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5장 오로라 아래에서(2/4)
일본어 강독팀에서 함께 읽은 호시노 미치오의 『魔法のことば―自然と旅を語る』를 연재합니다.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이제 계절을 따라가면서 알래스카의 자연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래스카에는 봄이 언제 오는지 내기를 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초봄이 되면 강이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어 그것이 몇 월 몇 일 몇 시 몇 분 몇 초일지 모두가 거는 것입니다. 강가에 있는 작은 망루가 로프로 시계와 연결되어 있고 강이 흐르기 시작하면 그 망루가 얼음과 함께 떠내려갑니다. 그때에 로프가 잡아당겨지고 시계의 바늘이 멈추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죠.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상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는 매우 기분 좋은 게임입니다. 저는 한 번 유콘 강이 열리는 순간을 본 적이 있어서 말할 것도 없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슬슬 강이 열릴지 모른다고 들어서 어쩌면 그 순간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계속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퍼엉하는 굉장히 큰 소리가 나고 얼어붙어 있던 강이 단숨에 흘러나왔습니다. 그때는 계절이 변하는 순간을 목도하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으면 일본과 달리 어떤 시기에 자연이 뿅하고 변하여 다음 계절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다이내믹한 자연인 것이죠. 매년 유콘 강이 열렸다고 하는 뉴스는 신문의 제1면에 실리는데요, 그만큼 알래스카 사람들은 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봄, 4월경이 되면 에스키모인들의 고래잡이가 시작됩니다.
겨울 동안 베링해나 북극해는 완전히 얼어 있지만 이 시기에 조류와 기압의 관계 때문에 조금씩 얼음에 균열이 생기지요. 그리고 참고래나 귀신고래가 남쪽으로부터 베링해나 북극해로 향하여 이동해옵니다. 그런데 고래는 포유류라서 숨을 쉬지 않으면 안 되지요. 그래서 그 균열을 따라서 북상해 오는 것입니다. 그 균열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작은 바다라는 것인데 고래는 호흡을 하면서 균열을 계속 따라가며 북극해로 이동합니다. 그 작은 바다를 리드라고 합니다. 에스키모인들은 그 리드 안에서 고래잡이를 하는데 그것은 정말로 자연이 가져다준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 리드가 없었다면 그들은 고래잡이를 할 수 없지요. 지금까지도 그들은 바다표범의 가죽으로 만든 보트를 손으로 저어 고래를 쫓기 때문에 큰 바다에서 고래잡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고래잡이에 참가했던 것은 1983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포인트호프라는 북극권의 아직 전통적인 고래잡이가 남아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이 해는 리드가 좀처럼 열리지 않아서 리드가 열리는 것을 몇 주일 동안이나 얼음 위에서 계속 기다렸습니다. 얼음 위의 캠프라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워서, 얼음 위이라지만 사실은 바다 위에서 캠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계속 얼음 위에 있다 보면 바다 위에 있다는 감각이 없어져 버립니다. 저는 그 고래잡이 캠프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시간이 나면 산책을 나갑니다. 튼튼한 유빙군이어서 움직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에스키모 동료로부터는 절대로 혼자서 산책을 멀리 가지 말라고 신물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언제 얼음이 열리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그것을 실감으로써 알게 되었던 것은 자고 있을 때 해프닝이 일어났던 어느 날 밤이었지요. 고래잡이 캠프라는 것은 리드를 따라 100m 간격으로 이어지는데 만일 얼음이 열리기 시작하면 매우 위험해지기 때문에 밤에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가 반드시 일어나서 얼음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느 날 밤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요들이 들려왔어요. 유명한 스위스의 요들과는 달리 바다코끼리의 소리를 흉내 낸 요들인데 그것이 우리 캠프에 들려와서 깨어있는 에스키모 젊은이가 잇따라 다음 캠프로 전합니다. 그것은 위험을 알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도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황급히 벌떡 일어나 텐트를 나와 보니 겨우 20m 앞 얼음에 계속 균열이 생기고 점점 박리되어 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얼음에 한 개의 균열이 생기고 한 편에 바다가 보이는 것이지요. 그것을 보았던 때에 정말로 그들이 말하고 있던 것을 실감했습니다. 전혀 소리도 내지 않고 얼음 표면 전체가 움직여 가는 모습은 매우 무서운 풍경인 동시에 감동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캠프를 하면서 고래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올해는 리드가 별로 잘 열리지 않고, 어쩌면 고래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 퍼졌습니다. 4월 초에 캠프가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5월에 들면 모두가 거의 포기하고 있었지요. 고래가 전혀 잡히지 않는 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고래가 잡혔다는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어딘가의 다른 캠프 크루가 바다에서 고래를 잡았다고. 그러면 모두가 일제히 포획의 현장으로 향합니다. 왜냐하면 누가 잡아도 그 고기는 마을 사람 전체에게 나누어 주지만, 일찍 도착한 사람부터 좋은 고기를 분배받기 때문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때는 모두가 정말 빨리 고래 고기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래가 잡혔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는 누구라도 눈물이 나올 것처럼 흥분했습니다.
