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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 실험실

하늘과 바람, 땅에게 배우다

소원을 빌던 은행나무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10-31 22:41
조회
66


올해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자리에 있었던 은행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처음 이 나무아래서 간절함을 빌었던 해가 떠오릅니다. 그러고 몇해가 지났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 기억이 되돌아옵니다. 올해는 유독 해가 갈수록 머리숱이 적어지는 나처럼 나무도 작년보다 나뭇잎이 줄어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오래된 나무의 영발은 남아 있는 듯, 나무그늘아래 잠깐만 서봐도 온통 샛노란 빛에 어질어질해서 오래 있을 수가 없습니다. 멀찍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야 나무의 모습을 안전하게 바라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수많은 가지의 촉수만큼 뻗어온 나무의 시간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가늘고 유연하게 뻗어나간 나뭇가지가 밖으로 드러난 나이테처럼 보여 나무가 지나온 세월이 실감납니다.

다시 나무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아래로 내려온 가지 끝을 한번 잡아본 다음 떨어진 나뭇잎 한장을 주워 간직해서 돌아왔습니다. 노란 나뭇잎의 빛깔을 간직하고 1년 후를 기약하고 내년에 또 새로 돋아난 가지끝에 손을 대보러 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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