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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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3)] 제14장 도부에서의 쿨라 – 교환의 기술적인 문제
마음인류학 / 서태평양의 항해자들(3) / 2024.11.17 / 손유나
제14장 도부에서의 쿨라 – 교환의 기술적인 문제
의례적인 선물 교환
쿨라 원정대가 목적지의 해변에 도착하면 환영 행사와 함께 첫 번째 선물이 원정 대장에게 수여된다. 이후에 각각 해산하여 자신의 거래 파트너에게 목걸이를 전달한다. 전달 방식은 철저하게 의례적이다, 소라고동 나팔이 연주되고, 장유의 순서로 진행되며, 목걸이는 나무에 매달아 장식을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운반된다. 그리고 ‘보물을 던지다’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주는 쪽은 억지를 주는 것처럼 화난 듯이 주고, 받는 쪽은 하찮은 걸 받는 양한다. 이 태도까지도 의례의 일부이다. 저자는 이 태도가 자신을 우위에 두고자 하는 인간의 본래 근본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물의 종류
최초의 선물인 바가(vaga), 마지막 보답 선물인 요타레(yotile), 요타레를 바로 주지 못할 때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중간 선물인 바시(vasi)가 있다.
만약 어떤 이가 요타레(보답 선물)의 의무에 묶이지 않은 귀한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간청의 선물을 받게 된다. 간청의 선물로 음식인 포카라(pakala), 도끼날 허리띠인 카리부투(kaributu)가 있다. 소유자는 선물에 응할 의사가 있다면 선물을 받고, 아니라면 받아서는 안된다. 받는 사람이 매우 만족했다면 만족의 표시로 콰이포루라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쿨라와 함께 도는 물건
므와리(조개팔찌)와 동반하여 도는 별도의 물건이 있다. 활처럼 굽은 멧돼지의 어금니인 도가(doga), 고래뼈로 만들고 조개로 장식된 주걱인 보수(bosu), 척추 조개로 만든 띠가 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소우라바 목걸이와 많은 하위 종류가 있다. 이 물품 중 므와리, 소우라바, 도가는 주문 속에 거론되는 중요 물품이이다. 최근 들어서 도가는 거의 사라졌다.
선물이 불만족스러울 때
쿨라는 선물이고, 받는 사람은 반드시 답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등가 거래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지켜야 하는 격식과 예절이 있다. 원정을 와서 선물은 받은 자가 선물에 대해 불만족스러울 때, 그 사람은 생산지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아픈 척하면서 카누에 머문다. 그러면 선물을 주는 쪽은 추가 선물을 주거나 사람을 꾀어내는 퀴이가파니 주문에 의지한다. 일반적으로 쿨라는 등가교환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자의 면전에서 미흡한 선물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뒤에서 험담을 하고, 관계망을 타고 상대방도 알게 된다. 감정 갈등이 심해지면 주술사를 고용하여 상대에게 저주를 내릴 수도 있다.
세 겹의 관계
쿨라와 함께 교역도 이루어진다. 원정대는 쿨라 파트너가 아닌 다른 원주민과도 교역할 수 있다. 단 반드시 쿨라가 행해지는 사회의 구성원이어야 한다. 원주민들과 세 겹의 관계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쿨라 파트너, 두 번째는 교역(kimwali)를 수행하는 쿨라 파트너는 아닌 지방 거주자, 마지막으로는 지방 거주자를 통해 간접적인 거래를 하는 낯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