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3장 순환하는 계절과 살아가는 사람들(2/3)
일본어 강독팀에서 호시노 미치오의 『魔法のことば―自然と旅を語る』를 읽고 번역한 내용을 차례로 싣습니다.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알래스카 사람에게 태양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4, 5일 전에 제가 거주하는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 급한 전화를 해야 해서, 여기서 전화했더니 “영하 60도야”라고 하더군요. 지금 알래스카는 가장 추운 시기입니다. 하룻밤 시간이 매우 길어서 겨울은 페어뱅크스라고 하면 10시 넘어서 잠깐 해가 나더라도 2시 전에는 져버립니다. 태양은 중천에 뜨지 않고, 아침 해가 그대로 옆으로 미끄러져 석양이 되어 버리는 그런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으로, 12월 말에 동지가 있잖아요. 꼭 홋카이도 쪽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동지가 지나면 기분적으로 매우 편안해지지요. 왜냐하면 동지를 경계로 일조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장 추운 시기는 1월에서 2월까지입니다만, 동지를 지나면 역시 왠지 모르게 봄을 느낀다고 할까, 하루하루 조금씩 일조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반대로 여름은 백야라고 해서 태양이 거의 지지 않는 날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6월 하지를 지나면 왠지 모르게 쓸쓸한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일조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으로, 그 시기 알래스카에서는 아직 여름이 시작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름이 온다는데 기분 상으로는 겨울의 기운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홋카이도도 북국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알래스카의 경우는 그것이 매우 극단적이고 계절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변해 가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항상 태양을 신경 쓰고 있는 듯한 삶인 것이지요. 하지 무렵에는 태양이 거의 지지 않고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고, 반대로 동지 무렵에는 거의 태양이 뜨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태양이 하루에 그리는 호(弧)를 의식하면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예전에 하짓날에 약간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페어뱅크스에 일본으로 치자면 사회인 야구팀이 있는데요, 이 팀은 미국 전역에서도 상당히 강한 편이지요. 그래서 벌써 오래 전입니다만, 마침 하짓날 한국에서 올림픽 팀이 와서 친선경기를 하게 된 것이지요.
알래스카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하짓날은 아무리 어두워져도 구장에 라이트를 켜지 않고 경기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약간 축제 같은 느낌인데요. 그런데 그날따라 날씨가 나빠져서 먹구름이 페어뱅크스를 뒤덮어서 굉장히 어두워져버렸습니다. 경기가 시작된 것은 저녁 7시 경이었는데 백야의 시기이므로 평소 일기라면 그대로 야구를 할 수 있습니다만, 그날은 관전하고 있어도 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한국팀으로부터 조명을 켜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페어뱅크스팀은 오늘은 하지니까 하고 버티며 그대로 조명을 켜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참 지나서 점점 피처가 던지는 볼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 결국 한국팀은 화나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래도 페어뱅크스의 관객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때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한 것은 역시 하짓날이 알래스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날로 그것은 일 년 중 가장 일조시간이 긴 날이기 때문이죠.
저는 매년 봄이 되면 북극권 카리부의 계절이동 촬영을 갑니다.
알래스카는 거의 도로가 없는 세계이고 북극권으로 들어가려면 작은 비행기를 전세 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행사는 부시파일럿이라고 불리고 있어서 산속으로 사람을 운반하거나 물자를 에스키모 마을에서 마을로 옮기거나 합니다. 알래스카에서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직업으로 아이들 중에도 장래 부시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가 많이 있습니다. 다만 특히 북극권을 날 때는 비행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장소 그 장소 상황으로 착륙지를 찾아야 하므로 상당히 숙련된 파일럿이 아니면 위험합니다. 그곳은 파일럿을 신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비행사에게 부탁하는 것이죠.
그리고 1개월 정도 캠프를 하면서 카리부 무리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인데 5월 중순 무렵이라도 북극권은 아직 겨울과 같은 추위로 살아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때부터 점점 눈이 녹는 것과 동시에 철새가 와서 봄이 시작됩니다.
이 시기에 카리부가 캐나다 북극권에서 건너옵니다만, 저는 카리부의 계절이동을 14년간 쭉 가장 큰 테마로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카리부는 알래스카 북극권을 몇 천 킬로나 여행해 갑니다만 어째서 그렇게 긴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서, 출산하는데 북극해 연안이 적합하다고 하는 설과 일단 눈이 녹기 시작하면 먹이가 되는 식물의 생장이 대단히 빠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이 시기는 늑대와 곰이 갓 태어난 카리부 새끼를 먹으려고 노리고 있기 때문에 새끼는 태어나서부터 되도록 빨리 일어서서 어미에게 붙어 가지 않으면 안 되지요. 대개 첫 3주간을 살아남으면 늑대나 곰에게 당하지 않고 끝납니다.
4월 무렵이 되면 에스키모의 고래잡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옛날 그대로의 우미악이라는 보트를 저어 고래를 쫓습니다. 우미악은 턱수염 바다표범이라는 거대한 바다표범 몇 마리 분의 가죽으로 만든 보트입니다. 4월이 끝날 무렵이 되면 조류와 바람의 관계에서, 겨울 동안 베링해로부터 북극해에 걸쳐 빽빽이 매워진 얼음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에 작은 바다가 생겨나지요. 그것을 리드라고 부릅니다. 고래는 그 무렵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건너오는데요, 고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해면에 나타나 호흡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리드를 따라서 북상해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에스키모도 또한 리드의 곁에 캠프를 치고 고래를 기다립니다.
