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4장 진정한 야생(4/4)
아래는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6월 무렵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시기에 따라 점점 꽃이 바뀌어 갑니다. 알래스카주의 꽃은 물망초입니다만, 분홍바늘꽃은 알래스카의 꽃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피는 꽃으로 분홍바늘꽃이 피기 시작하면 이미 가을이 가까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의 페어뱅크스는 미국사시나무나 자작나무가 단풍이 들어 매우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북쪽의 가을은 어디라도 매우 아름답습니다만, 알래스카의 가을도 역시 훌륭해서 8월의 끝부터 단풍이 시작되고 툰드라는 새빨갛게 되는 가장 좋은 계절로 8월 중순 무렵이 되면 오로라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알래스카의 연어가 올라오는 시기가 되면 곰이 강에 모여 연어를 먹습니다. 그 시기, 곰은 엄청난 양의 연어를 먹는 것이죠. 곰은 연어가 가득 올라올 때에는 바로바로 잡을 수 있어서 맛있는 부분 즉 머리와 알밖에 먹지 않고 몸통은 버려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주변에서는 새가 콩고물을 노립니다.
연어는 동물뿐 아니라 생활하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자연의 혜택입니다. 자주 미국인 친구에게 너희들은 물고기 먹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고 농담을 합니다만, 미국인은 연어를 잡으면 머리와 알을 버리고 몸통을 먹습니다. 즉, 가장 맛있는 곳을 버려버리는 것이죠. 그들에게 곰이 훨씬 물고기를 먹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만.
매우 재미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때, 곰이 연어를 붙잡고, 잠깐 손에 들고 있다 놓아줘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뭘 하고 있는 건가하고 보고 있으면 또 연어를 잡고 손에서 놓아줍니다.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만 나중에 지인 연구자에게 물은 바, 그것은 암컷만 먹으려고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또 어느 때는 새끼를 데리고 있는 두 마리 곰이 나타나고, 한 마리의 어미곰은 세 마리의 새끼곰을 데리고 있고 또 다른 한 마리의 어미곰은 새끼곰 한 마리만을 데리고 있었던 것인데 어미곰 두 마리 모두 강에 들어가 연어를 잡기 시작하고 새끼곰은 강가에 두고 가게 되어 쭉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떨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에 새끼곰끼리 서로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하여 점점 가까이 다가가게 되어서 완전이 하나가 되어 버렸지요. 그러자 어미곰이 황급히 돌아와서, 저는 한 마리가 어쩌면 물려죽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만 다른 한 마리 곰도 서둘러 돌아와서 노려볼 필요도 없이 헤어졌습니다. 때때로 이렇게 긴장했던 순간에 떨어져 도망칠 때 새끼곰이 자기 어미가 아닌 쪽으로 들러붙어 도망쳐버리는 일이 있을 법합니다. 그래도 그런 경우에도 곰은 신기한 동물로 기르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 네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있는 곰을 볼 때가 있는데, 많은 경우 한 마리는 자기 새끼가 아닌 것이죠.
가을이 되면 카리부는, 여름까지 자란 대각(袋角)이라고 하는 벨벳 모양의 것이 점점 떨어져나가 골질(骨質)의 뿔이 나옵니다. 카리부는 사슴류이기 때문에, 뿔이 겨울이 되기 전에 떨어지고 그리고 봄부터 다시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뿔이 봄에서 가을에 걸쳐 한 번에 자라는 것이지요.
