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슬기로운 tOkyO살이] 동네 산책
안녕, 인문세 친구들.
오늘은 내가 너무도 존경하는 선생님들께 친근하게 반말로 편지를 쓰고 싶어.
괜찮지? 야자타임 이런 건 아냐. 그냥 내 기분이 그러고 싶어.
어제는 삼일절이었어. 나는 약속된 시간 이전에 원고를 준비하는 것이 목표인데, 삼일절에 일본 이야기를 올려야 한다니… 한없이 미루고 싶더라. 왠지는 모르겠어. 한국인으로서 소심한 복수심의 표현인가? 아무튼 이번 달은 좀 내키지 않아서, 스웨덴 인파원 연주쌤한테 바꿔 달라고 해 볼까 하고도 잠시 생각했어. 사실 삼일절, 광복절 막 이런 날은 괜히 좀 맘이 그래. 뭐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운 날들이 많아. 나는 한국에서 떠나와 살고 있지만, 늘 그곳에 즐겁고 행복한 뉴스가 가득하길 바라고 있어. 그것이 나의 힘의 원천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봐.
사설이 길었다. 오늘은 우리 동네 산책을 한번 해 볼래? 도쿄의 화려한 관광지와는 다른 소소한 일상과 소탈한 삶이 있는 곳이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야. 내가 집을 알아보고 다닐 때 거의 몇 달을 이 주변 동네는 다 뒤졌거든. 내 스타일에 딱 맞는 곳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설렘을 가득 품고 집을 찾아 돌아다녔었어… 그때 이 동네를 보고 너무 내 스타일이라 꼭 이사를 오고 싶었어. 한국에서는 좀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보통 걸어서 20분 이내 주택은 역에서 매우 가깝다고 평가를 해. 나는 역에서 15분 내지만 너무 번잡스럽지 않은 곳을 주로 찾아다녔어.
이 집을 처음 봤는데, 이 사진 좀 봐봐(미안해, 같은 시기에 찍은 사진을 못찾았어). 우리 집 좌우 풍경이야. 나는 내 밭도 아니면서 쳐다만 봐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좌, 우, 뒤가 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이 너무 좋았어. 그래서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어.
시기별로 풍경이 달라서 익숙하지만 늘 새롭게 느껴져.
내가 산책을 도는 루트가 있거든. 그 루트를 따라가며 동네를 보여줄게. 밭을 따라서 1분만 걸어가면 공원이 나와. 이 공원에는 아무것도 없고 벚나무만 있어. 옛날에 절터였나봐. 그래서 터만 남아있거든. 벚나무만 있으니, 벚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어디 벚꽃놀이하러 갈 필요가 없어. 주변 사람들 다 이 동네에 오거든. 내가 여기서 본 가장 신기한 풍경이 제일 오른쪽 사진이야. 벚꽃 피는 3월 말에 눈이 와서 눈과 벚꽃을 동시에 봤던 해가 있었어. 기분이 묘하더라. 저 둘은 몇 년 만에 만났을까? 기후 변화를 생각하면 큰일이지만 벚꽃을 만난 눈, 눈을 만난 벚꽃을 생각하니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어.
우리 동네의 자랑 벚꽃을 더 보여주고 싶은데, 사진이 너무 많다. 한꺼번에 보여줄게. 몇 년 전부터 밤이 되면 라이트업을 하더라고. 환상적이야. 이 시골스러운 곳에 사람들이 얼마나 오는지… 벚나무들도 조금씩 종류가 달라서 꽃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피는 시기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해마다 봄비에 찬란하게 피었던 벚꽃이 떨어질 때가 많은데, 도로에 벚꽃잎이 떨어져 있고, 그 위를 밟으며 지나가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피해 걸을 때도 있어. 아름다움이 찰나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서 찰나를 성실하게 즐겨야겠다고 다짐했어.
그런데 이 공원을 현대식으로 바꾼다고, 1/3 정도의 벚나무를 베어 내서 요즘 공사가 한창이야. 잘려 나가는 나무를 볼 때는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몇 십 년을 저 자리에 있었을 텐데… 걷기 좋은 공원이 생기더라도, 나는 흙먼지 날리는 곳에서 꽃놀이하던 그 기억을 잊지 못할 것 같아.
