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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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 9장_피로루의 내해를 항해하다
트로브리안 사람들이 쿨라 원정을 떠나며 경험하게 되는 감정은 ‘이방인과 만나, 쿨라를 행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섞이게 되면 더욱 강렬해진다고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의 저자는 말한다(305쪽).
원주민의 쿨라 항해에서 가장 큰 위험은 카누의 불안정성이다. 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카누는 바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항해한다. 쿨라 항해 경로에서 바람이 진행 방향의 맞은편에서 거의 불어오기 때문에 카누는 역행해서 나아갈 수 없고, 풍향이 바뀌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한다. 바람은 잔잔하나 강한 조류(3~5노트의 속도)를 만나게 되면 카누가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고 조류에 떠밀려 표류하여 행방불명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주민은 바람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부는 무역풍의 시기보다 바람이 여러 방향으로 변동하는 계절 사이의 중간 시기나, 계절품이 부는 시기에 항해하기를 선호한다(310쪽).
카누와 관련해서 탑승한 사람들 각각 각자의 위치와 작업이 정해져있으며 그들은 일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쿨라 원정에 참가하는 카누는 많은 금기와 계율을 엄격하게 지켜질 것을 요구받는다. 이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상사가 생긴다고 원주민은 믿는다. 예를 들어 ‘물건을 손으로 가리키는 것’인 ‘요사라 야마다(yosala yamada)’를 어기면 금기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병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각각의 카누의 다른 카누에 대한 행동에 관해서 일정한 규율이 정해져 있는데, 이는 마을마다 다르다(316쪽).
원주민은 쿨라 항해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요괴에 대해 두려워한다. ‘날아 뛰어오르는 돌’, ‘하늘의 나는 마녀’, ‘거대한 문어(kwita, 크위타)’, 그리고 시나마타노기노기(sinamatanoginogi)라는 특별히 큰 빗방울(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 등이 그들이 두려워하는 요괴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믿음이나 큰 문어 신앙 밑바탕에 어떤 자연 현상이 작용하고 있는지, 실재로 그런 존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인간의 행동을 초자연적인 힘들과 혼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일상 생활의 부분처럼 다룬다는 점에서 자기와 같은 믿음 체계를 가진다고 말한다(3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