엇을 과거 속에서 찾고 과거를 박제하고 고정하며 과거가 이야기 속에서 부활하여 자손들에게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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