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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

만물에 깃든 영을 보다 

 

[나무의 신화](1) 후기 – 우주목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사유한다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07-10 23:12
조회
154

나무의 신화(1) 후기

 

우주목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사유한다

 

2024.7.10. 최수정

 

 

자크 브로스는 나무의 신화의 서문에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pensée sauvage”로부터 근본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야생sauvage이란 말은 을 뜻하는 실바silva에서 유래하므로 나무들은 살아 있고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인간의 영혼과 다른 것들의 영혼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그 영혼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제자리에 위치해 있음이 그것들을 성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제자리를 일탈했다고라도 생각하게 되면 우주의 전체 질서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한길사, 62)

 

기도, 자기 해체

나무 신화는 애니미즘 세계를 더욱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 <나무의 신화>는 동물 신화보다 정주형 신화에 가깝다. 신성한 숲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무재생과 순환의 관점으로 생명력에 대한 상상을 한다.

애니미즘 세계에서 들은 이전하고 분유하고 일체화하는 유동적 존재다. 나무 신화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돌려 받는다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케노시스, 자기버리기, ‘기도와 같은 겸손과 삼가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자기를 해체한다. 자기다움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개인의 개성을 버리고, 열락, 엑스터시, 쾌락을 통과해서 자기를 지우며 생명충동으로 들어간다.

나무의 신화는 인간이 만물과 관계 맺음의 시작을 나무라고 본다. 우주목은 나무의 습성에 주변관계 요소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물, , 버섯 등이 연결되어 한없이 확장되는 세계를 깨닫게 한다. 최옥현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대로 고대인들은 몽상을 통해 우주에 대한 직관적 이해와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이해와 인간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지식을 만들어 갔다.’

나무 신화는 동물담보다 풍경을 더 많이 파악하기를 요구하며 우리의 상상적 공간을 무한히 넓힌다. 무한한 우주와 연결됨을 경험하게 하고, 인간을 고립에서 풀려나게 한다.

 

대지의 한가운데서

신성한 우주목은 세계의 중심에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주목은 삼세계를 가로지고 있는데, 뿌리는 지하 깊숙이 박혀 있었고 가지들은 천상에 닿아 있었다. 대지 한가운에서 나무는 땅속과 하늘을 연결하며 땅 속에서 길어 올려진 물은 수액이 되고, 태양은 잎과 그리고 열매를 생겨나게 하였다. 이 나무를 통해 하늘에서 불이 내려왔고 나무는 구름들을 모아 비를 내리게 하였다. 곧게 뻗은 나무는 천상과 지하의 심연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고, 이로써 우주는 재생될 수 있었다. 뱀은 나무의 뿌리를 휘감고 있었고, 새들은 가지 위에 앉아 있었다. 신들도 이 나무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죽은 자들이 사는 곳에서 나온 지하수에서 모든 생명이 태어난다

게르만 신화의 이그다르실은 모든 나무들 중에서도 가장 크고 훌륭한 나무다. 가지들은 세상 위로 뻗어 나가 하늘에 닿아 있었다. 세 개의 뿌리는 계단식으로 배열되어 있어 오르내릴 수 있다. 세 번째 뿌리는 죽은 자가 머무르는 곳인 니플하임에 닿아 있고, 이 뿌리 근처에는 대지에 물을 공급하고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 모든 강물의 원천인 흐베르겔미 샘이 솟아 나고 있었다.’ 죽은 자들이 사는 곳에서 나온 지하수에서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다. 상호 연결된 삶과 죽음의 재생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중첩된 관계를 사유한다.

 

우주목을 타고 내리면서 우주목을 경험한다

나무 신화의 근친상간은 엄마에게 나왔는데 다시 엄마로 돌아가, 자기 삶의 기원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자기 해체 또는 분해되어 땅으로 돌아간다. 나무 신화는 나의 파괴를 수반하는 방식으로만 재생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자크 브로스는 나무의 신화에서 게르만 바이킹 신화를 가장 먼저 썼다. 왜냐하면 오딘의 신화는 나무신화의 완성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성된 신화가 맨 앞에 나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게르만 신화의 우주목 이그다르실은 나무의 재생신화가 문자의 상상력과 결합되어 있다. 문자는 패티시’(물건). 영력을 조절하는 도구다. ‘문자를 얻은 오딘은 전쟁의 신이다. 또한 문자를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이 바이킹, 약탈자, 땅이 없는 사람들이다.

오딘의 신화는 신들의 황혼”, “라그나뢰크”, “힘의 운명이 도래하며 종말을 맞이한다. 이는 전쟁으로 상징되는 힘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게르만 우주목 신화는 해체와 재생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만물에 깃든 영들의 세력 다툼으로 힘들의 파괴, 해체가 일어난 분해의 세계에서 재조립되며 재생이 시작된다. 최고의 영력 도구인 문자의 고정된 개념 형식으로 수렴된 에너지를 풀어 해쳐 다시 되돌려리는 기도 또는 희생제의의 이야기가 아닐까.

전체 1

  • 2024-07-11 08:56

    같은 수업을 들어도 이해도 차이가 많이 나네요 ㅋㅋㅋ 나무의 신화 수업 감동이었고, 수정샘 후기도 감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