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일희일비(日喜日悲) 스톡홀름 Life] 새해약속
Yårslöfte (새해약속) – 通
연말과 새해를 한국에서 가족들과 잘 보내고 스웨덴으로 도착했다. 작년까지는 한국에서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에 대해 생각해보고 새해 결심을 가족들과 이야기해보았는데, 올해는 정신없는 한국 상황에 2025년 나를 생각해볼 마음의 여유를 전혀 갖지 못하다가, 돌아오는 37시간 동안 (3시간 연착 포함) 책 2 권을 읽으며 올해 결심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타인과 통하기
아마도 아침 낭송을 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 각자 개개인마다 어떤 개념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 아침 낭송은 삶을 더 정성껏 살고 싶은 선생님들이 정해진 책을 같이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다른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함께 읽은 구절에 대해 다양한 생각의 전개를 들으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생님들이 부러워질 때도 많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것에 대해 ‘틀렸다, 맞다, 다르다’라는 판단보다는 오롯이 그 경험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에, 회사에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린마음으로 들을 여유가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거 같다. 한 가지는 아침 낭송에서처럼 공통된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르다, 맞다라는 판단을 거의 자동적으로 머릿속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조직의 단기/정기 목표를 생각하다 보면, 부끄럽게도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데 훨씬 더 열을 쏟는다. 처음 스웨덴에 와서 다양한 국적의 동료, 고객과 일을 해야 할 때, 문화적 특징에 따라, 어떤 회의는 답을 들은 것이 중요하고, 어떤 회의는 답을 듣지 못한 것이 중요하기도 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문화가 인간의 행동과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Beyond Culture』(Edward T. Hall 지음, Anchor Books) 라는 책까지 읽었다. 그리고 미팅 전에, 참석자가 High Context Culture (의사소통이 주로 비언어적 신호와 맥락에 의존하며, 깊은 인간관계와 공유된 배경 지식이 중요한 문화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권) 출신인지, Low Context Culture (명확하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하며, 개인의 의견과 사실이 중요시되는 문화로 미국 등 영어권) 출신인지 확인하고 들어가기도 했다.
올해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열린 마음으로 들어볼 예정이다.
나 자신과 통하기
읽은 책 중 한 권은 『간단한 습관이 끝가지 간다.』 (호리에 다카우미의 지음, 정은주 옮김, 샘앤파커스)였다. 호리에씨는 자신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한 후, 자신의 모든 주변과 환경을 스트레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맞췄다. 물건을 줄이고, 잠을 늘리고, 운동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사소한 거짓말도 스스로에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나에게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않는 것. 매일 5km 달리기, 주짓수 (브라질 전통 무술)배우기, 회사 스키 캠프를 가기 등 세우는 여러 목표들이 실제로는 내가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리에씨처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내 습관을 조금씩 성형해 나아가야 하는데, 유명인이 한다는 좋은 습관을 억지로 가여운 나에게 강요하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삶을 살고 싶고,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올해 개인적인 새해 목표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읽은 또 다른 책 중 하나인 『향모를 땋으며』(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에서 약간의 방향성을 읽었다. 작가의 어머니가 자연에서 야영을 하고 돌아갈 때 “올 때보다 갈 때 더 좋은 곳이 되게 하렴.” 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올해 타인과 나와 조금 더 잘 통하면서, 그 결과 내가 머문 자리가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를 살아가고 싶다.
스웨덴이 참 먼 곳이군요. 아침낭송에서 일주일에 몇 번씩 뵈니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네요. 그냥 좋은 습관이 아니라 내 성향을 바탕으로 한 습관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가끔은 운동 빼먹고 스웨덴의 밤 낭송(한국은 아침낭송)을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연주샘의 새해 목표를 응원할게요. 자신에게 거짓말하기 않기-진짜 자신이 없네요.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풍경에서 연주쌤께서 계시는 곳의 분위기를 느껴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살면서 자주 이런 질문 앞에 서곤 하는데요. 연주쌤의 새해 약속을 읽다보니 저도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만나면 선생님께서 찾으신 답을 꼭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