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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일희일비(日喜日悲) 스톡홀름 Life] 스웨덴 육아휴직

작성자
Yeonju
작성일
2024-09-15 20:32
조회
60

클로디아 골딘은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도와 임금 수준 등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규명한 공로로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육아 역할로 인한 노동 시장 참여의 제한을 설명하며 각국의 출산율을 언급했는데, 0.72로 한국 수치가 터무니없이 낮았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반면 스웨덴은 출산율이 1.5로 약 한국의 약 두 배정도 됩니다. 회사에서도 3명 이상 되는 자녀를 키우는 다둥이 가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인상 깊은 차이는 남자 직원들의 육아휴직 부재중 자동 이메일 답장입니다. 그들은 자기가 하던 일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쉽게 최소 3개월 정도 사라집니다. 그렇게 발생한 업무 인수인계로 인한 1-2개월 정도의 생산성 하락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비교를 하자면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주고받는 것처럼, ‘이번에 내 차례 다음에 네 차례’처럼 당당하게 사라집니다. 라테 파파(육아휴직 중인 아빠들이 유모차를 옆에 두고 라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와 (한국에서 연예인 아빠들이 예능 프로에서만 할 수 있는) 유모차를 밀고 공원 달리기를 하는 모습은 시간만 잘 맞추면 매일 볼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는 법적으로 결혼한 배우자뿐만 아니라 동성을 포함한 사실혼 배우자, 입양 부모 까지도 포함합니다. 올해부터는 조부모도 최장 3개월까지 육아 휴직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고 육아 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출산을 하게 되면, 출산을 하지 않은 다른 배우자는 10일의 출산휴가와 월급의 약 80% 정도의 급여를 받기도 합니다. 

부모는 자녀 한 명당 총 480일의 육아 휴직을 나눠 쓸 수 있고, 최소 90일은 각 부모에게 의무적으로 할당되어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12세가 될 때까지 각자에게 할당된 90일을 제외한 일수를 나눠 쓸 수 있으나 자녀가 4세가 되기 전에 384일을 사용해야 합니다. 자녀가 15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 둘이 최장 60일까지 부모휴가를 동시에 쓸 수도 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는 두 종류가 있는데, 90일 정도는 일 23000원 정도 지불되고, 나머지 280일은 소득 수준에 비례해 계산되어 소득의 80%정도가 지불됩니다. 단 여기서도 세금을 뗍니다. 

글을 쓰면서 조사해보니,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도 360+180일로, 출산, 육아 휴가 기간과, 수당, 혜택 측면에서는 스웨덴 보다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법에 규정된 휴직기간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성숙도 측면에서는 아직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아마도 육아 ’시간’에 대한 한국과 스웨덴의 사회적인 인식과 해석의 차이가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이용하는 개개인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체 4

  • 2024-09-15 22:57

    스웨덴의 육아 휴직 실전기가 놀랍네요. 한국의 육아 휴직이 법적으로 일케 빠방한지도 몰랐습니다.
    연주샘이 말씀하신대로 법률 규정이 아니라 실제 육아 휴직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성숙도’가 관건일 것 같은데요. 제가 다니는 회사의 워킹 맘들을 보면 과연 가능한 생활인가 싶을 정도로 전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회사 생활인 것 같습니다. 육아 휴직 쓴다면 다들 승진은 포기했군, 회사는 관심이 없나보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 2024-09-15 23:43

    한국의 법에서 정해진 육아휴직 기간 360+180일을 실제로 이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네요.
    몰랐던 한국의 유아휴직 기간도 놀랍고, 동성혼과 조부모에게도 육아휴직이 주어진다는 스웨덴의 경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육아 시간이 남성과 여성, 사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도 이 문제를 새롭게 보게 하네요.
    흥미로운 스웨덴의 육아휴직 이야기 감사합니다~^^


  • 2024-09-15 23:57

    한국에서 엄마의 육아휴직은 대기업에서나 그나마 눈치 안보고(승진은 포기하지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휴직이 아닌 퇴사가 당연시되는 선택지는 있지만 실제 선택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임시 초기와 말기에 시간 단축 근무라는 제도도 있지만, 저 또한 눈치가 보여서 사용할 수가 없더라구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가 과거 온 동네의 일이었듯이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과업(?)으로 이해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웨덴 이야기 너무 잘 읽고 있어요.


  • 2024-09-17 04:38

    강평샘, 연두샘 말씀처럼 사화적 차원의 과업! 이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코로나 때 병상부족을 보면서 유럽=선진국 이라는 무조건적인 인식이 조선시대 명에대한 사대주의자 같은 인식이다 생각했었는데,당장 개개인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 같은 사화적 비용은 대화와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선진국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이민자인구의 증가로 당장의 비용에 여론을 집중시키는 정당들이 표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쓴 글에선 출산 하는 엄마는 당연히 쓰고 아빠가 휴직을 쓰는 것에 대한 충격이 더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