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2장 알래스카에 매료되어(3/3)
일본어 강독팀에서 호시노 미치오의 『魔法のことば―自然と旅を語る』를 읽고 번역한 내용을 차례로 싣습니다.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그것은 고래잡이의 경우도 같습니다. 고래잡이에서 굉장히 좋은 장면은 역시 포획한 고래를 해체하는 것인데요.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나누는 것입니다만 고래를 잡은 크루에게 그 고래를 해체할 권리가 있고 그러니까 고래를 해체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 젊은 일행들은 아직 어떻게 고래를 해체하면 좋을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반드시 주변의 연장자가 붙어 있습니다. 연장자가 지시를 주면서 고래의 해체가 진행되어 갑니다만, 그런 풍경은 굉장히 좋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연장자가 그런 식으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에 마음이 놓이는 것이죠. 연장자가 어딘가에서 힘을 가진 사회는 건강한 느낌입니다. 젊은 일행들도 연장자에 대해 경의를 갖고, 그런 풍경은 보고 있으면 정말 좋지요.
고래의 해체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막탁이라고 하는 고래의 검은 표피 부분을 먹습니다만, 그것이 매우 맛있어서, 정말로 두 시간 정도 전까지 북극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던 고래의 고기를 제가 먹고 있다는 것이 아주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고래잡이가 어떻게 해서 행해졌는가 하면, 참고래라고 하는 고래가 7월 말쯤이 되면 남쪽으로부터 북극해로 향하여 건너오는데 에스키모는 우미악이라고 하는 바다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 보트를 저어가면서 고래를 뒤쫓습니다.
베링해에서 북극해에 걸쳐 얼음이 빽빽이 뻗어있습니다만, 이 시기에 바람이나 조류의 관계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지요. 그 균열이 길고 작은 바다를 만들고, 그것이 점점이 북극해로 이어져 갑니다. 그 작은 바다들을 리드라고 합니다. 고래는 포유동물이라서 해면에 나와 산소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되므로 리드에 따라 쭉 북상해 갑니다. 그래서 그들은 리드를 따라 고래잡이의 캠프를 폅니다.
즉 그 리드의 넓이라고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서 리드가 지나치게 넓어도 고래를 완전히 쫓을 수 없고, 리드가 지나치게 좁아도 역시 작살을 쏜 뒤 고래가 얼음 아래로 도망쳐버려서 결국은 죽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리드가 어느 정도의 넓이가 될 때까지 그들은 꼼짝 않고 기다립니다. 해에 따라서는 정말 작은 리드밖에 할 수 없는 것도 있어서, 연못 같은 작은 바다 안에서 고래가 숨을 뿜고 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단지 보고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마침 제가 갔던 해에 좋은 리드가 좀처럼 열리지 않아서 쭉 고래를 잡을 수 없는 시기가 계속되었지요.
날짜가 점점 지나가서 어쩌면 올해는 잡을 수 없는가하고 굉장히 불안해졌습니다만 어느 날 고래가 잡혔다는 뉴스가 캠프에 들어왔습니다. 대체로 마을에 15척 정도의 보트가 있고, 각각의 크루가 고래를 찾고 있는 것인데 그 중 어딘가의 크루가 고래를 잡았다라는 뉴스가 들어와서 이미 캠프 안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정말 고래가 잡혔다라는 뉴스만으로 누구나가 가슴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쏜살같이 흩어져 자신들의 우미악에서 그 고래를 잡았던 장소를 목표로 하고 갔지요. 누가 잡아도 고래 고기는 마을 사람 전원에게 나누어지지만 한 척의 우미악으로 고래를 끌고 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모두가 끌어 당겨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 쏜살같이 가느냐 하면 이것이 이상하긴 합니다만 먼저 도착한 순서로 고래가 나뉘어지는 고기의 부위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를 저어서 그 장소에 갑니다.
다 같이 고래를 끌고 돌아왔을 때 지금까지도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 캠프에 계셨던 할머니가 고래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안타까워서 만약 고래가 잡히지 않는다면 그해 고래 고기는 못 먹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제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거기서 고래가 잡혔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고래를 다 같이 끌고 돌아온다고 하니 저는 카메라를 가져오려고 캠프에 돌아왔는데 그 할머니만 거기에 남아 바닷가 얼음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바다를 향해 춤을 추고 있었지요. 처음에는 뭘 하는지 잘 몰랐는데 다가가니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습니다. 그 춤은 아마도 고래에게 감사하는 춤, 옛날부터 전해지는 고래가 잡혔을 때 감사의 춤이었던 것 같이 생각되는데 그 할머니 단 한 명만이 춤을 추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금 그들의 삶은 많이 변하고 있는 중이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는 것인데 전통적인 삶이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는 가운데 고래잡이는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고래를 먹는다는 것도 있지만 더 커다란 다른 문제, 결국 자신들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그들은 고래잡이를 통해서 의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삶이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는 상황에 있어서 고래잡이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 일행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지요. 그런 의미에서 고래잡이는 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는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고래잡이에서는 전원이 일체가 되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저는 고래잡이 때 뭘 하고 있었냐면 요리 담당이었던 것입니다.
