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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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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2) 3장_토테미즘, 유연한 변환체계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10-21 16:39
조회
27

토테미즘, 유연한 변환체계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주술적, 비과학적, 비논리적이라는 이유로 미개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기를 요구한다. 어느 한 면만 보고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근시안은 볼 것과 볼 수 있는 것을 놓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학적 사고나 원시적 사고는 인간이 자연에 접근하는 전략적 차원의 차이를 가질 뿐 두 가지 접근법 모두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고 분류하며 질서를 부여하려는 지식 습득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주변 환경을 미세하게 관찰하며 감각으로 수용된 유사성과 차이까지 조직화한 원주민의 주술적 사고 또한 논리적,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근대과학보다 포괄적이라고 말한다. 2장에서는 주변에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활용하는 원주민의 토템적분류체계의 복잡성을 해독하는 어려움과 함께 이러한 분류체계가 외부 상황의 변화에 맞춰 얼마나 구체적이고 관계적이며 유연한 사고 틀인지 논증한다.

변별적 특징의 체계를 사용해서 이론적으로 무한한 사회학적 문제를 조직할 수 있는 토테미즘은 현실의 여러 수준 사이에서 이념들을 변환시키며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초월할 수 있는 하나의 형식체계에서 분리된 소수의 양식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역사의 우연성과 도식의 불변성을 잘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항해하고 있는 원시인의 유연한 변환체계를 좀 더 살펴보자.

 

원시인의 변환체계

원시사회에서 생활과 사고를 지배하는 논리는 변별적 구분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필연적 관계를 세우기 위한 이러한 변별성의 요구는 토템 관습이나 의례의 기반이 되는 신화에 나타나 있다. 이러한 차이를 구별짓는 특징은 우리에게 경계점과 기준이 주어지는 동시에 내용이 전달되는데 필요한 형식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차이를 구별짓는 특징이 무엇이냐보다 그 특징의 존재유무가 더 중요하다. 이 특징이 있다는 것은 텍스트를 해독하는 하나의 틀로 사용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는 처음에는 무엇인지 불분명하던 것을 알아볼 수 있게 되며, 기호나 부호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적합하고 다른 코드로 변환되거나 받아들인 메시지를 스스로의 체계로 표현할 수도 있는 점에서 구체적이며 유연하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토테미즘이란 동물이나 식물의 명칭, 해당 동식물에 대한 금기, 명칭이나 금기를 같이 하는 인간 사이의 결혼 금지 등을 의미한다. 이때 토템적 표현은 자연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진 체계에서 문화적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진 체계로 이행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 이행할 수 있는 부호를 말한다. 또한 토테미즘은 기호 사이의 양립이나 비양립의 규칙을 세울 뿐만 아니라 행위양식을 금지하고 명령하는 하나의 윤리적 기초가 된다. 토테미즘이 성행했던 사회에서 하나의 사건은 단독이 아닌 필연적 관계의 응측된 표현이자 인과의 그물인 복합체로 인식한다. 이때 신화를 기반으로 한 사고의 틀은 집합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며 구조적으로 재배치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건의 요소들은 파괴할 수 없는 부속품으로 사용되어 목적도 되고 수단으로 쓰이게 되므로 소외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면에서 토테미즘은 환경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야 했던 원시사회에서 만물의 연결성을 인식하면서도 자연과 문화의 상보성을 고려해 인간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온 전략적이며 관계적 사고 틀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토테미즘

