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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동화 인류학 에세이] 하늘 가까이, 한 겨울의 푸른 생명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07-24 17:50
조회
129

동화인류학(최종)/24.07.24/최옥현

 

하늘 가까이, 한 겨울의 푸른 생명

 

겨우살이는 황금 가지라고 불리는 나무 기생식물이다. 약초꾼들이 겨우살이를 채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투브에서 찾아 보았다. 그들은 눈에 발이 푹푹 빠지는 높은 겨울 산을 오르며 겨우살이를 찾아 길 없는 길을 헤매인다. 겨우살이는 해발 700m 이상에서 자라는데 헐벗은 가지들 사이로 난 푸른 잎은 경탄을 자아낸다. 모두가 잠든 설산에 겨우살이의 가지만이 푸른 생명력을 터트리고 있었다.


고대인들이 겨우살이에 주목한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겨우살이는 하늘과 가까운 참나무의 꼭대기에 서식하는데 그 생명력은 겨울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력은 꺼지지만 신의 생명력은 영원하다. 그래서 겨우살이는 신의 생명력을 나타내며, 참나무가 신이라면 겨우살이는 신의 심장이다. 또한 인간과 신의 경계에 있는 샤먼처럼 겨우살이는 땅과 하늘의 경계에 위치한다. 그래서 땅의 치우침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드루이드들(갈리아인들이 자신들의 마법사에게 붙인 이름)은 겨우살이와 그것이 기생하는 나무인 참나무를 더없이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참나무는 이들에게 성목이며 참나무의 잎이 없이는 그 어떤 종교적인 의식도 행하지 않았다. 드루이드 교도들은 겨우살이를 신이 선택한 나무의 징표로 여겨서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는 나무를 신성시했다. 그들은 겨우살이가 천둥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오랫동안 믿었다. 겨우살이가 무엇보다 더 하늘에 가깝기 때문이다.


참나무에서 겨우살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지만, 겨우살이가 발견되면 그들은 호화찬란한 종교 의식에 따라 그것을 따 모은다. 이 종교 의식은 높은 겨울 설산에서 행해졌을 것이다. 이들은 한 번도 뿔이 묶인 적이 없는 두 마리의 흰 소를 끌고 온다.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어린 소가 필요하다. 흰 법의를 입은 사제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황금 낫으로 겨우살이를 베어내면 밑에서 흰 보자기로 신성하게, 땅에 떨어지지 않게, 그것을 받는다. 그리고 겨우살이 선물을 내려주신 신에게 이 약초가 효능이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면서 소를 죽여 제물로 바친다.


오랜 시간 많은 부족들은 겨우살이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병의 징후가 심각한 자에게 사용했고 만성 질환의 치료, 독의 해독, 사춘기 아이들의 정신 질환, 간질, 저혈압, 혈관 확장, 강심의 목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가축과 여자들에게 수태를 시키는 힘이 있는 식물로 여겨졌는데 신의 생명력을 겨우살이가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항암,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치료에 쓰이며 독성이 없어 차로 우려 마신다.

북유럽 발데르(오딘의 아들) 신화에서 겨우살이는 발데르를 죽이고 라그나뢰크(우주의 재난)를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위험한 놀이에서 발데르만이 상처를 입지 않는 것에 화가 난 로키(라우페의 아들)는 겨우살이를 꺾어 발데르의 친형인 장님 호드르에게 던지라고 전해준다. 호드르는 겨우살이를 손에 쥐고 로키가 말해주는 방향으로 그것을 던지자 발데르는 그 나뭇가지에 몸이 꿰뚫려 땅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겨우살이를 참나무에서 꺾었다는 자체가 신의 생명을 뺏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신의 나무에서 나온 겨우살이만이 신의 생명을 뺏을 수 있다라고 해석되기도 하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영상에 피디가 약초꾼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소득 없이 산에서 돌아오다가 약초를 발견하시면 어떤 기분이세요?”, 약초꾼은 바로 산신령님께 감사하죠한다. 나는 그가 뛸 듯이 기쁘죠! 대박이죠!’ 이런 말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손에 자연의 귀한 선물이 놓인 상황은 고대인이나 현대인이나 똑같을 것이다. 현대인이 그것이 내 손에있음을 감사한다면, 고대인들은 그것을 주심에 감사하였다. 이런 한끝의 차이가 많은 다름을 생성하였다. 현대인들은 내 손에 넘치게 가지려 하였고, 고대인들은 주심을 향해 한없는 찬사와 숭배를 보낸다. 신이 주신 겨우살이의 형태적, 생태적 특이성을 잘 관찰하여 필요한 자들에게 나누는 것이 그들의 의학과 과학이었고 윤리였다. 그리고 귀한 겨우살이를 주심에 대한 감사가 그들의 종교이자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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