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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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1) 후기_이론과 현상의 간극 메우기
이론과 현상의 간극 메우기
마음 인류학 세미나 세 번째 책은 브로니스라브 말리노프스키의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이다.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은 선명하진 않지만 전 책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글로 다가왔는데, 두 저자는 인류학사에서 구분이 된다. 달님의 설명에 따르면 말리노프스키는 인류학사에서 2세대에 속한다. 1세대는 『황금가지』의 제임스 프레이저, 레비–스트로스가 3세대,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의 저자 팀 잉골드,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의 브뤼노 라투르와 마음 인류학 다음 책인 『세계 끝의 버섯』의 애니 로웬하웁트 칭이 4세대에 속한다.
이러한 구분의 기준은 무얼까? 전 책 『야생의 사고』에 의하면 인류는 모두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이항 대립의 분별체계로 세계를 인식하며 살아왔다. 인류학사의 구분은 이러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한 사고체계의 변화와 관계되는 것 같다. 먼저 안락의자의 인류학자라고 평가받는 프레이저는 타 부족의 방대한 신화와 전설을 수집하며 연구했지만, 안락의자에 앉아 세상을 관조하며 자신이 속한 유럽인의 관점에 따라 타자를 판단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프레이저의 민족지학 조사는 현장 조사 없이 동인도 회사를 통해 수집된 대량의 문서화된 자료를 분석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과 자신의 관점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말리노프스키와 차이를 보인다. 말리노프스키는 『서태평양의 항해자들』 서문에서 민족지학 연구에서 부족의 사회, 문화, 심리학적 측면을 총괄하는 전체를 다루어야 하며, 원주민 속에서 원주민의 일상을 살아가고 원주민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문화, 심리는 모두 사고체계에서 기반해 작용하며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과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바르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월연두샘은 저자의 민족지학 연구 방법에 주목했다. 말리노프스키에 의하면 민족지학은 원주민이 갖는 사고방식 및 그 사고방식과 생활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세계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제 생활에 녹아있는 부족의 사회구조와 관습뿐만 아니라, 집단의 사고방식에 기반한 원주민의 행동 유형, 심리적 부분과 구비문학으로 전승된 민족지학적인 이야기, 말투 등의 정신적인 부분까지 상세하게 관찰되고 기록되어야 한다. 제도의 규칙성은 전통의 심리적 힘과 환경의 물질적 조건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겨난 결과물이지만, 민족지학은 고정된 문서 형태의 자료를 연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행동과 기억을 포괄하여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족지학 연구에서 현장 조사를 통한 연구 조건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연구자가 가진 기존의 상식이나 심리학적 통찰에 근거한 추측과 현장의 직접적인 관찰 결과 및 원주민에 대한 진술의 차이를 통해 연구자는 비로소 자신의 관점이 전부가 아님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밀리노프스키는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을 통해 지극히 주관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으로 만드는 과정이 민족지적 작업이라고 말한다. 지극히 주관적이거나 언뜻 보아 파악조차 어려운 복잡하고 얽혀있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시도와 경험을 끊임없이 교대하며 되풀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것을 객관화시키고, 이론과 현상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