이제 이 공원을 지나서, 산은 아니지만 산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원으로 산책을 갈 거야. 바로 그쪽으로 가지는 않고, 봄이 되면 꽃이 얼마나 피었나 항상 내가 확인하는 포인트가 있거든. 바로 이곳이야. 꽃에 취해서 사진을 대충 찍었지만, 나는 이곳이 너무 좋아. 벚꽃들 틈에서 혼자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하얗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귀엽기도 하고, 자신감도 느껴지고 그래. 벚꽃에 정신 팔려 있다가, 이 아이를 보면 녹아내린다. 사진 못 찍게 하는 사춘기 아들도 여기서는 포즈를 취해줄 정도야. 사진으로 그 느낌이 전해지지 않아서 아쉽다. 그 시기에 우리 동네 놀러 와서 직접 보길 바래.
이제 방향을 틀어서 『만엽집(万葉集,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에 나오는 식물이 있는 절로 안내를 할게. 절 안에 작은 식물원이 있어서 산책을 하면서 한번 들러서 식물들을 보고 가. 각각의 식물에 안내판이 달려 있는데, 사실 나는 반도 못 읽겠어. 뜻도 모르겠어(한글은 정말 최고의 문자야. 한자는 너무 어려워.) 하지만, 다양한 식물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 각자 다른 모습으로 잎도 달고 꽃도 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이제 이 절을 나오면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예쁜 길이야. 작은 개울을 따라서 난 이 예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평화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은 시끄러운데 나만 조용한 곳에 있는 느낌이야. 평소 일상은 전쟁터인데, 동네는 고요해. 아들이 남편이랑 한참을 개울에 사는 작은 물고기를 보면서 이야기하더라. 사춘기 요동을 치는 아이들에게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마법 같은 이곳.
모퉁이를 지나면 멋진 정자 옆에 동네 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파는 파머즈마켓 같은 곳도 있어. 손으로 가격을 적어둔 모습이 정겹지?
여기서 몇 걸음만 걸으면 우리 동네 포토존이야.
일본 같지? 친구들이 오면 여기서 사진을 꼭 찍는데, 나도 지나면서 항상 사진을 찍게 되는 곳이야. 가끔 저 안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나는 항상 절이나 신사를 가게 되면 조심하는 편이야. 역사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혹 전범에게 인사를 하게 되는 수도 있으니 말이야. 확실히 아는 곳이나, 한국의 절에 가면 다르지만… 그래서 여기서도 사진만 찍어. 우리 친구들에게는 좀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포토존에서 계단을 오르면 우리 동네 비밀장소, 내가 격하게 아끼는 곳이 나와. 나는 주기적으로 산에 가서 기운을 좀 받고 와야 하는데, 한참 동안을 못 갈 때가 있잖아. 그럴 때는 꼭 여기로 달려와. 공원 안이긴 한 데, 사람들이 여기까지 잘 들어오지를 않거든. 나는 이 길을 걸으면 꼭 숲에 있는 느낌이 들어. 흙길이라 진짜 땅을 밟는 느낌이 나. 아스팔트 위는 땅은 아니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지? 이 길을 숨이 찰 때까지 걸으면 산에 못 간 아쉬움이 사라지고, 머리가 아플 때도 이 길을 걸으면 두통이 사라지고, 짜증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 때도 이 길을 걸으면 짜증이 사라지는 마법의 길이야. 초여름에는 수국도 볼 수 있고, 키가 쑥쑥 자라는 식물도 있어. 지나가면서 바나나 나무 아니야? 뭐지? 열대식물 같은데…하고 지나가면서 한 번도 찾아볼 생각은 안 했어.
오늘의 산책 코스는 여기까지야. 우리 동네 산책 어땠어? 아직 몇몇 소개해 줄 곳이 더 있으니 다음 기회에 마저 소개해 볼게. 이 정도 돌고 집으로 오면 만 보 산책 끝이야.
