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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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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2) 후기_쿨라, 순환적 교환 형식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11-16 16:31
조회
61

쿨라, 순환적 교환 형식

서태평양의 항해자들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트로브리안드 지구(district)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복합적 순환 경제 체제인 쿨라(Kula)’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부했다. 자본주의에 종속된 현대인들의 통념에 의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 손에 넣은 것은 절대 놓치 않는다는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사고하고 행위하는 경제적 주체다. 이러한 자본주의에는 아주 드물다는 의미의 희소성의 법칙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하는 소유욕과 무언가를 나누고 양보하는 것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는 태도가 전제되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잣대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행위는 어리석기 짝이 없다. 자신의 필요와 잇속에 따라 가치를 따지고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교환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원주민의 쿨라는 낯설게 다가온다. 그들은 왜 쓸모없는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며 교환하는 것일까? 언어와 문화,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규칙과 관습, 주술에 따라 수천 명의 사람들을 공동관계로 묶어 관계 맺는 원주민의 경제 체제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말리노프스키는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에서 부족한 물건의 필요 때문에 촉구되어, 의식이나 규제 없이 유용한 모든 불가결한 물건의 교환을 불규칙하고 간결하게 행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원주민의 원시적 교역에 대한 선입견을 지적한다. 저자가 보기에 쿨라가 거의 모든 점에 있어서 이러한 야만인의 교역이란 정의와 모순되기 때문이다. 쿨라는 불안정하고 비밀스런 교환형식이 아니다. 이 거래는 공적인 성격을 갖고 의식을 동반하며 신화에 근거한 관습과 주술적 의례, 일정한 규칙에 따라 행해진다. 쿨라는 사회학적으로 언어와 문화, 인종이 다른 부족 사이에서 거래되는 것이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수천 명의 사람들을 공동관계로 한데 묶는 것으로 행해졌다. 이 공동관계는 상호간의 높은 신의와 도덕성을 기반으로 평생 계속되는 것으로 여러 가지 특권과 상호간의 의무를 포함해서 대규모의 부족간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들었다.

 

쿨라(Kula), 관계적 복합체

쿨라란 뉴기니 동단의 북쪽 및 동쪽에 있는 많은 섬들의 부족 간에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교환의 형식이다. 그것은 커다란 권역 내에서 교역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섬들의 공동체 사이에서 행해지는데, 이 교역의 고리는 외부 세계에 개방되지 않는 닫혀있는 고리다. 쿨라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전 지역에 걸쳐 사회관계의 그물망이 존재한다. 마을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정된 수의 남자들이 쿨라에 참가한다. 팔찌와 목걸이 두 종류의 바이구아를 교환하는 것이 쿨라의 주된 행위로, 쿨라의 당사자는 먼 곳과 근처에 몇 명의 상대를 가지고 있다. 상대는 팔찌(소우라바, soulava, 빨간 조개의 긴 목걸이))를 주는 사람들과 목걸이(므와리,mwali, 흰 조개팔찌)를 주는 사람으로 조를 나누는데, 팔찌는 항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목걸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의 역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두 개를 같은 사람에게 받는 일이 없다.

이 교환은 엄격한 제한과 규칙에 따른다. 쿨라는 정해진 상대하고만 행하는 것으로, 쿨라에 참가하는 한 남자는 불과 몇몇 사람들과만 그것을 할 수 있으며, 이때 파트너는 약간의 형식과 절차를 거쳐 일정한 방법으로 맺어진다. 한 사람의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상대의 수는 신분과 중요도에 따라 다르다. 인척이나 친구 지간인 쿨라의 파트너쉽은 특수한 유대관계로서, 두 사람을 선물과 봉사를 지속적으로 상호 교환하는 장기적인 관계로 묶어준다. 대체로 원주민들은 위험을 주술적인 것으로 느끼는데, 미지의 땅에서 위기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원주민에게 바다 너머의 쿨라 파트너는 그를 위험지대에서 음식을 주고 선물을 주며 손님으로 대접해주는 주인이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아군이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쿨라의 고리 안에서 가까운 사람 몇몇과 아군 몇 명을 위험한 미지의 땅에 두고, 선물과 봉사를 통한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미지의 세계와 연결된다.

