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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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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 제5장 와가의 의례적 건조

작성자
유나
작성일
2024-11-04 13:47
조회
87

마음인류학 / 서태평양의 항해자들(1) / 2024.11.04 / 손유나

5장 와가의 의례적 건조

 

원양카누 마사와(masawa)의 제작은 쿨라행사의 사슬에서 최초의 연결부에 해당한다. 쿨라 원정이 결정되면 사람들은 카누는 분해하여 수리하고 재도장하고, 수리가 어렵다면 새로 제작한다. 카누 건조는 통나무 베기부터 배를 띄우는 진수식까지 제작 과정 곳곳에서 다양한 주술의례와 함께 한다. 주술의 주요 목적은 카누에 속도를 부여하거나 다른 나쁜 주술로부터 방어를 위한 액막이다.

카누 건조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카누의 구성 부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통나무를 베어 파내고, 갑판, 뱃머리 장식판 등의 부품을 만든다. 이 단계는 전문가와 그 주변인 몇몇이 참여하고 2~6개월이 걸리는 긴 과정이다. 나무를 베기 전에 나쁜 나무의 정령 토크와이(Tokway)를 내쫓는 주술과 장차 카누가 될 통나무를 마을로까지 이동하기 위해 사용한 넝쿨을 잘라내는 의식 그리고 통나무를 파내기 전에 행하는 까뀌(ligogu)의 의식이 필수이다.

2단계는 1~2주에 걸쳐 집중적인 공동 작업을 한다.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작업 시간은 불과 3~5일 정도이다. 카누의 부품을 조립하여 와유고라는 덩굴풀로 묶고, 판자 사이 빈틈을 메우고, 도료를 칠하고 돛을 단다. 모든 카누는 쿨라 전에 분해, 수리, 재도장의 과정을 거치므로 두 번째 단계 없이는 쿨라 원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 카누의 부품이 모두 만들어지면 카누 소유자는 해변가에서 카투리리바 타부요(Katuliliva tabuyo)라는 의례를 시작한다.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참여하고, 의식 진행자의 영향력에 따라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구경꾼이 모이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통나무를 조립할 때 하는 와유고(wayugo) 주술과 틈새를 메우며 하는 주술, 검은색을 칠하는 행하는 주술이 필수이다. 와유고 주술은 카누 건조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로 기술자가 직접 행한다. 언급한 주술 의례 외에도 통나무를 이동할 때, 뱃머리 장식판을 만들 때 등등 작업 하나하나에 의례가 있지만 선택할 수 있다.

필수 주술의례 중에서도 카누 건조의 핵심 과정이자 기술인, 통나무를 파내기 전에 하는 리고구 주술과 카누의 부품을 덩굴풀로 엮을 때 하는 와유고 주술이 가장 중요하다. 카누를 도려내는 일은 배의 몸체를 만드는 일로, 배벽을 아주 얇게 하고, 전면에 걸쳐 평평하게 만들어야 해서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카누를 엮는 일은 더욱 중요한데 항해 중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부분 덩굴풀이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덩굴풀이 얼마나 질긴지, 얼마나 단단하게 엮었는지에 배의 운명이 달려있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카누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면 사람들은 그는 좋은 와유고를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사람을 치료하거나 저주하는 일을 하는 주술사와 기술로서의 주술을 알고 있는 것은 다른 영역인 듯하다.)

쿨라에 사용되는 카누는 하나 더 있다. 쿨라 고리의 동쪽 지역에서 사용되는 나게가(nagega)인데 배의 옆 부분이 마사와 카누보다 높아 용적량이 크고,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이점이 있다. 저자는 나게가의 건조 과정을 본 적이 없으나 건조 과정에서 행해지는 주술의례는 거의 비슷하다고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나게가의 건조는 까다로워서 결국은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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