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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6장 남동 알래스카와 혹등고래(1/2)

작성자
덕후
작성일
2024-10-21 16:12
조회
16

안녕하세요!

일본어 강독팀(매주 월 오후 4-6)은 호시노 미치오의 魔法のことば自然 읽었습니다.

호시노 미치오는 우연히 보게 된 알래스카 마을의 사진 한 장을 통해 알래스카에 가게 되고, 그곳에 매료되어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과는 다른 또 하나의 소중한 자연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평생 가 볼 수 없다고 해도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소중하다는 것이지요.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만나는 자연의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야생이란 어떤 것일지 함께 들어가 보시죠!

아래는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魔法のことば自然

 

목차

 

서문 / 호시노 나오코(星野直子)

1장 졸업하는 너에게

2장 알래스카에 매료되어

3장 순환하는 계절과 살아가는 사람들

4장 진정한 야생

5장 오로라 아래에서

6장 남동 알래스카와 혹등고래

7장 아무도 없는 숲에서

8장 두 개의 시간, 두 개의 자연

9장 백 년 후의 풍경

10장 인디언들의 기도

 

 


 

 

6장 남동 알래스카와 혹등고래

 

199449, 4회 국제 돌고래 고래회의 에노시마() 포럼에서 행한 강연. 강연 제목은 남동 알래스카와 혹등고래.

 

