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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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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2) 제 5장 범주, 원소, 종, 수

작성자
조재영
작성일
2024-10-21 15:42
조회
30

우주, 잇따른 대립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연속체

 

 

 

토테미즘이라는 도구

레비 스트로스는 보어스의 문제제기로 5장을 시작한다. 보어스는 신화적 사고에서 본질적인 문제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동물이나 천체, 그 밖의 자연현상과 결부되어 즐겨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211) 이는 신화적 사고에서는 왜 토테미즘 즉 인간의 자연화가 중요한지 아는 일이기도 하다.

레비 스트로스는 토테미즘 아래 신앙, 관습이 사회집단과 자연영역 사이에 실재적 관계가 있다거나, 거기에 기초해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사회나 자연을 하나의 조직된 전체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분류도식을 만들고 이 분류도식에 신앙, 관습을 결부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분류도식들 간의 구별은 분류의 수준 문제가 아니라 선호의 문제로 귀결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수준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조절장치가 있는냐의 여부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조절해간다는 것은 그렇게 조절해야 하는 구심점, 혹은 초점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분류도식에 왜 자연을 도구로, 모델로 삼는가? 레비 스트로스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종에서 그 성원을 성격을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동물종은 서로 분명하게 개별화된 성격을 가지므로 이야기 중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나누어 맡기가 쉽기”(212) 때문이라는 견해에 대해 보어스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보어스는 동물종의 비연속적 대립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인 듯하다. 나아가 생물학적 종의 자연적 변별성이 인간에게 직접적인 모델을 부여한다기보다 그 변별성을 통해서 다른 여러 변별체계들을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한다.

레비 스트로스는 보어스의 문제제기에 대해 일찍이 답을 내리는데, ‘결국 동식물의 분류체계가 다른 체계보다 빈번하게 또 즐겨 쓰이는 것은 분류 형식의 양극, 즉 범주와 개체로부터 논리적으로 등거리인 중간 위치에 있기 때문’(213)이라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종은 각기 다른 개체의 모임이지만 멀리서 다른 종들과 대비하고 본다면 체계를 이루며 하나로 묶여진다. 그렇다고 의 개념이 각각의 영역으로 구분, 분리되어 그 한계 내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가 말하는 미개사회에서는 분류의 여러 수준 사이에 정확한 구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각 수준을 연속적 이행의 한 단계 혹은 한 시기로 보았다.

 

연속적 이분법

이들의 동물학적, 식물학적 분류를 보면 동물과 식물을 서로 다른 분야로 파악하지 않고 이들을 총괄적이고 역동적인 하나의 분류법의 총체적 일부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분류법의 구조는 연속적인 이분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히 동질적이고 통일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레비 스트로스는 말한다.

이 분류법의 특징의 결과로 드러나는 것은 우선, 종에서 범주로의 이행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며 또 체계와 어휘 사이에서 어떤 모순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분류법으로 이해되는 우주는 잇따른 대립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연속체의 모습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오세지족의 의례전집을 언급하며, 이들의 분류법에는 동물과 식물 등의 구체적 분류매체와 수, 방향, 방위와 같은 추상적 분류 매체간의 상호 전환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 분류매체는 관념을 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논리상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 또는 어떤 모순이 극복되었다는 것을 감각적인 모양으로 증명할 수도 있다.(220) 오세지족에서 모카신을 만들 때 신발의 주인이 복잡한 의례를 행한다. 문화적 산물인 모카신은 그것을 신고 다니는 자가 악의풀을 짓밟음으로써 그것과 대립한다. 모카신은 발아래서 적을 무찌르는 전사에 대응한다. 그러나 동시에 오세지족에서 전사는 땅의 반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서 모카신은 개별적 상징성에서는 땅에 반하지만, 전체적 상징성에서는 땅에 일치하는 모순을 가지게 된다. 해서, ‘의례가 등장한다. 고도로 의례화된 제조기술은 이 같은 모순과 불안전성을 가볍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오세지족의 대립체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이들은 가장 중요하고도 단순한 대립은 하늘 와 땅인 ’, 두 반족의 대립이다. 그리고 이 대립은 다시 하부의 대립들을 만들어 가는데, 예컨대 땅인 는 다시 마른 땅 와 물 로 나뉘는 식이다. 이렇게 더 점점 더 복잡한 체계가 만들어진다. 이 체계에서 가장 먼저 기초를 이루는 것은 방위이다. 하늘과 땅이 북과 남으로, 땅과 물은 동과 서로 대립한다. 다음으로는 숫자이다. 짝수와 홀수가 대립하는데 예컨대 숫자 6은 하늘의 반족에, 숫자 7은 땅의 반족에 속한다. 그리고 이 짝수와 홀수를 더한 13은 우주적으로는 태양광선(태양)의 수이며, 사회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전사가 헤어보는 공적의 숫자다.

 

토템 조작매체

오세지족을 비롯해서,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부족들의 많은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동물, 천체 등은 어떤 생물학적 실체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종이 갖는 이중성, 즉 하나의 체계이면서 종에 속하는 하나의 개체라는 것에 의해 동물은 개념적 도구가 되며 그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공시성과 통시성, 구체와 추상, 자연과 문화 사이에 위치하는 어떤 것도 해체하고 또 재통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연속적 이분법으로 동물, 자연, 종을 해체하고 통합하여 어떤 체계를 만드는 과정은 꽤 복잡해 보인다. 레비 스트로스는 토템 조작매체’(233)로 분류표를 지칭한다. 이 표는 물개, , 독수리를 각기 다른 종으로 분류한다. 물론 이 표는 각 종의 개체도 포함한다. 물개1, 물개2, 물개3… 그리고 이 동물들은 각각 머리, , 발 등의 부분으로 분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부분들은 먼저 종으로 묶여지고, 즉 물개 머리, 물개 목, 물개 발또다시 부분의 형태들로도 묶여진다. 모든 머리들, 모든 목들, 모든 발들…. 마지막에 이렇게 묶은 것을 또 다시 묶으면 개체의 모델이 완전히 처음과 같이 일체화한 모습으로 재구성된다. 이렇게 해서 일종의 개념 조작 장치가 구성되고, 이 장치를 사용해서 다수성에서 단일성이, 단일성에서 다수성이, 동일성에서 다양성이, 다양성에서 동일성이 여과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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