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마음 인류학

. 

[야생의 사고 (3)] 제8장 되찾은 시간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4-10-28 13:35
조회
117

마음인류학 / 야생의 사고 8/ 2024.10.28. / 손유나

 

8장 되찾은 시간

 

세계를 파악하는 축

인간은 자연을 파악하기 위해 분류를 사용한다. 분류하려는 의도가 위쪽을 향하면 보편성과 추상성으로 향하고, 극단에서는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과 같은 이항대립으로 완결된다. 반대로 분류가 밑으로 향하면 특수성과 개별성으로 전진하고, 이 역시 끝이 없어 고유명까지 분류항으로 사용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축을 내적 통일성을 지닌 동시에 무한히 확장 가능한 하나의 총체적 체계로 보았다. 그리고 토테미즘도 분류의 일면 혹은 한 시기를 구성하고 있기에 토테미즘을 따로 분리하여 파악하려 함은 헛된 시도이다.

 

야생의 사고

콩트는 야생의 사고가 보여주는 분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상징을 모르는 미개한 사고로 폄하했다. 하지만 야생의 사고는 강한 상징성과 세심한 구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야생의 사고는 그 목적이 광대한데 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종합적이고자 하며 또 양방향의 극한까지 진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동시에 그 양극 간의 조종 능력을 보유하려고 한다.”(318) 이 사고는 현대에도 예술 분야나 혹은 무관심으로 인해 미개척된영역에서 번성하고 있다.

또한 콩트는 과학을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실제 활동으로, 야생의 사고를 주관적이고 주술을 행하는 미신적인 사고라고 비교한다. 하지만 주술조작은 자연의 인과적 고리에 의례라는 형식을 통해서 인과성을 보충하는 행위로, 행위자의 입장에서는 과학과 다름없이 객관적인 필연성에 순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과 주술은 개입의 정도, 효율성, 세련됨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리고 주술과 종교라는 쟁점에 대해서도 이 둘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는 자연법칙의 인간화이며, 주술은 인간행동의 자연화로 구성 비율이 다를 뿐 양자는 각각 서로를 함축하고 있다.

 

의미체계로서의 토테미즘

구체성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어떻게 상징체계 속의 원리와 귀결을 동시에 찾아낼 수 있을까? 분류체계가 하나의 의미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토테미즘의 분류체계와 공물체계의 관계를 살펴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때 학자들은 토테미즘을 공물의 기원으로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 두 체계는 양립하지 않는다. 공물체계에서 신과 의례 집행자는 공물이라는 중개를 통해 연결되고, 제물은 인접성의 원리에 따라 각 항 사이의 연속적인 이행이 인정된다. 제물로서 소=산양==병아리=계란=오이는 서로 등치 가능하고, 오이 대신 소를 희생할 수는 없는 일방향이다. 반면 토테미즘은 언제나 쌍방향이며, 소와 오이는 각 집단의 차이를 표현하기 때문에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서로 혼동될 수 없다. 토테미즘은 자연종과 사회집단 간의 (각 항이 아닌) 전체적인 관계의 상동성에 기초를 둔다. 토템미즘에서도 인티츄마라는 공물의례가 행해지지만 이 목적은 상이성의 확인이다.

씨족의 호칭 기원 신화도 동일한 원리를 볼 수 있다. 기원 신화는 지역을 막론하고 유사한데 이 신화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고, 그 역할이 중요하다. 기원 신화는 그 자체로는 무의미한 일을 부각시키고 특별 취급하여 차이를 부여한다. 이 차이가 체계의 구성 단위가 된다.

 

역사와 분류체계

문명은 스스로를 역사를 통해 설명하기를 선택했다. 하나의 계열 속에 연속적인 진화를 생각하는 체계는 과거와 진보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토테미즘은 무시간적이고 따라서 항상 체험되는체계이다. 만약 사회에 커다란 변동이 발생하여 역사를 배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역사의 생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내용 없는 형식으로 인정하여 모순을 해결한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만 그들이 지니는 유일한 의미는 서로를 반영한다는 점이다.”(337)

과거와 현재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링가의 도움을 받는다. 추링가는 특정 조상의 몸으로 여겨지고 그 조상의 환생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부여된다. 추링가는 고문서와 같이 과거를 물적 존재로 현재화하여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무시간적 체계에 유일하게 통시적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이다. 덕분에 야생의 사고는 역사를 분류체계에 끼워 넣어 통일되고 총체적인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