카리부는 가을의 계절이동에 즈음하여 북극권의 코백강을 어떻게 해서든지 건너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누이트 사람들은 그곳에서 카리부 사냥을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제 친구의 아이가 처음으로 카리부 사냥을 나갔을 때 우연히 마침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렸을 때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근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이면 이런 작은 아이가 카리부와 같은 큰 동물을 죽이거나 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알래스카의 자연 속에서는 역시 사냥 생활이 아직도 사람 속에서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나의 친구로 식물학자이었는데, 아마도 아주 좋은 형태로 아이에게 첫 사냥을 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카리부를 처음으로 스스로 죽이고 해체합니다. 자신의 칼로 잘라서 고기를 얻습니다. 매우 큰 동물이기 때문에 피가 많이 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한 일은 아주 큰 경험으로, 동물을 죽임으로써 생명을 자신 속에서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운이 좋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무스는 카리부보다 몇 배나 큰 동물입니다. 무스는 알래스카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로, 큰 놈은 한 마리에 800kg 정도 됩니다. 제가 있는 페어뱅크스라면, 가족이서 “오늘 저녁은 고기로 하자”라고 말할 때는, 대개 무스 고기인 경우가 많지요. 무스의 고기는 정말 맛있어서, 비프와 무스가 나오면 아마 알래스카 사람은 모두 무스 고기를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고기는 팔거나 사면 안 되고, 그 계절이 되면 자기가 허락을 받아서 잡으러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무스는 봄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알래스카에서 뭔가 무섭다고 하면 무스만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제게 있어서는 곰보다 무서운 동물입니다. 무스는 사슴의 일종이지만, 사슴의 이미지를 훨씬 넘는 거대한 동물로, 특히 새끼를 동반한 무스는 매우 위험합니다. 앞발로 차는 힘이 매우 강해서, 이 시기 또한 곰이 무스의 새끼를 덮치려고 합니다만, 대부분의 곰은 무스에게 역습을 당하게 됩니다. 어느 날 본 장면은 새끼를 덮치려던 곰이 어미 무스에게 역습을 당해 앞발로 죽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들겨 맞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알래스카에는 블루베리와 크랜베리 등 정말 많은 나무 열매가 열립니다.
알래스카에는 그곳에서 나는 과일이 없으므로 알래스카 사람들은 블루베리나 크랜베리를 아주 소중히 여겨 이 시기가 되면 일 년분의 블루베리를 모으기 위해 가족이 총출동해 산으로 들어갑니다.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모든 알래스카 사람이 일 년분의 블루베리를 모으고 곰도 먹고 새도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99% 이상의 블루베리는 아무도 먹지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그만큼 알래스카가 나무 열매로 덮여버립니다.
이 시기에는 모두 자주 “곰과 머리를 부딪치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알래스카에는 그런 그림책도 있고, 곰도 주변을 안 보고 열심히 먹고 있고 인간도 주변을 보지 않고 열심히 나무 열매를 따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정말 농담이 아닐 정도로 나무 열매를 따고 있을 때는 주위를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곰과 딱 마주치면 죽은 척하라고 자주 말하지만, 그것은 역시 일리가 있어서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침착한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곰도 역시 딱 마주쳤을 때는 인간이 무섭습니다. 무섭다라고 하는 것은 긴장하는 것이어서 그 긴장감은 상대방에게 전달됩니다. 야생동물이 그러한 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친근한 일로 말하면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집에 방문해 갔는데 그 집에 개가 있었던 경우 개는 순식간에 그것을 알아차리지요. 그런 감각을 야생동물은 더욱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곰은 인간과 딱 마주쳤을 때 무서우니까 도망갈까, 무서우니까 습격할까를 꼭 판단할 거로 생각합니다만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침착하게 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알래스카에 이누이트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알고 계시다고 생각하지만 인디언들이 살고 있다라는 인식은 별로 없잖아요.
그렇지만 사실은 이누이트인들과 같은 정도 수의 인디언들이 알래스카 내륙에 살고 있습니다. 원래는 인디언들 쪽이 일찍 알래스카로 건너왔지요. 아파치 등 아메리카 본토의 인디언들은 원래 북방 아시아로부터 알래스카로 건너왔던 사람들이라고 말해집니다. 그런 가운데 알래스카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아사바스칸 인디언들입니다.
아사바스칸 인디언 마을에는 포틀래치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마을에서 누군가가 죽으면 그 정확히 일 년 후에 여러 가지 먹을 것을 가지고 모여서 춤추고 먹으며 삼 일간 지내지요. 그들의 마을에서는 무스 사냥이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포틀래치의 가장 중요한 음식물은 무스의 머리 수프인데, 머리를 국물이 우러나오도록 머리를 끓여 고은 수프로 대단히 신성화되었던 음식인 것입니다.
