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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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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왜?’는 왜..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10-29 21:10
조회
126

인류학을 공부 하다보면 이런 질문이 종종 떠오른다. 왜 인류학을 공부해야 하지? 왜 원시 부족의 사고를 이해해야 하지? 재미있다거나 뭔가 새로운 걸 조금 알게 된다는 것 말고 더 정확한 이유를 찾게 된다. 아무튼 오늘 또 이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왜 토테미즘을 알아야 하고, 그들이 입체적으로 기호를 쓴다는 것을 알아서 어디다 쓰는지 그 이유를 찾고 있었다. 그래 그 어디다 쓰는지가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던거다. 하란다고 하는 공부 말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면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했던 거다. 세미나를 시작하며 유나 선생님은 야생의 사고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효율을 따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효율이라는 것은 내가 들인 노력을 계산했을 때 결과에 반영되는 정도로 효과를 가늠한다. 내가 야생의 사고를 배운다고 어려운 책을 읽고, 아침 일찍 한 시간을 달려오는 노력을 했는데 왜 하는지도 모르고,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면 안 배워도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이상한 질문까지 닿게 된다.

야생의 사고를 배우기도 어려운데 이런 생각들과 씨름을 하다가 문득 나는 라는 질문을 한다는 게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를 왜 묻는 거지? 뭔가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지만 이 질문 방식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문제에서 이유를 찾는 방식이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점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데 이걸 공부하냐고 묻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누구나 계산해서 득이 되는 이유가 있어야 움직인다는 생각이 의식에 깔려 있음을 느낀다. 애쓴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효과를 거둬야 성공적인 삶이고, 애썼는데 안되면 실패로 생각한다. 이상한 그 느낌은 라는 질문이 단일한 결과, 성공적인 결과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좋은 결과만 쫓아 살았던 것도 아니고, 쫓았다고 한들 그게 정말 나로 인한 결과인지도 모르고, 정말 좋다고 생각했던 것도 그때가 아니면 달라질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가 알려주는 야생의 사고는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다. 그가 말하기를 이 사고의 특이성은 그것 자체가 갖는 목적의 광대함이 있다고 했다. “이 사고는 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종합적’이고자’ 하며 또 양방향의 극한까지 진행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동시에 그 양극 간의 조종 능력을 보유하려고 한다.”(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한길사), 318) 야생에서 쓰는 토테미즘이라는 사고법은 동물과 인간 사이에 유사점과 차이점으로 구성되는 하나의 틀이다. 이 사고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이유는 때와 조건에 따라서 계속 바뀐다. 이러한 야생에서 세상을 단일한 기준, 하나의 이유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달님이 인류학 공부로 좁았던 시야가 계속 넓어진다는 말씀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류학 공부가 좋긴 좋은데 정확히 왜 좋은지도 모르고 그래서 왜 하냐고 물었었다. 어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너무 당연하게 좋은 결과만 찾고, 정답만 찾는 공부 말고, 세상에는 더 많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 때문이지는 않을까? 나는 사실 알 수 없다. 이 공부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어떤 경험을 하게 할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는 질문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야생의 사고가 무조건 맞다는 것도 아니다. 산업사회에 야생의 사고를 한다고 갑자기 곰 부족처럼 사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동일한 것을 욕망하는 오늘날 사고와 다르게 어떻게든 차이를 만들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고 가자. 그럼 이걸 왜 하고, 해서 어디다 쓰지라는 질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계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질문을 (정말로) 힘겹게 생각해본다. ‘여기에 다른 뭐가 있을까?’ 혹은 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밤이 늦었으니까 아쉽지만 이만 이 질문을 들고 집으로 가야겠다. 다음 책에서 또 생각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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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9 22:43

    “어떤 문제에 대한 이유는 때와 조건에 따라서 계속 바뀐다.” 엄청난 결론에 이르셨군요! 더 많은 다른 것들.
    “다음 책에서 또 생각해봐야지.” 이 문장도 마음에 꼭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