저는 지난 15년간 알래스카에서 야생동물을 중심으로 한 알래스카의 자연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어떤 형태로 자연이라는 것을 의식했었는지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로 먼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등학교 시절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아직 자연이라든가 그런 것을 의식했던 것은 아니고 그저 보통의 아이였던 때, 영화를 좋아해서 근처 영화관에서 세 편 연속 상영의 칼싸움 영화를 즐겨 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다른 영화를 봤습니다. 치코와 상어(チコと)라는 영화에서 남쪽 바다의 타이티섬을 무대로 한 원주민 소년과 상어의 이야기였는데, 그 영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치코와 상어라는 영화는 처음으로 자연을 무대로 촬영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고 생각되는데, 그때 바다의 푸르름이 아이의 마음에도 매우 충격적이어서 정말 이런 자연이 이 세상에 있을까라는 그런 감동을 받았던 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리고나서 다음으로 자연은 정말로 재미있다고 의식한 것은, 지금 되돌아보면 고등학생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홋카이도에 대한 동경이 너무 강해서, 왜인지 알 수 없으면서도 북쪽의 자연이 너무 좋았습니다. 당시 홋카이도는 매우 멀어서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동경의 땅이었지요. 그래서 여러 홋카이도 이야기 등을 읽고 있는 사이에, 홋카이도에 있는 곰이 머릿속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서 도쿄에서 학교생활을 보내며 전철을 타고 있을 때도 문득 홋카이도의 곰에 관하여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매일, 일상을 살아갈 때 같은 일본에서 불곰이 살고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해서,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것인데요, 그 당시 아직 열대여섯 살 정도의 저에게는 문득 어떤 순간에 일상생활 속에서 홋카이도의 곰에 관한 것이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죠. 제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때 홋카이도에서 지금 이 순간에 불곰이 산을 걷고 있고, 어쩌면 쓰러진 나무를 타고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든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정말 끝이 없지요. 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존재가 같은 시간을 동시에 살고 있다는 신기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4, 5년에 걸쳐 남동 알래스카의 자연을 주제로 찍고 있습니다. 몇 년인가 전에 남동 알래스카를 여행하고 있을 때, 거기는 빙하와 숲으로 덮인 땅으로 매년 여름이 되면 혹등고래가 하와이에서 돌아옵니다. 저는 그해는 혹등고래의 촬영으로 계속 배를 타고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지인인 일본 편집자가 왔던 것입니다. 매우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겨우 일주일이었지만 휴가를 내어 함께 보트로 여행을 했습니다. 매일매일 혹등고래를 찾으면서 남동알래스카의 바다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인데, 어느날 혹등고래의 작은 무리와 마주쳐서 하루종일 쭉 함께 지냈던 것입니다. 해질녘이 되어도 한 마리의 혹등고래 뒤에서 우리는 느긋하게 배로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그 혹등고래가 어떤 조짐도 없이 튀어오르고 정말 멋진 브리칭(breaching)이었는데요, 튀어올랐다 이내 바다로 떨어져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그것뿐이었는데요, 일본으로 귀국한 그 지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그는 그 여행에서 좋았던 것은 역시 혹등고래가 튀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자신이 도쿄에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을 때 문득 지금 이 순간에 역시 혹등고래가 알래스카 바다에서 튀어오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대단히 기쁘다고 말하는 것이죠. 즉 혹등고래가 튀어오르는 순간을 본 것으로 일상의 바쁜 생활 중에서 알래스카 바다와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동일한 시간을 살고 있고 여러 가지 존재가 동일한 시간을 살고 있는 신기함에 그는 감동했구나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고등학생 무렵에 자연이라고 하는 것은 어쩐지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했고 홋카이도의 불곰을 생각하고 있던 저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그 편지를 흥미롭게 읽었다는 것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금 이야기가 어긋나 버렸습니다만 이번 돌고래·고래 회의에 나가기 위해 5일쯤 전에 알래스카를 나왔는데 앵커리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누군가가 탁탁 어깨를 두들겼습니다. 누구일까 하고 돌아보니 에스키모 젊은이가 싱글벙글하면서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런, 어디선가 봤던 적이 있었나하고 생각하니 십 년 정도 전에 제가 포인트호프라는 마을에 고래잡이 하러 갔던 때에 만났던 아이였습니다. 아직 그 무렵은 정말로 어린 소년이었지요. 그래서 10년 만의 재회였기 때문에 반가워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침 지금은 4월이어서 포인트호프의 마을에서는 슬슬 고래잡이 계절이 시작됩니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그와 그 이야기를 하고 이번의 돌고래·고래 회의에 나간다는 것과 그 우연이 겹쳐서 매우 신비한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알래스카의 자연을 여러 가지 주제로 찍고 있는데 고래라는 것을 생각했던 때에는 항상 두 개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하나는 지난 4~5년간 찍고 있는 남동 알래스카의 자연입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곳은 빙하와 원생림으로 뒤덮인 매우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피오르 바다에 수많은 섬이 흩어져있고 혹등고래가 먹이를 얻기 위해 매년 여름에 돌아옵니다. 그것은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세계인 것이지요. 그것이 하나로, 알래스카에서 고래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세계입니다. 또 하나는 앞에서 말했던 에스키모인들의 고래잡이에 관한 것입니다. 거기에서 맨 먼저 제가 처음으로 고래를 보았던 에스키모의 고래잡이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에스키모의 고래잡이에 참가했던 것은 1983년입니다. 포인트호프라는 북극권에 들어와 있는 작은 마을에 알래스카 에스키모의 고래잡이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것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알래스카로 왔던 것은 십대였는데 그때는 해안에 있는 에스키모의 마을로 들어가 그 마을의 가족과 온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최초의 알래스카였으니까 자신과 알래스카의 관계를 생각할 때 아무리 해도 거기에 살고 있는 알래스카 선주민의 삶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알래스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선주민 사람들이 어떤 자연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그런 것에 매우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선주민을 바꿔말하면 수렵민이라는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고래잡이를 갔을 때 아직 고래가 오기 전부터 계속 얼음 위에서 캠프를 하고 있는데 4월이 되면 맨 먼저 물집오리라는 오리가 남쪽으로부터 건너옵니다. 매일매일 고래를 기다리면서 얼음 위에서 캠프를 하고 있고 최초의 철새가 남쪽으로부터 많이 건너오면 정말 흥분하는 것이지요. 저는 물집오리가 무리를 이루어 계속 북쪽을 향해 가는 장면을 감동해서 보고 있었는데 함께 있었던 동료 에스키모인들은 어땠냐 하면 그들은 계속 그것을 입맛을 다시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그들은 최초의 철새를 먹고 싶어서 먹고 싶어서 어쩔 수 없었던 거네요. 에스키모가 만드는 물집오리 스프는 오리 스프라고해서 아주 맛있습니다. 얼음 옆에 숨으면서 머리 위를 넘어가는 물집오리 무리를 계속 보고 있는 것인데 에스키모는 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철새 장면을 봄을 알리는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는데 그렇지만 옆에 있는 그들에게는 저녁 식사의 반찬인 셈입니다. 즉 계속 한겨울을 보낸 후의 첫 철새이기 때문에 먹고 싶어서 먹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때 그 장면을 소위 버드워칭적으로 보고 있는 저의 감정과 그들의 감정과의 갭이라는 것을 상당히 느꼈지요. 다만 그 한편으로 그건 어딘가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지요.

