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진짜가 되고 싶은 안데르센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10-30 17:48
조회
91

안데르센 동화전집

 

진짜가 되고 싶은 안데르센

2024.10.30. 최수정

 

주제문 : 진짜 자기를 발견하고 보증받고 싶은 안데르센

 

동화작가로 알려진 그림형제(형 야코프 그림 1785~1863, 동생 빌헬름 그림 1786~1859)가 민담을 수집한 이유는 독일적인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당시 작은 나라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은 독일어를 통해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독일인의 뿌리를 찾는 작업이 필요했다. 잃어버린 독일인의 본래 정신을 찾기 위해 언어와 문헌, 전승 구비문학을 뒤져 독일이라는 우리를 찾는 작업을 시작해 <독일어 사전>을 만들었다. 안데르센(1805~1875)이 동화를 덴마크어로만 쓰기 시작하는 맥락도 이와 같은 배경에 있다. 이 시대의 민족주의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이 살았던 시대는 합리주의에 반대하며 시작된 낭만주의는 이성에 얽매이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면의 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합리성에 반대하는 주관적 감정을 중요시하게 됐다. 낭만주의는 오로지 직접적 감정적으로 자유로운 내면을 표현하는 것을 강조했고, 인간의 감정은 주관적 감정이며 인간이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자유롭게 감정을 발산하는 자기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겼다.

안데르센 동화에서 진짜공주와 진짜왕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가 왜 그렇게 진짜라는 말을 많이 하는지 의문이었었다. 그 시대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가짜가 판을 쳤나? 생각하고 말았는데 은화를 읽고 그의 진짜 가짜론을 다시 생각했다. 안데르센에게 왜 그렇게 진짜가 중요했을까? 나는 그것이 근대 민족주의에서 자기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화는 은화 스스로 말하듯 조폐국에서 은으로 만들어져 은화로서의 가치가 있는 진짜 화폐다. 그런데 이 화폐가 발행된 국가를 벗어나면 아무 소용없는 가짜 화폐가 된다. 은화는 우리나라에서만 귀한 진짜로 인정받는다. 진짜 왕이 새겨진 얼굴을 알아보는 곳이 진짜 나의 고향이다. 안데르센에게 덴마크는 자기를 보증해주는 곳이다. 동화를 쓰고 들려주며 세계여행을 하고 명성이 퍼져나가도 덴마크 민족의 일원으로 자신을 능력을 보증해주지 않으면 자기는 영원히 가짜라고 생각했다. 자기의 내면 정서의 뿌리가 안데르센이에게 진짜라고 보증해주어야 한다.

나는 안데르센 동화에서 보이는 작가와 주인공의 불안과 혼란은 이 진짜 가짜의 논란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데르센은 민담을 듣고 자랐고 뒤늦게 글자를 배웠다. 그러면서 입말과 글말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자기는 낱말과 기억, 생각과 역사, 거짓말과 서술 등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문자적 구성개념이다.”(ABC, 민중의 마음이 문자가 되다, 이반 일리치·배리 샌더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문학동네, 113) 구비문학의 시대를 거쳤던 안데르센이 문자를 배우고 자기라는 것을 발견해야 하는 커다란 문제 앞에 있다. ‘자기라는 것이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고 어딘가에서 발견해야 할 것이고, 그 진짜 자기를 누군가에게 보증받아야 한다고 할 때 그의 불안과 혼란을 짐작할 수 있을까?

안데르센 동화에는 하느님과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죽음을 완전한 하느님 곁으로 간다고 하면서 미화하는 것 같은 장면도 있다. 이 또한 근대 낭만주의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낭만주의가 유행하던 시기 종교의 본질이 직관과 감정이라 여겨졌고, 그 영향이 기독교에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안데르센 동화는 최종적으로 하느님이 진짜 자기를 보증해 줄 것이라 확신하는 것 같은 장면이 여럿 있다.

안데르센이 살았던 시대가 급변하는 과도기에 있었고, 개인의 감정과 정서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었던 때라는 생각을 하면 그의 동화 속 동요와 불안이 얼마간 이해가 된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