모두가 고래를 끌면서 캠프로 돌아오고, 그 고래는 항상 잡히는 고래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그해 처음 잡힌 고래였기 때문에, 모두 매우 흥분해 있었습니다. 한 마리의 고래를 다 같이 얼음 위로 끌어올립니다만, 그것이 또 이런 큰 고래가 끌어 올려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끌어 올려지고, 어느새 얼음 위로 올려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조금 전까지 북극해를 헤엄치고 있던 고래가 자신들의 눈앞에 있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기분이지만, 고래를 끌어 올리면 우선 모두가 고래의 앞에 모여 기도가 시작되는 거지요. 그것은 고래가 자신들의 앞에 와 준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였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또 하나, 해체 전에 막탁이라는 검은 표피의 부분을 조금 잘라 다 함께 먹습니다. 매우 진미로 여겨지고, 먹어보면 정말 맛있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 고래 해체가 시작되는 거지요. 그 고래를 해체해 가는 작업이 매우 재미있고, 노인은 역시 힘이 없으므로 고래를 좀처럼 절단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이 고래를 쏘아 잡은 젊은 크루가 해체하는 일을 맡게 되는데, 젊은이는 역시 이 고래를 어떻게 해체할지의 방법에 대해 노인의 지혜가 없으면 좀처럼 알 수 없는 거지요. 여러 젊은이가 이 고래 위에 올라타, 예로부터의 절단 방식으로 해체해 가는데, 젊은이들이 불안해하면 꼭 노인들이 “거기는 이렇게 자르는 거야”라고 조언해요. 그런 식으로 젊은이들은 옛날부터의 절단 방식을 조금씩 배워가는데, 이 풍경을 보고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었지요. 지금 알래스카의 에스키모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서, 점점 자신들의 문화가 상실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고래잡이는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할까, “우리들은 에스키모구나”라는 자부심을 상당히 느끼는 순간이거든요. 젊은이가 활기차게 느껴지고 노인들이 상당히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보고 있으면 매우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요. 노인은 체력이 떨어져도 지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고래잡이는 느끼게 해 줬던 것으로, 저에게도 매우 인상적인 체험이었습니다.
에스키모인들은 일본인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우리가 에스키모 마을에 들어가도 꼭 그쪽 사람으로 오인됩니다. 제 얼굴 모양이나 머리 모양도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생각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에스키모도 일본인도 몽골로이드로서 같은 계통을 잇고 있는 까닭에, 상당히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다만 조금 슬픈 것은 그들의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옛날 미국 본국이 에스키모나 인디언 사람들을 동화시키려는 정책을 시행한 일도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신들의 말을 하면 체벌이 가해졌던 시대가 50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점점 구어(口語)가 없어져서, 지금 아이들은 모두 영어를 사용하므로, 노인과 대화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말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주 엄청난 일로, 우리가 일본에서 일본어가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언어를 잃어버리는 일은 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서, 아이에게 말하는 것을 금지하면 결국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문화가 굉장한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독자적인 언어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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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oonse | 2024.06.23 | 0 | 140 |
예기치 못한 순간 얼어붙어 있던 강물이 펑 터져 흘러나오는 장면에서 저절로 생명 탄생의 순간이 떠오르네요. 그러나 무심하게 갈라지는 듯한 얼음을 따라 고래가 숨을 쉬는 길에, 또한 고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그 죽음으로 인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네요. 얼음이 깨지며 삶과 죽음의 길이 한꺼번에 열리는 것을 보고사는 사람들의 생사 관념은 정말 우리랑 다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