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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나무의 신화] 숲, 야생의 성소

작성자
기헌
작성일
2024-07-10 18:09
조회
145

몇 년 전 지역 마을 지도에 있는 숲속 서낭당 신목(神木)을 찾아보자며 혼자 숲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과거 40~50여년 전에는 이 산속에 마을이 있었고, 그 산 너머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통과하여 도시로 가곤 했었다. 내가 찾았던 당시에는 마을이 없어진지 꽤 되었던 것 같고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었다. 지도를 보며 숲속에 혼자 우두커니 있을 그 나무의 존재가 궁금했다. 호기심에 겁 없이 나섰던 나는 그 날 숲에서 신비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숲으로 조금 들어갔을 때 경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곳은 내 세계가 아닌 남의 세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조금 더 걸으니 인기척을 느낀 노루들이 놀라 도망치고, 종을 알 수 없는 큰 새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낮게 날아서 내 쪽으로 오는 듯하더니 이내 방향을 돌렸다. 식은땀 나는 경험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언덕을 지나면 서낭당이 나올 것 같은데 발길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아 산을 내려왔다.

나무의 신화는 자연학에서 발견되는 식물들의 능력을 이야기한다. 식물들은 기억 능력과 감성이 있음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나무의 나이테에서 나타나는 동심원이 기억의 특별한 형식을 부여받은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식물들이 씨앗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 발달린 동물과 사람을 이용하고, 스스로 땅으로 떨어져 땅에 박히는 드릴이 되기도 하고, 깍지가 열리면 씨앗이 튕겨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바꾸어왔다. 사람들은 전통적인 정신 양태에서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이 책에 따르면 나무들은 영혼을 지니고 있고, 어떤 나무들은 신성한 최상의 영혼을 지닌다. 내가 숲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그 오묘한 기분은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감응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성을 상징하는 숲은 과거부터 사람들이 머물러, 숲을 숭배할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었다.

고대 신앙이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던 켈트족의 브르타뉴 지방에서 숲은 조상의 무덤이 결집되어 있는 성소로 죽은 모든 사람들의 무덤을 보호하고 후손들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성림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고대에는 울창한 참나무로 뒤덮인 숲으로 침략자를 피해 피난민들과 성인들이 들어왔다. 술이 내뿜는 신비한 공포감에 사로잡힌 그들은 자신들을 구원해줄 숲에서 은둔했다고 한다. 시인이자 예언자인 멀린은 숲에 은신하였는데, 사회 집단에 염증을 느껴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숲을 떠났다. 멀린은 숲에서 예언력을 얻고 요정의 샘에서 광기를 치료받는다. 샤먼처럼 완전한 힘을 소유하게 된 멀린은 소나무 맨 꼭대기에서 최상의 앎에 도달하고 그곳에 살게 된다.

초자연적인 특징을 보이는 몇몇 나무들은 제의의 대상이 되었고, 다른 모든 나무들은 각자 자기의 고유한 본질에 어울리는 영혼, 즉 변신하는 요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와 요정을 동일시하여 이들이 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요정들이 변신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살펴보면, 모든 의미의 중심이 되는 자연을 읽고, 인간이 다른 종들과 맺는 관계와 그 각각의 정확한 용도를 해석할 수 있다.

 

숲의 어두운 힘

258 그리스도교에서 사바의 사탄은 이마 중앙에 눈 하나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깊은 숲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세력, 즉 본능적이고 어두운 힘의 세력을 상징한다. 나무 인간, 퀴클롭스 그리고 이들을 상기시키는 판 신

-숲의 요정, 엘프, 루틴, 레시, 루살키 코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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