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반 일리치 Ivan Dominic Illich

공생의 삶을 생각하다

 

[학교 없는 사회] 7장_공생적 제도, 성장을 위한 교육 환경

작성자
보나
작성일
2024-07-11 17:51
조회
58

공생적 제도, 성장을 위한 교육 환경


이반 일리치에 의하며 인간은 배우며 성장한다. 그런데 이때 성장은 제도의 생산품을 많이 축적해서 부를 늘리는 산업사회의 목표인 양적 증대가 아니라 배움을 통한 개인의 질적 성장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듯이, 배움과 성장은 함께 간다는 것. 배움 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이 말은, 질적 변화가 없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배움의 장에서 계획된 산업사회의 척도인 의무 교육과정의 이수와 졸업장의 여부는 질적 성장을 재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질적 성장을 재는 잣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의 질적 변화는 미묘한 분위기나 느낌의 차이로 감각되거나 어느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함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열등감과 좌절감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이가 스승이 되고, 모든 곳이 나를 성장시키는 배움터가 된다. 일리치는 이를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 상호 의존성을 배우며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창출하는 공생적 제도(convivial institution)’라고 부른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는 일방적 가르침을 강요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만, 우리를 성장시키는 데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세에서 공부하는 나에게도 때때로 이런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일리치의 말대로 이를 표현할 방식과 언어를 갖지 못해 고군분투 중이다. 학교화된 사회에 의존해 자율성을 잃은 나는 이러한 배움과 성장의 즐거움과 충만함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과 의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왜 이렇게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지,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책을 읽고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써야 하는 괴로움이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것인지! 학교화된 사회 안녕~무기력함이여 안녕~우리는 탈학교화된 사회에서 열등감과 좌절감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배움의 즐거움과 여유를 만끽하는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7장에서 자연의 선함을 믿으며 자연의 선의와 은총, 본능에 의존해서 서로를 살리며 공생공락(共生共樂)하며 살아가는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의 부활을 꿈꾼다.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이란 결과와 목적에 상관없이 성장과 배움을 향한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즐기며, 우연한 배움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적 리더를 의미한다. 학교화된 사회에서 인간은 산업사회의 의도에 따라 자신의 본성과 필요, 한계를 모르고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끝없는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도구로써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리치에 의하면 제도에 의존해 자율성을 잃은 현대인의 역사는 판도라의 신화의 왜곡에서 시작되어 제도를 통해 세상에 만연한 악을 가두려고 애쓴 프로메테우스의 역사라고 말한다. 그런데 고전기 그리스인들이 신화를 각색하기 이전의 원본에서 판도라는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는 모든 재앙(혼돈, 무질서)을 담은 항아리와 함께 이 땅에 보내진 대지의 여신이자 희망의 수호자였다. 이러한 신화의 각색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자연의 선함을 믿는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계획과 통제에 의한 결과에 의존하는 기대만 증폭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대는 우리가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을 생산해주리라는 예측되는 과정으로부터 만족을 얻기를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자연은 의도나 목적 없이 선물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의도와 계산이 전제되어 믿음을 주지 못하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간은 자연을 자신과는 무관한 단지 자신의 두려움을 막고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착취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탐구과제) 판도라 신화를 재해석하는 것이 어떻게 탈학교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 더 생각해보고 싶다. 각색된 신화에 의해 자연의 선함을 믿지 못하는 타락한 인간상과 퇴행된 의식의 결과의 구체적인 모습과 배움과 성장을 통해 변화된 인간상과 의식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