저는 옛날, 이누이트 할머니와 함께 에스키모 포테이토라는 식물의 뿌리를 캐러 간 적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이누이트들은 에스키모 포테이토라 하는 나무의 뿌리를 모으러 갑니다. 어떻게 모으냐 하면, 툰드라를 발로 밟으면서 쥐구멍을 찾지요. 쥐구멍을 찾아서 괭이 같은 것으로 툰드라를 파내면 쥐가 겨울에 먹기 위한 식량으로 에스키모 감자를 가득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가집니다. 그때 할머니가 뭘 했는가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건어물로 구멍 안에 넣고 다시 한번 구멍을 흙으로 덮었지요. 결국 자신들이 쥐의 먹거리를 가지기 때문에 자신도 돌려줍니다. 그런 의식이 이 세대의 사람들이게는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사라지고 있지만, 그런 순간을 만나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알래스카 북극권은 실은 굉장히 큰 매장량의 유전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으로 미국의 환경문제의 논쟁 중에서도 가장 큰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즉, 유전개발을 할지, 아니면 수만 년 전과 변함없는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남길 것인가 하는 논쟁입니다.
지금의 알래스카 주지사는 개발파입니다만, 개발파는 역시 이런 곳에는 아무도 갈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유전개발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하는 논리로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역시 그것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그다지 그 장소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수만 년 전과 똑같은 세계가 있고, 카리부의 큰 무리가 밀려들고 출산하여 돌아갑니다. 늑대가 옛날과 같이 배회하고 있습니다. 그런 세계가 남아있습니다. 그 사실은 자신들에게 있어서 굉장한 풍요로운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주지사가 말하는 것처럼, 거기에는 아무도 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알래스카의 자연을 봐가는 가운데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예를 들어 북극권의 자연은 진정한 야생입니다. 그것이 제가 매료되는 이유입니다만, 그러니까 너무 야생이기 때문에 반대로 약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기에 누구나가 갈 수 있는 관광지라면, 그 자연은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제적인 것에 연결되어 오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아프리카라는 자연을 생각했을 경우, 아프리카 전체의 일은 아니지만, 세렝게티라는 모두가 첫 번째로 동물을 보러 가는 장소가 있습니다. TV 등에서 보고 있으면 사자 한 마리의 주위를 다양한 관광객 차량이 둘러싸고 있어서, 저는 슬픈 풍경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면 알래스카의 자연에 비해 어느 쪽이 살아남을까 생각하면 매우 불안한 바가 있습니다. 관광지가 된 아프리카의 세렝게티는 분명히 살아남지 않을까. 왜냐하면 역시 거기에는 돈이 뿌려집니다. 관광이라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래스카의 자연은 관광의 장소가 될 수 없습니다. 즉 자연이 너무나 혹독합니다. 너무나도 멉니다. 좀처럼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알래스카의 좋은 점으로 제가 매료된 부분입니다만, 반대로 무슨 일이 있을 때 간단히 뒤집어져 버리는 자연인 것이지요.
그리고 거기에는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아까 주지사의 얘기는 아니지만, 누구도 갈 수 없는 자연을 보호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식으로, 야생일수록 거꾸로 취약함을 갖게 됩니다. 뭔가가 있을 경우에 간단하게 개발의 방향으로 굴러가버립니다. 알래스카의 자연은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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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링게티는 돈이 되는 관광지라 살아남을 수 있고, ‘진정한 야생’ 알래스카는 인간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단번에 개발논리(석유채취)로 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슬프네요. 알래스카에 사는 카리부, 곰을 이기는 800kg의 무스, 곰 아기들의 장난, 초등학생(?)의 카리부 해체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네요. 쥐와 인간도 서로 교환 경제가 가능하군요. 쥐가 모아놓은 감자를 뺏어오는 이누이트인들, 대신 건어물을 쥐한테 주고 오다니!!! 능소화가 피고 배롱나무 꽃이 피어 있으면 여름이구나 하는데,,, 더 세밀한 자연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카리부의 큰 뿔이 한철의 것이라니. . 와. . . 사슴인 듯 사슴 아닌 무스도!
직접 동물을 죽임으로써, 그 피에 자신이 적셔짐을 느끼면서, 생명의 깊은 연결을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감동적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도 주인공 마히토가 아랫세계에서 큰 물고기를 죽이고 그 피를 뒤집어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압도하는 혹독함이 주는 아이러니, 오히려 멸종에 처하고 마는 부분도 생생하게 충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