각 크루의 캠프가 있는데 누군가 남자가 요리를 만들기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일본 요리도 그런대로 만들어서 아주 평판이 좋았습니다. 카레라이스도 모두에게 먹였습니다. 다른 캠프로부터 트레이드는 아니지만 어느 때 고래잡이가 끝난 후에 크루의 캡틴이 와서 “부모님이 일본에 계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 집 따님의 데릴사위가 되지 않겠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일본에서 생각하면 외국인이 혼담을 꺼내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 들지만 상대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그런 식으로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와 백인과의 거리보다도, 우리와 그들과의 거리 쪽이 감각적으로 가깝다는 느낌이 드네요.
항상 생각합니다만, 왜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도 저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조금 느끼는 방법이라고 할까, 하나는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부끄러움 타는 감각이 있지요. 그 감각은 일본인과 닮아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일방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인 아이는 자주 손님이 왔을 때, 기둥 뒤에 숨어버리는 일이 있지요. 그 감각은 역시 그들의 아이들에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저는 그런 감각이 공통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심됩니다. 때문에 마을의 노인들과 이야기하고 있어도 어딘가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친근감을 느낍니다.
게다가, 저는 특히 에스키모인들과 얼굴이 닮아있는 것 같아서, 처음 찾아간 마을에서는 “어느 마을에서 왔나요?”라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항상 일본인의 얼굴은 인디언계와 에스키모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얼굴은 인디언 쪽에서도 통용되나 봅니다. 처음 갔던 인디언 마을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저를 돌봐줄 사람이 공항에서 작은 비행기가 착륙하는 곳에 마중을 와 줄 예정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처음 잠시 사람이 있었는데, 곧 짐을 내리는 동안 사람들이 다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아무도 사람이 오지 않았다’라고 들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제가 그들과 몽골로이드로 닮았다고 하는 것은, 늘 안심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점점 눈이 녹기 시작하면 그때까지 눈 위에 있었던 텐트를 흙 위로 옮깁니다. 흙의 냄새는 정말로 봄의 냄새이지요. 캠프를 칠 때는 오랫동안 거기에 있기 때문에, 어디에 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면서 가장 좋은 곳에 베이스캠프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자주 곰을 만납니다. 하지만 곰은 인간의 모습을 보면 반드시 쏜살같이 도망갑니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 곰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은 굳이 말하자면, 드문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동물에게 있어서 인간은 역시 매우 무서운 존재이며,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동물인 것이지요.
다만 저는 국립공원 안의 곰은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연 상태에서는 곰은 그쪽에서 인간에 대해 자연스러운 거리를 유지해 올 테지만 국립공원 안은 인간이 많이 들어와 있으므로 그 거리가 꼬여있는 것이지요. 그 거리가 꼬여있는 상태에서 곰이 인간과 마주쳤을 경우에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그 이외의 상태에서는 나는 거의 곰에 대해서 공포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지인인 곰 연구자로 베리 길버트라고 하는 대학의 야생 동물학부의 교수가 있습니다만 그는 십 년도 훨씬 더 전에 옐로스톤이라고 하는 곳에서 곰 연구를 하고 있을 때 곰에게 습격당해 얼굴의 절반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침 그 사고가 있었을 때 매우 좋은 릴레이로 헬리콥터로 운반되어 900바늘 정도를 꿰매야 했지만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습니다.
