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슬기로운 tOkyO살이] 여행과 정착 사이
영광스러운 이 판에, 첫 글을 뭐부터 써야 하는지 걸으면서도, 먹으면서도, 자면서도 생각을 했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수많은 주제 중 뭘 골라야 할지 ‘딱 이거다!’ 하는 게 없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일단 첫 글이니 내가 왜 일본에 오게 되었고, 이렇게도 오랫동안 살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왜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떠나서 여기서 살게 되었는지…….
처음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한창 펜팔이라고 하는 것이 유행할 때였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관련 단체에 회원등록을 하고 회비를 조금 내면 외국 친구의 이름과 주소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럼 책(펜팔 영어 예문 집)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문장과 제일 비슷한 문장을 베껴서 그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때 일본 북해도 하코다테라고 하는 곳에 사는 Y라는 친구를 소개받았다. 아, 친구는 아니고 나보다 7살 많은 언니였다. 북해도만 간신히 알던 내가 하코다테를 알 턱이 없다. 구글맵도 없었을 때니, 사회과 부도에서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 있던 하코다테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기억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본 계기라고 할까? 아무튼 외국에 아는 사람이 생기고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열심히 책을 베껴서 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면 영어 선생님께 물어봐서 편지를 읽어봤더랬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지만, 꽤 편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친구가 사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대학생이 되어 드디어 나는 하코다테에 가서 Y언니를 만났다!).
영어 선생님은 영어를 베껴서라도 답장을 하는 나를 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늘 친절하게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 주셨다. 몇 번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은 내가 외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신문을 가져다주시면서 모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일본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인데 관심이 있으면 참가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당연히 너무 가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아빠가 중학생을 그런데 보낼 수 없다며 반대하셨다. 한국도 위험한데 어디 외국을 혼자서 가냐며…….
나는 그런 반대에 굴할 중2가 아니었다. 사회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이 프로그램을 왜 추천했고, 다녀오면 뭐가 좋을지 아빠한테 좀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 두 분이 돌아가면서 집에 전화를 해 주셨고, 대신 아빠를 설득해 주셨다. (와, 진짜 지금 생각하니 너무 좋은 선생님들이셨다.) 친구까지 한 명 같이 가자고 꼬셔서 나는 드디어 일본 땅을 밟아 보게 되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대학에 가니 어학연수가 거의 필수가 되는 분위기였다. 친구, 선배들이 하나둘 캐나다, 호주, 미국, 뉴질랜드 등 영어권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영어는 당연히 하는 거고, 제2외국어는 하나쯤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망설임 없이 제2외국어는 당연히 ‘일본어’라고 생각하고 일본 어학연수를 결정했다. 그때 내가 다른 나라를 선택했더라면, 아니, 내가 30년 전 소개받은 펜팔이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나는 일본에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펜팔 단체의 어떤 직원의 서류 매칭 하나로 나는 거의 20년 가까이 일본에 살고 있다.
토토로 선생님의 생기 넘치는 도쿄 생활은 이렇게 당차고 발랄하게 시작되었군요. 슬기로운 도쿄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어쩌다 도쿄, 펜팔 직원이 맺어준 인연.
늘 경쾌하게 사시는 토토로 샘의 도쿄살이가 랜덤 박스 뽑기처럼 우연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 기다려집니다.
토토로샘의 도쿄 이야기, 인파원의 활약 고대합니다.
우연 아니라 필연이었을 것 같은 토토로샘의 일본행! 샘의 사주가 몹시 궁금하면서…ㅎㅎ
샘의 웃음처럼 통통 튀는 이야기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할게요! 고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