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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스웨덴 특파원이 들려주는 슬기로운 외국살이

[슬기로운 tOkyO살이] 여행과 정착 사이

작성자
inmoonse
작성일
2024-06-30 07:15
조회
254

영광스러운 이 판에, 첫 글을 뭐부터 써야 하는지 걸으면서도, 먹으면서도, 자면서도 생각을 했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수많은 주제 중 뭘 골라야 할지 딱 이거다!’ 하는 게 없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일단 첫 글이니 내가 왜 일본에 오게 되었고, 이렇게도 오랫동안 살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왜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떠나서 여기서 살게 되었는지…….

처음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한창 펜팔이라고 하는 것이 유행할 때였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관련 단체에 회원등록을 하고 회비를 조금 내면 외국 친구의 이름과 주소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럼 책(펜팔 영어 예문 집)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문장과 제일 비슷한 문장을 베껴서 그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때 일본 북해도 하코다테라고 하는 곳에 사는 Y라는 친구를 소개받았다. , 친구는 아니고 나보다 7살 많은 언니였다. 북해도만 간신히 알던 내가 하코다테를 알 턱이 없다. 구글맵도 없었을 때니, 사회과 부도에서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 있던 하코다테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기억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본 계기라고 할까? 아무튼 외국에 아는 사람이 생기고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열심히 책을 베껴서 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면 영어 선생님께 물어봐서 편지를 읽어봤더랬다.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지만, 꽤 편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친구가 사는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대학생이 되어 드디어 나는 하코다테에 가서 Y언니를 만났다!).

영어 선생님은 영어를 베껴서라도 답장을 하는 나를 보시고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늘 친절하게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 주셨다. 몇 번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은 내가 외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신문을 가져다주시면서 모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일본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인데 관심이 있으면 참가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당연히 너무 가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아빠가 중학생을 그런데 보낼 수 없다며 반대하셨다. 한국도 위험한데 어디 외국을 혼자서 가냐며…….

나는 그런 반대에 굴할 중2가 아니었다. 사회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이 프로그램을 왜 추천했고, 다녀오면 뭐가 좋을지 아빠한테 좀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 두 분이 돌아가면서 집에 전화를 해 주셨고, 대신 아빠를 설득해 주셨다. (, 진짜 지금 생각하니 너무 좋은 선생님들이셨다.) 친구까지 한 명 같이 가자고 꼬셔서 나는 드디어 일본 땅을 밟아 보게 되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대학에 가니 어학연수가 거의 필수가 되는 분위기였다. 친구, 선배들이 하나둘 캐나다, 호주, 미국, 뉴질랜드 등 영어권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영어는 당연히 하는 거고, 2외국어는 하나쯤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망설임 없이 제2외국어는 당연히 일본어라고 생각하고 일본 어학연수를 결정했다. 그때 내가 다른 나라를 선택했더라면, 아니, 내가 30년 전 소개받은 펜팔이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나는 일본에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펜팔 단체의 어떤 직원의 서류 매칭 하나로 나는 거의 20년 가까이 일본에 살고 있다.



전체 3

  • 2024-07-15 18:56

    토토로 선생님의 생기 넘치는 도쿄 생활은 이렇게 당차고 발랄하게 시작되었군요. 슬기로운 도쿄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 2024-07-15 23:17

    어쩌다 도쿄, 펜팔 직원이 맺어준 인연.
    늘 경쾌하게 사시는 토토로 샘의 도쿄살이가 랜덤 박스 뽑기처럼 우연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 기다려집니다.
    토토로샘의 도쿄 이야기, 인파원의 활약 고대합니다.


  • 2024-07-15 23:29

    우연 아니라 필연이었을 것 같은 토토로샘의 일본행! 샘의 사주가 몹시 궁금하면서…ㅎㅎ
    샘의 웃음처럼 통통 튀는 이야기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할게요! 고맙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