  그것을 정말로 느낀 것은, 에스키모의 고래잡이에 참가했을 때였지요. 에스키모의 고래잡이는 좀처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래잡이라는 것은 신성한 것으로, 좀처럼 외부 사람을 넣어주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같은 에스키모 마을의 여성이라도 함께 갈 수 없었을 정도로 신성한 사냥이지요. 그래서 저는 알래스카에 가고서 4년째에 처음으로 고래잡이에 함께 갈 수 있었지요. 그들의 고래잡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상당히 강했지요. 고래잡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면, 4월부터 5월 까지 베링해에서 북극해에 걸쳐서, 얼음이 조금씩 조류나 바람의 관계로 녹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리드라는 작은 바다가 나타납니다. 즉 얼음이 벌어져 생긴 작은 균열이 여러 곳에 생기기 시작하고, 고래가 그 리드를 따라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에스키모는 그 리드에 따라 고래잡이의 캠프를 치는 것이지요. 제가 갔던 포인트호프에는 전부 15척 정도의 우미악이 있습니다. 우미악이라는 것은 대체로 6, 7마리 정도의 턱수염 바다표범의 가죽을 벗겨 만드는 예부터 내려오는 스킨 보트로 그것을 저어서 고래를 쫓는 것이지요. 우미악을 가진 사람은 마을 장로이며, 그 밑에 젊은이들이 함께 일하며 고래를 쫓습니다.

고래잡이에서는 리드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그 작은 바다가 없으면, 그들은 고래를 잡을 수 없습니다. 예컨대 리드가 너무 커 버리면 그들은 우미악을 손으로 저어 고래를 쫓기 때문에 고래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리드가 너무 작으면 작살을 던져도 고래는 얼음 밑으로 도망쳐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고래잡이에 적합한 리드가 열리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거지요. 제가 갔던 해는, 고래잡이에 적합한 리드가 좀처럼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4월 초 무렵부터 마을을 떠나, 리드를 따라 캠프를 차립니다. 15개의 캠프가 리드를 따라 대략 150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줄을 서는 거지요. 그래서 리드가 열릴 때까지 어쨌든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리드를 따라 커다란 빙산이 많이 있는데, 큰 빙산 위에서라면 딱 전망이 좋아서 고래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빙산 위에 사람들이 모여 매일 고래를 기다리는 생활인 것이죠.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이주일이 지나도 좋은 리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먼 바다 쪽에서 고래가 물을 뿜으며 점점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기까지 갈 수 없었습니다. 리드가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올해 고래잡이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이 점점 캠프로 확산되었지요. 포인트호프 마을은 봄 고래잡이에 크게 의존하는 마을로 고래를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큰일입니다. 그러나 이주가 지나고, 삼주가 지나고 고래잡이 시즌은 끝에 가까워졌습니다. 고래는 5월이 되어도 6월이 되어도 점점 남쪽에서 위로 올라오지요. 그런데 5, 6월이 되면 바로 얼음이 없어져 버려서 광대한 베링해와 북극해가 넓어질 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우미악을 저으면서 고래를 쫓는 일은 완전히 불가능해져 버립니다. 즉 얼음과 바다와의 균형 위에서 에스키모의 고래잡이라는 것은 살아나는 것입니다.