쿨라에서 교환 되는 물건의 이동이나 거래의 세부 사항은 모두 전통적인 규칙과 관습에 따라 정해지고, 주술 의례와 공적인 의식을 동반한다. 이러한 쿨라 교환에 관련된 관습과 규율은 전()쿨라지역에 동일하게 나타난다. 원주민은 항상 돌고 돌아 한곳에 머물지 않는 팔찌와 목걸이의 의례적인 교환과 함께 일상적인 교역도 병행한다. 이때 일상의 필수품 중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물건들의 물물교환과 카누의 건조, 대규모의 장례식, 금기 등 쿨라와 연결된 부수적 활동들은 모두 쿨라에 종속된다. 즉 쿨라는 쿨라의 루트를 따라 보물, 집기와 사소한 선물 등의 물질문화뿐 아니라 관습, 노래, 예술의 모티브 등 다양한 문화 요소들이 함께 이동한다. 이처럼 쿨라는 지리적인 넓이와 구성 요소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그 규모가 거대하고 복잡하다. 쿨라는 물건 교환에 대한 공통된 열정에 의해 수많은 부족들과 다양한 활동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유기적 전체를 만드는 거대한 관계적 복합체다.

 

쿨라의 목적

쿨라의 중요한 목적은 실용성이 없는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쿨라는 반드시 필요에 의해 행해지지는 않는다. 쿨라는 순수 장식용으로 만들어졌고 일상의 장식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두 개의 물건을 끝없이 되풀이해서 교환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개의 의미 없고 쓸모없는 물건을 계속해서 교환하며 신뢰를 쌓고, 부족 간에 있어서 큰 제도의 토대가 되고 다른 많은 활동을 수반하여 행하도록 한다. 신화, 주술, 전통은 쿨라를 중심으로 일정한 의식, 의례의 모든 형식을 구축했으며, 그것들을 통해 원주민들의 생활 자체를 지배했다.

 

쿨라의 법칙

이러한 쿨라 거래의 법칙은 매우 엄격하며 중요하다. 첫 번째 쿨라 거래 규칙의 중심원리는 쿨라가 의례적 선물을 주는 행위로 이루어지며, 답례할 선물의 가치 증식을 위한 시간 차가 필요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두 번째 중심원리는 쿨라의 교환품목인 대응선물(counter-gift)의 견적은 전적으로 선물을 준 사람에게 맡겨지고, 절대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클라의 선물을 받은 사람은 공정하게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답례로 받은 물건이 등가가 아닐 때, 이것을 받는 사람은 낙담하고 분개하는데, 그렇다고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전체적 거래를 종식시킬 수도 없다.

 

쿨라의 보물은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는 2년에서 10년 정도 걸린다. 쿨라의 보물은 쿨라의 고리를 따라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역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으며, 체류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보유하는 자가 없다. 쿨라는 누구라도 일생동안 막대한 양의 물품을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시적인 소유를 즐기고 당분간 보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시적 소유는 그가 물건을 과시하고 보물의 입수 경위를 이야기하는 기회를 통해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다. 이런 점에서 쿨라의 보물은 영구적인 소유권과 세습적 신분과 결부되는 유럽의 가보와는 달리, 실제적으로 쓸모는 없지만 승자가 우승컵을 소유하며 일시적으로 명성과 기쁨을 얻는다는 점에서 트로피와 비슷하다.

현대인들의 통념에 의하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하는 소유욕과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양보하거나 하는 것에 대한 혐오는 인간이 부()에 대해 갖는 태도의 기본적인 요소다. 우리는 야만인이 이러한 경제적 원리에 입각해서 관습이나 사회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채 경제적 필요와 욕구에만 지배받으며 미개하게 살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한번 손에 넣은 것은 절대 놓치 않는다는 자본주의의 원리에 예속된 근대인의 관점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쿨라의 원주민들도 소유하기를 좋아하고, 잃는 것을 싫어하지만, 원주민들의 소유욕은 ‘give and take(주고받음)’라는 사회적 규약을 결코 넘어서지 않는다. 쿨라 문화권의 원주민들의 소유욕은 그들의 경제 체제가 그러한 것처럼 순환적이다.

쿨라 원주민에게 볼 수 있는 사회적 규약(social code)은 타고난 소유욕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부는 사회적인 지위의 불가결한 부속물로, 소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자 개인의 미덕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쿨라의 원주민에게 어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한 것으로, 쿨라 문화권에서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관대함이라는 도덕적 가치는 원주민의 행위를 규제한다. 원주민들은 받은 물건에 대한 등가의 물건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나 선심을 가장 많이 쓰고 싶다는 경쟁심에 자신의 관대함과 상대의 인색함을 비교하며 불만을 가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서로 싸우거나 상대에게 이익을 얻어내려고 하는 경향이 없는데, 이는 선물은 관대해야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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