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류학
두 손으로 도구를 다듬었던 인류의 지혜를 배우자
[작은 것이 아름답다] 8장 산업자원 / 9장 원자력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8장 산업자원
오늘날 근현대 산업은 필요성이 강조되는 바에 비해 그 성과가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5.6퍼센트를 차지하지만, 미국의 산업 체계가 필요로 하는 자원은 세계 1차 자원의 40퍼센트 정도를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10년, 20년, 30년 후의 상황을 예측해 봤을 때 미국 경제는 더욱 해외 연료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타국으로부터 많은 자원을 도입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지금의 산업 체계는 얼마나 자기 파괴적인가.
애석하게도 비효율적인 근현대 산업의 자원 고갈 속도는 자원의 허용 한도(석탄, 원유 등)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이에 대한 여러 예측과 정책은 성장과 발전은 불가피하다는 필요 아래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우리의 한계 안에서, 장기적 추이와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단순한 실험적 계산으로부터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탄과 원유와 같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을 지속시키는 한에서 에너지 소비를 조절해야 한다.
9장 원자력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이와 같은 에너지 공급의 문제에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 원자력이다. 하지만 원자력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것이 가진 상상할 수도 없는 위력에 있다. ‘개선이 확실한지 알 수 없는 변화는 의심스러운 축복이다(164쪽)’. 방사능 입자가 생명에 끼칠 위험, 방사능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 과연 그 보관이 안전한가에 대한 논의, 방사능의 유출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은 절대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에 비해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들은 오히려 과대하게 여겨진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1차 자원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방사선으로 인한 생태계의 문제가 같은 차원의 이야기일까 그는 질문한다. 경제학은 효율이라는 논리로 우리의 판단을 흐리고 과학은 자기 보존이라는 가면을 쓰고 낙관적으로 미래를 전망한다. 우리는 과학 기술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에 이 방향의 문제를 경제학자나 과학자에게 맡겨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한 결정은 ‘식자층intelligent layman’에 맡겨서 ‘비폭력을 지향’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생을 좀 더 활기차게 고양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바, 그것은 바로 신에게서 물려받은 거대하면서도 경이롭고 이해하기 힘든 자연 체계(인간은 자연 체계의 일부일 뿐, 결코 이를 만든 존재가 아니다)와 협동할 수 있는 온갖 비폭력적이면서 조화롭고 조직적인 방법을 의식적으로 탐구하고 개발하는 것이다(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