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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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의 항해자들](3)후기 – 쿨라 사람들의 미덕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11-19 19:57
조회
19
서태평양에서 쿨라 교역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그들은 정해진 방식에 따라 관계를 맺는데 ‘한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수는 그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따라 달라진다.’(최수정 선생님, 11장 발제 중)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민족에 대한 적대를 품고 있지만 쿨라 교역에서는 적대를 바탕에 둔 환대를 발견할 수 있다. 친해지자고 하는 환대가 아니고 상대에게 잘보여야 하기 때문에 환대한다. 그래야 더 많고 좋은 선물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잘보이려 애쓸까? 말리노브스키의 글을 읽다보면 쿨라 지구의 모든 원주민들은 하나같이 위세 경쟁이 대단하다. 이곳에선 겸손이 미덕이 아니라 잘난 척을 해야 긍지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오선민 선생님의 표현으로는 ‘누구도 나만큼 잘할 수 없을 거야!’ 이런 마음이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욕먹을까봐 꺼내기 힘든 말이다.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경쟁적인 쿨라 원정(우바라쿠)에 참여하는 원주민들은 카누의 미관을 놓고 서로 겨룬다. 자신들이 입수한 물건을 과시할 때도 경쟁하고, 밭을 경작하는 농부들이 생산된 작물은 다 남 줘도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농부만 받는 칭호를 획득하려 경쟁한다. 내가 잘난 척을 우려했던 것은 나의 행동에 대한 남들의 평가였다. 원주민들 역시 남들의 평가가 중요한 것처럼 쓰여있지만 그것에 앞서 스스로에게 자신만만하고 당당하다는 것이 전제 되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다. ㅠㅠ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경쟁에서 질 때도 있을텐데. 누가 이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이기고 싶은 이유가 더 많이 주고 싶어서 그래서 나의 명예가 드높아 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뭔가 계속 돌고 도는 것 같다.
쿨라 원주민에게 볼 수 있는 사회적 규약(social code)은 타고난 소유욕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부는 사회적인 지위의 불가결한 부속물로, 소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자 개인의 미덕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쿨라의 원주민에게 어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한 것으로, 쿨라 문화권에서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관대함이라는 도덕적 가치는 원주민의 행위를 규제한다. 원주민들은 받은 물건에 대한 등가의 물건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나 선심을 가장 많이 쓰고 싶다는 경쟁심에 자신의 관대함과 상대의 인색함을 비교하며 불만을 가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서로 싸우거나 상대에게 이익을 얻어내려고 하는 경향이 없는데, 이는 선물은 관대해야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보나 선생님 2장 발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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