베리는 그때부터 10년 정도 지나서 한 번 더 곰 연구를 시작한 사람으로 몇 년 전 가을에 저는 그와 계속 곰을 관찰하면서 지냈습니다. 한번 곰에게 자기의 생명을 잃을 뻔했는데도 또 한 번 곰과 관계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런 삶의 태도가 정말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곰은 인간과 매우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이 시작될 때 아직 잔설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에 곰은 산에서 내려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잔설을 걸어서 가로지르지 않지요.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하면 잔설에 들어간 순간 털썩 앉아서 엉덩이로 잔설 위를 미끄러져 갑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나는 그것을 몇 번 봤는지 모릅니다. 어째서 저런 짓을 하는 것인지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곰은 그런 놀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곰은 2월경 겨울나기 굴에서 대체로 한 마리에서 세 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동면 곰을 연구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최근 3년 정도 매년 3월부터 4월에 걸쳐 함께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을 찾으러 갑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몇 마리인가의 곰 목에 발신기를 달아 야생곰의 행동을 조사하는데, 겨울 동안 발신기가 망가져 버려서 반드시 3월에서 4월에 걸쳐서 발신기를 교체해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그 곰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찾냐면 일단 비행기로 하루에 걸쳐 발신기 전파가 어느 산이나 계곡에서 나오는지 찾는 겁니다. 그 조사에서는 제가 살고 있는 페어뱅크스 주변의 곰을 조사하고 있는데, 그래서 대략 이 계곡에 있다고 알게 되면 다음 날 걸어서 스키나 설피[雪皮]를 사용해서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루 걸려서 그 소굴을 찾는데, 대체로 그 근처에 가면 곧 10미터 이내에 있는 장소까지 발신기로 다다를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당도하면 연구자는 곰이 어디에 있는지 거의 알 수 있지요. 눈의 표면을 가만히 보고 작은 숨구멍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소굴을 발견하는 것인데, 올해는 굉장히 눈이 많은 해였기 때문에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겨우 저물녘이 되어서 찾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14, 5미터 사방에 있다, 이 숲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도, 역시 그 포인트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눈이 깊으면 2미터 가까이 구멍을 파야 해서 그 한 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이 있는 바로 아래에서 자고 있을 수도 있고, 굉장히 조심해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때는 여러 곳을 파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아서 다들 좀 초조해 하고 있었고, 그래도 한참을 파보니 눈 2미터쯤에서 작은 구멍이 나왔지요. 눈의 구멍이기는 해도.
그래서 멤버들은 반드시 네댓 명으로 가는데, 누군가가 정말로 곰이 있는지 어떤지 구멍 속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구멍 안은 어둡기 때문에 회중전등으로 안을 비추는 것입니다. 그때 지금 떠올려도 이상한데요, 그는 구멍을 통과해서 회중전등으로 작은 구멍을 확 비추는 순간 뒤로 몸을 확 젖혔던 것입니다. 회중전등으로 비췄던 곳에 곰의 얼굴이 있었던 것이지요. 곰은 겨울잠을 자고 있더라도 꾸벅꾸벅 자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회중전등으로 눈앞에서 얼굴을 비추는 순간, 후하고 그에게 숨을 불어넣은 것 같아서 곧바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식으로 곰의 소굴을 요사이 3년 정도 보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대단히 감동했습니다. 매년 여름 시기에도 땅 위를 걸어가는 곰이나 연어를 잡는 곰을 보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상황으로 굴 안에서 웅크리면서 쭉 반년간 보낸다고 하는 것이 매우 신기했지요.
그것과 함께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을 때의 곰은 정말로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보고 있어도 싫증 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곰이 가족과 연어를 먹으러 강에 올 때 새끼곰은 강가에 두고 갑니다. 어느 때, 두 무리의 곰 가족이 같은 강에서 연어를 잡고 있고, 새끼곰이 양쪽 기슭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한쪽은 새끼곰 한 마리이고, 한쪽은 새끼곰 세 마리였습니다. 처음에는 떨어져 있었습니다만 계속 강가에 남겨져 있으므로 서로 흥미를 갖고 점점 가까워져서 머지않아 한 덩이가 되어 버리죠. 그러면 어미곰 한 마리가 허둥대며 돌아오고 나머지 한 마리의 어미곰도 허둥지둥 돌아오는 것입니다. 싸움이 날까 생각하며 쭉 보고 있었지만 싸움에는 이르지 않고 끝났습니다.
이런 때는, 순식간에 먼저 어미곰이 도망치고 그 뒤를 새끼곰이 붙어서 도망칩니다만 그때는 순식간의 일이어서 새끼곰이 자기 어미곰이 아닌 쪽으로 붙어서 도망쳤던 것입니다. 그런 케이스는 자주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에도 만일 원래로 돌아갈 수 없었던 때는 대부분의 경우 이산가족이 된 새끼곰을 그대로 기릅니다. 그것은 곰이 가진 신기한 습성으로 자주 네 마리의 새끼를 동반한 곰을 봅니다만, 많은 경우 한 마리는 자기 새끼가 아니고 뭔가의 이유로 가족을 잃은 곰을 함께 기르고 있는 것이죠.
곰은 그런 부분을 갖고 있고 그것은 굉장히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카리부 등은 그런 일은 절대로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식 이외는 기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곰에게는 그것이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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