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데스콜라 『자연과 문화의 저편』] 3장 대분할(1/10)
거북이 잉글리쉬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의 번역입니다. 오선민 선생님, 이종은 선생님, 이유진 선생님, 조재영 선생님, 최경미 선생님, 최옥현 선생님, 윤연주가 함께 번역했습니다.
□ 책의 목차
Ⅰ. 눈속임하는 자연
1. 연속성의 구성
2. 야생과 길들여진 것 유목의 공간들 / 정원과 숲 / 밭과 논 / 들과 숲 / 목동들과 사냥꾼들 / 로마의 풍경, 허시니아의 숲, 낭만적 자연
3. 대분할 풍경의 자율성 / 퓌시스의 자율성 / 창조의 자율성/ 자연의 자율성/ 문화의 자율성 / 이원론의 자율성 / 세계의 자율성
Ⅱ. 관습의 구조
4. 관습의 스키마 구조와 관계 / 익숙한 것을 이해하기 / 스키마티즘 / 차이화, 안정화, 유추
5. 자기와의 관계와 타인과의 관계 식별의 양식과 관계의 양식 / 타자는 나
3 거대한 분할
풍경의 자율성
자의적일지 모르지만, 나는 몇 년 전 루브르 박물관 갤러리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 발견한 작은 그림과 현대적 자연 개념의 출현을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전시회를 위해 그림 수장고에서 잠시 발굴되었다가 다시 반환된 이 작품은 전시회 카탈로그 표지에도 등장할 만큼 단기간에 유명세를 떨쳤다. 이 그림은 배경에 넓은 계곡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바위 계곡이 펼쳐져 있고, 작은 숲과 잘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농장 사이로 강이 감아 흘러 넓은 사행으로 구불구불한 모습을 보여준다.(그림 1) 뒤에서 보면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 사이로 작게, 왼쪽 아래 구석에 한 인물이 앉아 있다. 망토를 두르고 깃털 달린 모자를 쓴 그는 눈앞에 펼쳐진 실제 풍경을 스케치하느라 바쁘다. 플랑드르 출신의 예술가인 롤랜드 사베리Roelandt Savery는 1606년경 서부 보헤미아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자신을 재현하고 있다. 프라하 궁정에서 공식적으로 ‘풍경화가‘로 분류된 사베리는 처음에는 황제 루돌프 2세를 위해, 그 다음에는 루돌프의 동생 마티아스를 위해 일하면서 알프스와 보헤미아를 돌아다니며 자연 그대로의 놀랄 만한 장소를 스케치하는 임무를 맡았다. 암석 배치의 모습, 다양한 부조 국면의 정확성, 그리고 들판, 도로, 집의 상황 등을 보면 이 그림은 산의 수직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 짧게 표현했지만 원근법으로 본 실제 풍경을 재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세이버리Savery의 예술가가 있는 산악 풍경은 서양 회화 역사에서 처음으로 풍경을 표현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장르의 기원을 북쪽 예술가들이 원거리 풍경을 담아내는 ‘실내 창문‘을 발명한 15세기의 전반으로까지 추적한다. 거기에서 그림의 주요 주제는 일반적으로 어떤 건물의 내부에 설정된 한 성스러운 장면으로 남아 있지만, 배경에 있는 창이나 아케이드는 작은 그림의 크기 안에 설정된 세속적인 풍경을 분리시키고 전경의 인물들에 의해 구현된 종교적 주제로부터 그것(세속적인 풍경)을 분리시켜 통일성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중세 화가들은 환경으로부터 추출한 요소들을 불연속적인 공간 안에 흩어진 수많은 아이콘을 성스러운 이미지(성화, 성스러운 그림)로 다루면서 그것들을 상징적이고 교화적인 목적에 종속시켰다. 대조적으로, 실내 베두타veduta는 이런 요소들을 하나의 균질한 전체로 구성하며, 그 전체는 예술가에 의해 묘사된 기독교 역사의 에피소드와 거의 동일한 위엄을 얻는다. 그런 다음 필요한 모든 것은 창의 크기를 전체 캔버스 크기로 확대하는 것이었으며 그래서 그림 속의 그림이 재현의 실제 주제가 되었고 종교적인 참조가 사라지면서 진정한 풍경으로 꽃을 피웠다.
