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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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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1) 후기_주술, 사려 깊은 원주민의 사고법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10-19 10:36
조회
38

주술, 사려 깊은 원주민의 사고법

 

서구인들의 편견에 의하면 원주민은 경제적, 본능적 욕구에만 충실한 존재로 그들은 주술적이며 비과학적, 비논리적이다. 원주민의 언어는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명칭은 있어도 그것을 범주로 묶는 추상명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도의 지적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에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추상적 언어의 사용은 지적 능력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 지니고 있는 관심의 차이에서 온다고 말한다. 우리가 원시적이라고 일컫는 원주민의 사고는 우주에 원초적 질서를 부여하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과학과 동일하지만, 주술은 지각이나 상상력의 차원까지 포괄하는 감각적 직관에 가까운 데 반해 과학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목적을 둔다는 차이가 있는 지식 습득의 두 가지 양식일 뿐이다.

이에 레비 스트로스는 여러 개의 차원을 구분하고 그 중 일부에만 결정론적 형식을 부여하는 근대 과학에 비해 주술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결정론을 전제하는 그 자체로 훌륭히 구축된 하나의 논리 체계라고 주장한다. 원주민들은 그들의 주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직접적으로 쓸모가 없는 동식물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관찰하고 끊임없이 연구했다. 원주민들은 엄청난 수의 식물, 조류, 짐승, 곤충의 종류를 식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습관과 행동 등 생물학적 환경에 정통해 있었다. 철저한 관찰과 분류를 바탕으로 한 원주민의 고도로 체계화된 지식은 경제적인 효용 가치나 실용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원주민들은 이러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효용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부터 효용 가치를 만들고, 유독 성분의 열매나 뿌리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쓸모가 없는 식물과 동물을 약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몇 세기에 걸친 수많은 관찰과 실험, 검증을 거친 과학적 전통의 계승자였다.

어느 사려 깊은 원주민은 모든 성스러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레비스트로스, 안정남 옮김, 야생의 사고(한길사), 62: 재인용)고 말한다. 레비 스트로스에 의하면 이는 성스러운 것들은 그들에게 부여된 자리를 지킴으로써 우주의 질서 유지에 공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포니 인디언의 하코족은 냇물을 건너면서 기도문을 외운다. 이때 발을 물 속에 담글 때, 발을 옮길 때, 발이 완전히 물 속에 잠겼을 때 해당하는 기도가 다른데, 이는 모든 물건 속에 영이 살아 있다고 여기며 각각의 상황에서 새로 마주치는 모든 것에 주목하도록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존재· 사물 혹은 특징에 맞게 위치를 부여하는 이러한 세밀한 재배치는 그것들을 성스럽게 만드는 정교한 의식의 과정들이다. 새롭게 마주치는 모든 존재와 사물 혹은 특징의 위치를 존중하기 위해 구조의 배열을 달리하며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으려는 원주민들의 주술과 의례는 자연의 일부로써 우주적 질서를 따르려는 원주민의 성스럽고 사려 깊은 사고법이다.

 

 

 

 

 

전체 1

  • 2024-10-19 15:23

    원주민의 사고가 궁금했는데 보나샘 덕분에 잘 정리하였습니다. 마주치는 모든 순간을 매번 다른 기도로서 주목하는 영성이 넘치는 분들이십니다.
    원주민의 사고 –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명칭은 있지만 추상명사는 없다(이것은 지적인 차이가 아니라 관심의 차이이다), 지각이나 상상력까지 포함하는 감각적 직관이다, 주술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결정론을 전제하는 그 자체로 훌륭히 구축된 하나의 논리 체계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쓸모없는 것들에도 대한 관심을 둔다, 자연의 일부로써 우주적 질서를 따르려는 사고법이다
    과학 – 지각이나 상상력의 차원까지 포괄하는 감각적 직관을 벗어나는데 목적을 두었다, 경제적 효용이나 실용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 여러 개의 차원 중에서 일부에만 결정론적 형식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