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 Ivan Dominic Illich
공생의 삶을 생각하다
[학교 없는 사회] 새로운 네트워크
새로운 네트워크
『학교 없는 사회』에서 이반 일리치는 학교화된 사회가 의존적이고 무능력한 소비자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학교교육에 의해 조작된 사람들은 제도가 만든 가치에 중독되어 스스로 성장하려는 동기도 잃어버렸다. 이반 일리치는 이러한 사회의 해방이 교육 구조의 전복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6장에서는 학교교육 대신 자발적 배움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제도를 제안한다. 자발적 배움에는 정보와 비판적 조언이 필요하다. 정보는 사물에 접근할 내 결심과 나에게 자신의 정보를 나눠줄 사람의 동의로 얻을 수 있다. 비판은 나와 일치하는 관심을 가진 동료와 나에게 나눠줄 연장자의 경험이 있을 때 얻을 수 있다. 이 네 가지 학습 자원으로 기회의 망, 즉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탈학교화가 가능하다.
1. 이반 일리치는 좋은 교육 시스템은 누구나 차별 없이 학습 자원에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배움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고, 공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제도는 열린 공간이 되어 학습자가 배움에 접근하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특히 사물이라는 학습 자원에의 접근은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학습용 자료 네트워크에 자금 조달을 위해 연령대에 맞춰 제한된 자격을 부여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모든 학습 자료와 도구에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자금 조달 때문에 연령대 조건과 제한된 자격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가능한데 왜 꼭 제한을 두지 않고 모두에게 접근하도록 열어두어야 하는지, ‘누구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173)
2. 이반 일리치는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런 자유를 교육에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음기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자유로운 표현의 기회를 주고 더불어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지역에서는 제도의 지원을 받은 자발적인 마을미디어 등이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제도의 지원이 끊어지자 생존의 방법을 찾기도 어렵게 되었다. 제도를 바꾸는 네트워크의 생성은 제도의 지원 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자금의 지원 없이는 네트워크의 생성도 어려워진 현실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고 표현과 집회와 보도의 자유를 만들어야 할까?(159)
3. 이반 일리치는 우리 사회가 자격증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교사를 검증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교육 제도 바깥에서 롤 모델을 찾고, 조언을 해줄 연장자를 찾아갈 때는 선생이 될 만한 사람들은 스스로 뛰어나다거나 기술 모델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아야 뛰어난 지혜를 가졌다는 주장이 사실로 들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의 실력을 검증하고 그를 신뢰할 수 있을까? 게다가 독립 교육자는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능력과 네트워크 이용법을 안내하는 능력, 즉 교육 행정가와 교육 상담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화된 사회에서 자격증이나 졸업장을 근거로 이들을 검증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 제도에서는 단지 인간성에 대한 신뢰나 학습자의 설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면 학교화된 사회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인간성 회복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격증을 대신할 실력의 검증과 신뢰는 인간성 회복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할 때 이 순환 고리는 거꾸로 탈학교화과 인간성 회복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우선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4. 이반 일리치는 학교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 자발적인 배움에 대한 동기조차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교육이란 공동체 안에서 그 공동체가 축적해온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를 이미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에 의존하는 활동”이라고 말한다(48쪽). 제도가 목적 지향으로 계획한 교육 과정에 의해 조작되는 대신에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배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호의존으로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학교 바깥에서 독립된 교육자를 찾거나 자신에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동료를 찾는 방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용되고 있다. 이반 일리치가 말했던 네트워크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개인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르침과 배움이 상품이 되어 학교 바깥으로 나온 것이다. 이것을 제도의 지원을 받는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로 전환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도로 가는 통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 전복을 원한다면 어떤 시도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