뒤러Dȕrer는 아마도 1490년대 무렵에 그린 젊은 시절의 수채화와 구아슈에서 이 과정을 최초로 완전히 발전시킨 사람일 것이다, 동시대 파티니르Patinir가 자연을 성스러운 장면의 배경으로서 재현하는 일종의 핑계로 삼아 성스러운 장면을 장인의 솜씨와 합치시킨 유명한 풍경화를 남긴 것과 달리, 뒤러는 인간의 형상이 사라진 실제 환경을 그렸다. 하지만 뒤러의 수채화는 개인적으로 스타일을 연습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들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풍경을 포착하고 재현하는 방식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 뒤러는 50년 전에 알베르티Alberti가 체계화한 선형 원근법의 수학적 기초를 마스터한 게르만 세계 최초의 화가이기도 하였다. 풍경화가 자율적인 장르로 부상한 것은 새로운 원근법perspectiva artificialis 규칙에 따라 구성된 것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대상의 위치와 대상이 배치된 장은 이제는 관객의 시선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관객의 시선은 마치 투명한 창문을 통해 동시에 무한하고 연속적이며 균질한 외부 공간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파노프스키Panofsky는, 그 유명한 에세이에서 15세기 초중반에 선형 원근법이 발명되면서 어떻게 관찰자와 세계 사이에, 관객의 시점과 이제 체계적으로 구성된 공간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도입했는지 보여 주었다. 새로운 관계에서 사물과 그것을 분리하는 간격들은 이음매 없는 연속 안에서의 단순한 비례적인 변형물이었다. 고대에 사용된 축소 기술은 재현된 사물들의 질서 있는 변형에 의한 형태 인식의 주관적 차원을 복원하도록 설계되었지만, 그것들이 놓인 공간은 불연속적이고, 말하자면 잔유물로 남겨졌다. 대조적으로, 현대적 시점은 심리생리적인 인식의 제약을 피하기 위하여 수학적으로 건설된, 비례적인 공간에서 완벽하게 통합된 세계의 응집력을 회복하도록 목표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이러한 새로운 ‘상징적인 형태’는 파노프스키가 능숙하게 밝혀낸 역설을 나타낸다. 그러나, 선형원근법의 무한하고 균질한 공간은 임의적인 시점에서 즉 관찰자 시선의 방향에서 시작하는 축에 따라 구성되었다. 그러므로 주관적 인상은 인식의 현상적 공간을 수학적인 공간으로 바꿔놓는 경험의 세계를 비례화하는 출발점으로써 작동한다. 그러한 ‘주관성의 객관화’는 이중적인 영향을 생산한다. 그것은 사물의 자율성을 사람에게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인간과 세계 사이의 거리를 만든다. 이것은 주체에게 새롭게 정복한 외면성의 조직화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부여하는 것처럼 외부 우주를 체계화하고 안정화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선형원근법은 재현의 영역에서 현대 이데올로기의 특징이 된 개인과 자연사이의 모종의 대립 가능성과 풍경화가 예술적 표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립했다. 그것은 실제로 대면, 즉 어디에서 보는가 하는 새로운 위치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투사면은 사물들에게 거리를 부여하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보여주는지는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를로 퐁티(Merleau-Ponty)가 말했듯이 ‘반대로, 그것은 우리 자신의 관점을 다시 언급하고, 사물에 대해서는, 그들은 어떤 생각도 따라올 수 없는 거리로 도망친다.’
세이버리Savery는 그의 시대보다 몇 세대 전에 시작된 이 혁명의 계승자였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그의 그림은 혁신적이다. 그의 주제와 기법 모두 16세기 후반부라는 이른 시기에 산악 풍경으로 유명했던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의 영향을 반영한다.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뒤러의 수채화와 알트도퍼Altdorfer의 한두 장의 인상적인 판화를 제외하면, 대 브뤼겔의 고산 풍경은 풍경에서 인간을 지우거나 그들의 노동만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초기의 회화적 재현(표현) 중 하나이다. 그러나 브뤼겔의 많은 풍경화가 자연에서 온 스케치를 자유롭게 해석한 상상적 구성인 반면, 세이버리 드로잉은 실경 장면을 매우 충실하게 재현한 것 같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은 세이버리는 파노프스키가 공식화한 원근법의 역설을 논리적 결론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브루겔이 풍경화에서 인간을 배제함으로써 객관적인 자연에 의미와 일관성을 부여하는 주제의 겉모습(외형)에 단순히 주목했던 곳에서, 세이버리는 이 주제를 회화적 재현으로 재도입하는데, 그가 자기 자신을 발견한 공간이 그 자체로 관객의 시선에 제공되는 공간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림 안에서 화가가 그림 그리는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공간을 객관화한 것이다. 왜냐하면 후자(관람객)에게 제시된 원근법의 시점은 그림의 왼쪽으로 이동해서 협곡의 바로 중심축에 위치해서 바쁘게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시점과는 같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풍경화는 현실의 이중적인 객관화를 보여주고, 인간이 대상들에게 등을 돌리는 시선 덕분에, 자연과 세계가 자율적인 대상으로 생산된다는, 말하자면 작동 방식을 되 비추어주는 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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