봄이 기다려진다. 너와 산책할 날도…
직접 가서 꼭 걸어보고 싶다라고 같은 ‘친근체‘로 댓글을 달고 싶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거 같은 느낌이 ^^. 우리 모두 집 근처 만보 자연 사진을 한 번 올려보는 것도 재밌는 챌린지가 될거 같아요. ^^
집 근처 만보사진 챌린지 좋네요. 스웨덴도 집 앞만 나가도 사슴이 있는 곳 아닌가여. 저희 집 앞은 트랙 돌면 500보쯤되는데요, 나머지 9500보는 저도 잘 안걸어봐서, 아파트 단지 밖에 없는 것 같기도..챌린지를 한다면 고민을 좀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누가 저의 만보를 본다면 아파트 보여주는 부동산 아줌마인줄..
오, 선생님. 만보사진 챌린지 가나요? 부동산 아줌마라니요….동네 지주님!
연주샘 그 공원 묘지 좋더라고요. 스웨덴 조상님들은 잘 계시는지 궁금하군요.
허허허,,,연주샘..담 번 은근 압박 작전입니까?
제 반말을 친근체로 해석해 주셔서 감사!! ㅎㅎㅎ 친근체 답글 달아봐유!!!! ㅎㅎ
이런 멋진 동네에 토토로 샘이 살고 계셨던건가요? ‘친근체’ 너무 신선하고 좋네요. 토토샘의 발랄한 리듬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 보 산책을 한 느낌이네요. “슬픈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 선민샘의 책이 나왔습니다. 함께 가요~~” 눈을 만난 벚꽃 사진은 봄과 겨울의 한판승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네요(토토로샘은 낭만으로 보셨지만요). 두통이 사라지고, 짜증이 없어지는 마법의 산책길. 너무 좋네요.
멋진 친구와 함께 수다와 함께 포복절도하며 걸으면, 만보- 2000 칼로리-까이꺼-간단합니다! 와, 선생님. 봄과 겨울의 줄다리기로 느끼셨군요!! 제가 세상을 너무 낭만적으로 보나요.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눈.”
저곳이 진정 도쿄인가요??? 도쿄 하면, 시부야 신주쿠 긴자 이런 데만 알았지요.
사방이 저렇게 아름다운 산책길로 펼쳐지는 곳이 있다니, 토토로 선생님이 계시는 곳에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연재 코너 제목처럼 슬기로운 도쿄살이의 진면목을 보는 기분이네요. 선생님
이곳에 살고 있는 저보다도 여기의 안위와 행복을 더 바라시는 토토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도, 감사합니다.
항상 꼼꼼하게 살펴봐 주시는 우리 진진샘! 선생님의 안위와 행복이 최고라잖소…..오늘도 행복하시오..=^^=
토토로 선생님 마지막 멘트에 설렜잖아요 >.<
벚꽃이 필 때 와서 직접 보라는 말씀은 음.. 플러팅? ㅎㅎ
벚꽃 사이에 존재감 있는 아이는 꼭 쥐똥나무꽃 같기도 하고…향기가 끝내줄 것 같아요 ^^
덕분에 환상적인 봄 풍경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날이 더 없이 화사하오. 꽃같은 오늘, 꽃같은 그대, 꽃가마 타고 내게 오시오.
나 플러팅 성공한거니? 앗싸~~ㅎㅎㅎ쌤^^ 감사해요!! 제 플러팅 받아주시는거죠?
낭자의 플러팅이라면 백번이라도 환영이라오!
변요한의 목소리로 음성이 지원되니 더욱 좋구려 ㅎㅎ
친구야, 나 지금 짐싸려고…. 금방 도착해.
친구야? 어디야? 삐삐쳐도 아무 연락 없잖아! 빨리와-ㅋ
어. . 나도야. ㅋㅋ
친구야, 너도야? 어디야? 여기야!!!
벚꽃 연작 사진이 과히 예술! 어찌 저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있으리. . 수현샘이야말로 이웃집 토토로셨군요!! ^^
歩こう、歩こう!私は元気〜歩くの大好き! どんどん行こう。〜〜ともだちたくさん〜〜うれしい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