저도 유빙 위에서 매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고래를 기다렸는데, 그것은 제게 매우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으며,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젊은이가 연장자와 자주 상담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고래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인가와 같은 것을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그런 이유로 연장자 가운데 매우 사이좋게 되었던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마이라라는 이름인 것인데 그녀와는 매우 마음이 맞아서 매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마이라는 어쨌든 젊은이들에게 빨리 고래를 잡아 주었으면 한다, 막탁을 먹고 싶다, 먹고 싶다하고 매일 말하고 있는 것이죠. 막탁이라는 것은 고래의 표피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섬세함이 있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마이라는 그때 70대 중반이었는데 정말 오래전, 에스키모가 에스키모였던 세대 사람이었던 것이에요. 마이라와 매일 이야기하면 그녀가 점점 침울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컨대 고래잡이의 시즌이 끝나가고 있는데 아직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그런 불안이 있어서 기운이 없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의 젊은이가 전령을 갖고 달려 온 것이에요. 고래가 잡혔다고. 마을의 어느 크루가 먼 곳에서 고래를 잡았다고 하는 전령을 갖고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 뉴스가 전해졌을 때, 캠프는 술렁이게 되었고, 이제 모두가 함께 우미악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지요. 어딘가의 크루가 고래를 잡아도 그 크루가 우미악을 저어서 한 마리의 북극고래, 소위 참고래를 끌고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고래를 잡으면 다른 크루가 우미악을 타고 앞 다투어 그 곳으로 급히 가는 것입니다. 고래의 고기는 누가 잡아도 마을사람 전원에게 나뉘어지지만 어느 부분을 나누어 받을지는 도착한 순서에 따라 결정됩니다. 모두 빨리 가서 가장 맛있는 곳을 먹고 싶기 때문에 앞 다투어 그 캠프의 우미악이 전부 나가버리는 것이죠. 저는 그때 정말 흥분해버려서 어쨌든 잠시 지나면 모두가 고래를 끌고 노를 저어 돌아오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해서 저의 캠프로 달려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달려가면서 눈물이 나오고 나와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울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고작 몇 주간이었습니다만 그들과 함께 고래를 기다렸던 생각이 어딘가에 겹쳐지고 마이라의 기분이랄까 그런 것이 하나로 합쳐져 달려가면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저의 캠프에 돌아가서 카메라를 들고 유빙으로 돌아가니 모두가 이미 바다로 나가버렸던 것입니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노래가 들려왔어요. 대체 누가 노래하고 있지 하고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커다란 유빙 위를 보니 마이라가 바다를 향해서 정말 조용한 억양으로 노래하면서 춤추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누구 한 사람도 없는데 바다를 향해 춤추고 있어서 제가 접근해 가도 마이라는 이미 저의 존재 따위 잊은 것입니다. 혼자서 황홀상태가 되어 눈물을 흘리며 바다를 향해 춤추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도 저의 15년 간 알래스카에 있던 중에 역시 가장 강하게 인상이 남아 있는 장면인 것이죠. 제가 알래스카에서 고래에 관해서 생각할 때 지금도 우선 처음으로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잠시 후에 15척의 우미악이 저쪽으로부터 계속 향해왔습니다. 우미악 옆을 노로 두드리면서 바다코끼리 울음소리를 모방한 발성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흥분상태였습니다. 고래가 가장 뒤에 끌려서 돌아와서 마을 사람들 전원이 빙판 위로 들어 올려서 그래서 해체가 시작되지요. 저는 불과 한 시간 전까지 북극의 바다를 헤엄쳤던 고래가 눈앞의 얼음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고래의 신체를 찰딱 두드리거나 쓰다듬기도 하면서 매우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해체가 시작되나 생각하고 있었더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고래 주위에 모여서 마을의 장로가 리드하면서 기도가 시작되었지요. 그 기도가 끝난 후 고래의 해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고래의 해체를 보고 있을 때 저는 한 마리의 고래가 이런 식으로 해체돼 가는구나 하고 흥미 깊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해체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정해져 있어서 그것은 연장자의 지시가 없으면 젊은이는 잘할 수 없지요. 해체하는 것은 고래를 쏘아서 잡았던 젊은 크루가 고래 위로 올라타서 해체해나가는 건데 주위에 반드시 연장자가 있어 지시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때 강하게 생각했던 것은 알래스카 에스키모의 삶, 정신세계라는 것이 대단히 크게 변하는 중이어서 그들이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중이어서 대단히 불안한 과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고래잡이에서 보았던 젊은이의 얼굴은 정말로 빛나고 있었지요. 이것이 정말로 같은,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에스키모 젊은이일까 싶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장자가 대단히 힘을 가지고 있고 젊은이들은 연장자의 지혜가 없으면 고래를 해체해 갈 수가 없습니다. 연장자에 대해서 그러한 존엄을 지니고 있는 사회는 매우 건강하구나 하는 기분을 그때 가졌습니다. 그래서 서서히 고래가 해체되어 작아져 가고 그 고기는 마을 사람 전원에게 나눠주는 것입니다만 마지막으로 고래의 머리뼈, 아주 큰 턱뼈가 남지요. 그것을 어떻게 하나 했더니 모두가 그 주위에 모여서 바다를 향해서 밀기 시작했지요. 저는 처음에는 모두 뭘 하려고 하는지 몰랐는데 모두 조금씩 턱뼈를 리드 쪽으로 밀고 마침내 일제히 밀어서 그것이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그 떨어졌던 순간 내년도 다시 돌아와, 라고 모두 일제히 외치는 것이었지요. 그때 에스키모의 고래잡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조금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스키모의 사고방식, 정신세계라고 하는 것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중이지만, 하나는 이누아라고 하는 생각이 정신세계 속에 대단히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누아라고 하는 것은 모든 생물이랑, 산이라든가 강이라든가 유빙 등의 무생물을 포함하여 모든 것에 인간이 살고 있습니다. 즉 만물이 인간처럼 살아있다라고 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영혼의 세계입니다. 죽은 인간의 이름이 새롭게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 지어질 때까지는 그 사람의 영혼은 그 육체로부터 떠나지 않거나, 곰을 쏘았을 때 곰의 머리뼈는 반드시 산을 향해 남겨두면 그 같은 곰의 혼이 언젠가 살을 붙여 돌아온다고 하는 사고방식이지요. 또 하나는 시라라고 하는 사고방식으로, 재해나 병 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의 존재를 가리킵니다. 이 이누아와 시라와 영혼이 예로부터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근대의 관계 속에서 그런 사고방식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만, 이 고래잡이에서 저는 그것을 매우 강하게 느꼈다고 할까, 고래잡이가 그들의 정신세계의 마지막 보루인 것인가, 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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