즉 얼음이 없으면 그들은 고래잡이를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얼음이 없는 광활한 바다라면 자기들끼리 보트를 저어 고래를 쫓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리드가 너무 작아도 역시 고기를 잡을 수가 없지요. 왜냐하면 고래를 발견해서 작살을 쏘아도 바로 죽지 않았던 경우에 고래가 얼음 아래로 도망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3년 정도 포인트호프라는 마을에서 고래잡이를 참가했었는데, 맨 첫 해에 역시 리드가 너무 작아서 작살을 쏘지 못했고 우리 눈앞을 고래가 호흡하며 지나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해에는 바람과 조류의 움직임이 좋지 않아서 리드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것은 포인트호프라는 마을에 있어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가고 몇 주간이 지나도 좋은 리드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먼 바다에서는 고래가 자꾸 지나가고 있는데 우미악에서는 아무리해도 거기까지는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점점 초조해져서 3주간 캠프를 계속했을 무렵에는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고래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몹시 답답한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마을 사람의 반은 포기해서 마을로 돌아가 버렸고 남은 반은 버티면서 계속 리드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차차 좋은 바람이 불어와서 리드가 열렸던 것입니다.
리드가 열리는 순간이라는 것은 정말 신비한 광경입니다. 저는 캠프에서 자주 모두의 식사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 일이 일단락되고 잠시 시간이 있을 때 얼음 위를 산책하러 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다른 마을 사람으로부터 “멀리 나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받았지요. 왜냐하면, 얼음이 어떤 조짐도 없이 열려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감이 안 나서 “이렇게 단단한 얼음인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고래잡이 캠프에서는 각 캠프에서 누군가 한 명씩 불침번을 해야 합니다. 얼음이 언제 갈라질지 모르는 것인데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작은 어린아이의 임무지요.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계속 밤중 내내 바다표범 기름 등으로 불을 지펴 망을 보고 어른들은 그사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자고 있으면 요들이 들려오지요. 에스키모의 요들은 스위스 요들과는 달리 바다코끼리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 것인데 그것이 들려왔습니다. 에스키모의 요들은 위험이 있다는 표시입니다. 그 위험의 대부분은 얼음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어서 저도 황급히 벌떡 일어났습니다. 밖을 살펴보니 우리들의 텐트로부터 2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얼음의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무런 소리도 없이 얼음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가 버립니다. 처음에는 강과 같은 도랑이 생기는데 순식간에 쭉 멀리 보이는 곳까지 빙원이 점점 더 벌어져 버립니다. 그때 처음으로 그들이 이것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실감했습니다. 그 풍경은 정말로 무서웠지만 매우 감동도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원래대로 되돌리면 막탁이라는 고래의 껍질 부분이 에스키모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음식인데 “막탁을 어서 먹고 싶네. 하지만 올해는 못 먹을지도 몰라”라는 식으로 점점 모두가 체념해가는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전령이 돌아와서 우리의 캠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래를 잡았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전원이 바다로 나갑니다. 왜냐하면, 고래는 누가 잡아도 모두에 나뉘어지지만 큰 고래를 한 척의 보트로 끌고 오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모두가 힘을 합쳐 끌어와야 합니다. 그래서 빨리 도착하는 순으로 고래의 분배하는 부위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모두 쏜살같이 우미악을 바다로 향해서 저어 가는데, 그러니까 캠프에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3주간이나 기다렸고 이제 고래를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체념하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매우 흥분하고 있고 흥분보다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던 거지요. 그래서 저도 서둘러서 캠프에 카메라를 가지러 갔는데, 카메라를 가지고 돌아오니 같은 캠프에서 함께 생활했던 할머니가 거기에 계셨어요. 그 할머니는 고래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정말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는데, 고래를 잡게 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해안의 얼음 위에서 혼자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고래를 잡게 되었을 때 고래에게 감사드리기 위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혼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를 내서 춤을 추고 있었고 그것을 봤을 때는 역시 감동했습니다. 고래잡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 그때 매우 전해져 와서, 지금도 고래잡이를 생각하면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해서 잡은 고래를 이번에는 해체하는 것입니다만, 그 해체를 할 때 좋다고 생각한 것은, 어떻게 고래를 해체하는 것인가에 대해, 젊은이들은 정확히 연장자들의 지시를 받들지 않으면 안 되지요. 연장자는 힘이 없기 때문에 고래 주변에서 지시를 내리고, 젊은이들은 고래 위에서 그 지시를 따라 해체를 해 나갑니다. 그렇게 연장자가 힘을 가지고 있는 사회라고 하는 것은, 아주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스키모인의 삶은, 지금 많이 바뀌고 있는 중이어서, 근대화의 물결이 급속하게 밀려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 역시 서양문명에는 좀처럼 스며들지 못합니다. 그런 와중에, 알코올 중독의 문제나 젊은이들의 자살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만, 고래잡이로 젊은 에스키모가 아주 자신에 차서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고래잡이는 그들에게 있어 최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까 최후의 보루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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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oonse | 2024.06.23 | 0 | 134 |
우리가 느끼는 동지(12월22일)는 겨울의 시작이고 하지(6월21일)는 여름의 시작인데, 알래스카인들에게 동지는 봄의 시작이고 하지는 겨울의 시작이군요. 알래스카인들이 얼마나 태양 빛을 사랑하는지 느껴집니다.
고래잡이를 따라갈 수 없었던 할머니가 얼음 위에서 혼자 감사의 춤을 췄다는 부분이 매우 감동이네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고래잡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