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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일희일비(日喜日悲) 스톡홀름 Life] 여름 휴가

작성자
Yeonju
작성일
2024-07-15 17:20
조회
238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주하고 있는 부산 출신 독신 여성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입니다. 스웨덴어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스웨덴에 대한 낭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국내에서 개발 업무를 단 1분도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시차가 7시간이나 되는 이 곳에서 얼렁뚱땅 일희일비(日喜日悲)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5년차에 되어 가는 스웨덴 생활에서, 어느 문화권이나 어느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보다는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체감하고 체득하는 것이 끼치는 영향력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내 상호작용이 뿌듯하여 신이 나서 운동하러 가고, 어느 날은 슬퍼하며 여전히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웠다 없앴다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스웨덴 생활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이 있냐는 문의를 받았을 때,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인문세 덕분에 강제적으로 일희일비하는 제 경험을 기록하고 반추하며 여러 선생님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도전 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스웨덴은 여름 휴가 기간 입니다. 6월 말 부터 7월까지 주로 스웨덴은 휴가를 2-3주 정도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은 8월이 되면 또 그 만큼 휴가를 씁니다. 그래서 여름 저희 회사는 정말 고요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국은 5년 전이라,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설, 추석, 연말이나 징검다리 휴일이 있는 날 근처를 붙여서 기껏해야 7일 정도 쉬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늘 이메일을 당연히 확인했고 필요하다면 회의도 참석했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산 지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긴 휴가를 쓰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왜 불편한 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랑 함꼐 일하는 노련한 64세 동료가 제가 휴가 중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으로 ‘서로의 휴가를 존중하자. 🙂 니가 휴가를 가서 이렇게 일을 하면 나도 휴가를 가서 일 해야하는 거냐’고. 제 입장에서는 제가 답을 빨리 줘야 자기가 편할 것 같아서 했던 거였는데, 큰 흐름에서는 그 답이 이틀 늦어도 괜찮다는 거였습니다. 그것 보다는 휴가라는 더 큰 사회적인 약속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 하는 동료에게 하나 배웠습니다. 


100년 전만 해도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못 사는 국가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 가야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19세기 철광석등 자원을 통한 산업화의 등장으로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탈피하며 여러 도시에 공장이 등장하고, 효율성 측면에서 공장과 직원을 여름기간에 함께 쉬게 하는 것이 시작되어 최초의 법안에서는 2주 연차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 Swedish Annual Leave Act에 따라 모든 근로자들은 연간 25일 혹은 5주간의 유급연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적어도 6월과 8월 사이에는 최소한 4주를 연달아 휴가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정비된 법안은 이제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차별을 보상하기 위해  예를들어 연봉의 12퍼센트 정도를 휴가비로 지원합니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기간에 일하는 기간 보다 더 월급을 많이 받는 기이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찌됐던 이제 조금 긴 휴가를 쓰는 데 당당해졌습니다. 부화절 휴가, 미드쏘마(여름 하지 축제로 날이 제일 긴 하루를 기념하는 날), 여름 휴가, 크리스마스 휴가 등 그 즈음이 되면 저도 어디든 예약해서 당당하게 미팅을 거절하며 사라집니다. 그런데 여전히 눈치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일할 때 쓰는 긴 휴가는 아직도 눈치가 보입니다. 이건 왜 그럴까요. 아마도 무언의 스웨덴 문화를 탐색중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여름 휴가가 끝나고 나면 한번 물어봐야 겠습니다. 

전체 4

  • 2024-07-15 20:07

    조용한 여름 휴가의 스톡홀롬이군요. 여름 휴가 5일인 저로서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 2024-07-15 23:14

    휴가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습니다. 저도 휴대폰으로 다른 이의 휴가를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도 됩니다.
    상대방의 휴가 기간을 모르니 벌어지는 일이기도 한데요. 특히 여름 휴가철에는 될 수 있으면 유선전화로만 연락해봐야겠습니다.
    휴가라는 것이 휴식도 되지만,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필요한데요.
    휴대폰 때문인지, 휴가에도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의 이유를 더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스웨덴이 보장하는 휴가를 맘껏 누리십시오.
    연주샘의 다음 연재를 기다립니다.


  • 2024-07-15 23:26

    장난감처럼 보이는 건물들 위로 짙푸른 하늘색이 참 좋네요!
    미드소마는 무서운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 미드소마를 보내는 분을 뵙다니 신기하네요 ㅎ
    재미있는 이야기 마니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_^


  • 2024-08-01 23:22

    미드쏘마. . 아주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제목이기도 했네요. 낯선 곳에서, 예상 밖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친구!
    세상은 넓고, 연주샘의 모험도 끝이 없어. 일상에서 하나하나 자기를 바꾸는 모험을 하시는 선생님을 상상해봅니다. 언젠, 스웨덴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