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일희일비(日喜日悲) 스톡홀름 Life] 맛없는 점식식당
작성자
Yeonju
작성일
2025-02-17 05:41
조회
74
맛없는 점심식당
회사 근처에는 점심 식당이 10여개 정도 있다. 어디를 가나 점심 메뉴는 그 구성이 유사하다. 샐러드바를 기본으로 육류, 어류, 채식(주로 아시아)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회사 근처에는 점심 식당이 10여개 정도 있다. 어디를 가나 점심 메뉴는 그 구성이 유사하다. 샐러드바를 기본으로 육류, 어류, 채식(주로 아시아)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 겨울에 새로운 식당이 등장했다. 출/퇴근 시, 통창으로 보이는 식당 내부를 보면 인테리어 공사가 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얼마 전에 우연히 점심을 먹으러 그 식당으로 갔다.
식당 안은 다른 회사 근처 식당보다 조금 더 ’왁자지껄’하고 활력이 있었다. 그리고 늘 보이는 샐러드바는 보이질 않았다. 알고 보니 채식주의 전문 식당이었다. 요즘 샐러드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니 한번 먹어보자 하고 주문을 하려는데, 남은 재료가 ’움프 (Oumph)’라는 것이 들어간 것밖에 없다고 한다. ’움프’가 뭔가요 했더니,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채소로 만든 고기 같은 맛이 나는 재료라고 한다. 촌스러워 보이기 싫어서, 그걸로 달라고 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냉면그릇 사이즈 정도 되는 그릇에 20가지 정도 되는 다양한 야채들이 자잘하게 썰어져서 들어 있었고, 그 위에 움프가 제육볶음의 제육처럼 잔뜩 올라가 있었다. 조심스레 한 입 베어먹었는데, 아!, 낯설고 반항심이 드는 맛이다. 아마도 함께 들어 있는 야채가 뭔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더 그랬던 것 같다. 들어올 때 느꼈던 허기는 다 사라지고, 이상한 식감의 움프와 오래된 것 같은 야채를 포크로 깨작깨작거리며, 그냥 샌드위치나 다시 사 먹어야겠다 하고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갑자기 매장 가운데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며 뭔가 설명하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Zero Food Waste를 실천하는 식당이었다. 그래서 항상 근처 슈퍼나 식료품 가게에서 못생기거나, 먹을 수는 있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음식을 구입해서 식자재를 준비한다고 했다. ’아 그래서, 샐러드 상태가 그랬구나. 내가 점심에 지불하는 가격은 다른 식당과 유사한데, 자기들은 상품성이 떨어진 식자개를 쓴다니’ 움프 때문에 불편한 속에 이젠 기분도 나쁘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듣는 다른 손님들은 얼굴 표정이 좋다. 즐기고 있고, 약간의 자긍심까지 느껴진다. 식당 벽 메뉴 옆 큰 칠판에 월간표 같은 것이 있고, 숫자가 기록되어 있었다. 재활용으로 인해 버려지지 않았던 식자재의 양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남긴 음식은 또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처리를 해서, 원하는 사람들의 집에서 화분 분갈이에 사용하라고 종이 봉투에 담아 나누어 주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진심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하려고 한다.(이유를 꼭 찾아보려고 한다)
일주일이 지나 이번에는 여유를 갖고 다시 식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직접 재배할 수 있는 재료나 지역 사회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기반으로 매일 메뉴를 조정한다고 했다. 오렌지 껍질, 오이 끝동, 민트 줄기 등 그 어느 것도 버리지 않고, 새로 구입한 재료마냥 시럽이나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모든 식사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이며, 이를 위해 재밌고 영양가 있는 요리를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지속 가능한 전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식당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던 인상에 대한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재활용 목재를 활용해 만든 식탁과 의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의도적인 인테리어 선택이었다. 여전히 그 식당 메뉴에 포함된 야채 중에 몇가지는 여전히 내 입맛에 거슬리기도 하고, 식재료로 절약되는 비용이 더 저렴한 점심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맛을 포기하고 지속적인 미래를 위해 의식적인 점심 식사를 하는 스웨덴인들을 보며, 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미래를 위한 식사를 해보고자 한다.
어머! 정말 놀랍습니다. 못생기거나 먹을 수는 있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재료를 일부러 요리하기!Oumph도 새로운 개념이네요. @.@
특히 이번 글은 구성도 탄탄!! 미래식의 세련됨 앞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시는 우리 연주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부럽고 사랑스러운 글입니다. 저도 이렇게 이색 요리라든가, 낯선 식당 탐험기 써보고 싶어집니다. 최고최고!! ^^ 당신의 촌스러움에 건배를! ^^
매주 미래를 위한 식사를 하고 메뉴에 대한 후기를 써 주시는 건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