오스트레일리아는 외부세계와의 접촉이나 교류를 했지만 다른 지역보다 폐쇄된 상태로 진화했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역적 환경의 특수성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의도하고 구상한 바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고립된 채 스스로에 묻혀 존속해왔으며, 사색과 논의가 성행하여 사소한 변화라도 주석이 붙여지는 공통양식이 생겨났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어느 집단이든 다른 집단보다 낫게 되고 그들과 달라야겠다는 동기에서 움직인다. 그럼으로써 전통과 관습의 기본적 테두리는 바꾸지 않은 채 그 주제를 부단히 갈고 닦으며 새로운 양식이 성립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에서 사회조직과 종교사상의 성립 과정은 18~19세기 유럽에 복장양식의 발전 과정과 같다. 각 촌락마다 고유의 복장이 있어야 하고 그 촌락의 남녀복장은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인근 촌락과 자기들을 구별짓고 그들을 능가하는 세부적인 멋을 고안해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사회조직과 종교사상은 문화 내에서의 전체적인 체제순응주의와 독자성 발휘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성립된 것으로 여러 문화가 상호 변환의 관계를 이루면서 다른 지역보다 완벽하고 조직적으로 나타났다. 이때 토템형의 사고와 신앙이 주목되는 것은 그것을 형성하거나 차용한 사회에서 그것이 부호가 되고 개념체계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각 수준에 속하는 메세지뿐만 아니라 서로 무관해 보이는 메시지들 사이에도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문화 사이의 중재를 하는 토템적 조작 매체는 변별기능을 하며 편파적이고 불완전한 것과 진실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토테미즘은 자연적 상황을 토템적 항으로 부호화해서 의미를 부여해서 자연과 문화 사이의 대립과 모순을 초월하는 수단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자연조건과 사회조건 사이의 상관관계를 세우는데 기반이 되는 신화와 이질성을 통일시키는데 기여하는 토테미즘, 그 결과 발생하는 모순을 정화하며 뛰어넘는 기능을 하는 의례를 통해 위기를 이로움으로 전환해가며 살아왔다.

 

하부구조의 우월성 인정

지리나 기후는 생물학적인 면에서 미치는 영향이 커서 원주민의 사고를 모순된 상황에 직면시킨다. 남성, 입사자의 상위 문화와 여성, 비입사자의 하위문화와 마찬가지로 자연계에도 좋은 계절과 나쁜 계절의 상·하위 구분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계의 상하 구분은 사회적으로 그곳에 대응하는 항들 사이에 역의 관계가 성립된다. 인간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거나, 모순으로 인한 부하를 해소하기 위해 대응하는 항들의 역의 관계에 이러한 어떤 설명과 의미를 부여한다. 만일 좋은 계절이 나쁜 계절보다 우월하고 남성과 입사자는 여성과 비입사자보다 우월하다는 이유에서 좋은 계절을 남성이라고 정한다면 힘과 유효성, 불임증까지 속된 여성 요소에 첨가해야 하는 이중의 모순을 가져오게 된다. 왜냐하면 우주적 차원에서 사회적 권력은 남성에 속하며 자연적 증식 능력은 여성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이는 사회 전체를 생물학적, 의례상의 구분인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고, 남성집단을 다시 노인층과 젊은층, 입사자와 비입사자로 분할하는 것이다. 이 경우도 모순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중의 분할법에 의해서 그러한 모순이 가려질 수 있다. 이 경우 남성집단의 입사자와 비입사자의 관게는 사회 전체의 남성 대 여성의 관계와 같지만, 남성은 생활의 즐거운 면을 맛보기를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면을 지배하는 것과 그 면을 구현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성은 행복의 소유자이면서도 중개자를 통해서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울한 역할을 숙명적으로 갖고 있으므로 장로(長老)나 현자를 모델(행복의 소유자, 지배자, 중개자)로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에서 여성은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서, 장로는 행복의 지배자로서 양극을 구성하고 있는데, 젊은 남자는 완전한 남자다움을 갖추게 될 때까지 한동안 한쪽(생활의 즐거운 면 맛보기)을 단념하고 다른 쪽(장로:완전한 남자다움을 갖춘 행복의 소유자)에게 복종하여야 한다.

음식물 금기

토템 동물은 식용 가능한 부분과 존중될 부분, 상징적 표장이 될 부분으로 나뉜다. 어떤 종류의 동식물을 금지한다는 것은 그것들을 유의미한 것으로 추려내는 수단 중의 하나이므로 금기는 유효한 변별 방법의 하나이다. 그런데 음식물 금기가 토템분류에서 유래하기는 하지만 필연적 결과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음식물 금기는 토템분류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종속되는 것이다. 음식물 금기는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성을 인정하되, 인간성에 돌리기를 거부하고 자연에서 여러 동물을 구별하는 특징인 깃털이나 모피, 부리, 이빨 등의 상징적 특징을 취하여 인간 사이에 차등을 두는 데 쓰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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