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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일희일비(日喜日悲) 스톡홀름 Life] 노란 소책자

작성자
Yeonju
작성일
2024-12-16 13:10
조회
112

노란 소책자

 

              유럽의 12월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과 장식을 때면, 차가운 칼바람과 만나는 눈은 시리도록 춥지만 마음은 왠지 행복한 느낌이 드는 시기다. 게다가 스톡홀름은 노벨상 주간이 12 초에 포함되어 있어 조용하던 작은 도시가 외국에서 기자나 방문객들로 아주 조금 인터네셔널해지며 소란스러워진다

              어느 퇴근 우편함을 열었는데 30페이지 정도 되는 노란 작은 책자가 들어 있다. 크리스마스라 교회 같은 데서 보냈겠거니 하고 집에 와서 다른 물과 함께 확인을 하는데, 총을 여자 군인이 가운데에 늠름하게 있는 그림 아래에 스웨덴어로 위기 전시에 대비하여 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얼른 책자를 열어 읽어보니, 위기 정도에 따른 사이렌 경보 종류, 집에 갖추고 있어야 것들, 전시 대피소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내용이 수신인 최연주를 향해 책자에 포함되어 있었다. 갑자기 전쟁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아마도 전쟁 중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료들, 정세 불안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가지 못하는 이란 출신의 동료, 배급표를 받아 커피를 마셨다는 동유럽 동료들의 얘기가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으로 급하게 여기저기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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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사람들의 응답은 마치 조간 신문을 받은 것처럼 차분했다. 주로 러시아의 침략을 대비해 스웨덴에서는 오랜 기간 이러한 자료를 발간해왔고, 이번 책자는 5 만에 업데이트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이나 위기가 발생하면 대피해야 하는 곳과 거기서 1주일 정도는 버틸 있는 모든 준비가 이미 되어 있기 때문에, 책자를 읽고 새롭게 실천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주었다

              영어로 책자를 주문하고, 읽어보니 매년 3, 6, 9, 12 첫째 월요일 오후 3시에 경보 사이렌 테스트를 하며, 개개의 경고 소리에 대한 설명과 필요한 행동 요령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1분간 짧은 경보가 지속되면 공습경보이니 창문이 없는 실내로 대피하고, 30초간 경보가 지속되면 위기 상황이 해제되었다는 뜻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설명은 비상식량의 경우, 보관 가능한 고단백 고지방의 음식을 평소에 장을 한두 개씩 확보를 해서 저장을 하고, 화장실의 경우 대처 요령, 식수도 기본적으로 매일 3리터씩 일주일은 버틸 있도록 확보하되, 여름에 단전 시를 대비해서 얼려놓기도 하라는 굉장히 상세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었다. 애완동물 관련한 대처법도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는 걱정이 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기록되어 있었다책자에 나온 위기에는 전쟁뿐 아니라, 전염병, 기상악화로 인한 재난, 테러 공격, 심리전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휴전 상태인 한국에서는 당장 위기가 발생하면, 어디에 가야하는지, 먹을 것은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았었다. 아마도 이런 준비를 스웨덴에 사는 모든 사람 (외국인 거주인 포함) 평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다가온다는 여러 뉴스에 대해 시민들이 냉정하게 팩트만 있는 마음가짐이 되는 같다

국가 위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때에도 항상 고객사에서 어떤 정보가 들어오면 스웨덴 출신 임원들은 3개의 다른 소스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본사 보고 자료로 포함하던 모습이 갑자기 오버래핑되며, 3개의 소스를 확보하기엔 부족한 나의 스웨덴어 정보 채널이 무력하게 껴졌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스웨덴어를 진지하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전체 3

  • 2024-12-17 21:01

    마음이 철렁하셨겠어요. 노란 소책자. . 하루하루 정말로 생존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며 살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의 감사함을 깊이 새기게 됩니다. 언어가, 생존의 필수가 되는군요. . .아. . .


  • 2024-12-20 16:03

    휴전중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전쟁에 대한 공포감은 지금 제게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계신 연주쌤께서 전쟁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더 절감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의 평온함이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 2024-12-21 18:09

    전쟁이 난다면.. 한국도 12.3 전쟁에 버금가는 일이 벌어질 뻔했지요.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하루 3리터*7일=21리터의 물, 단백질 등. 비상 상황,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이랄까. 이런 일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노란 책자에 깜짝 놀랐을 연주샘, 그러나 다들 조간 신문 펼쳐든듯 반응도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