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7장 아무도 없는 숲에서(2/3)
일본어 강독팀(매주 월 오후 4시-6시)에서 읽은 호시노 미치오의 『魔法のことば―自然と旅を語る』 를 연재합니다.
아래는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알래스카는 아직 얼마 안 된 주여서 예를 들면 40대 이상으로 알래스카 주 태생의 사람은 별로 없지요. 물론 그 전부터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사람들은 살고 있었습니다만 미국본토에서 알래스카에 왔던 사람들은 모두 알래스카에 뭔가를 바라고 왔던 사람들인 것입니다. 미국본토에서 뭔가를 얻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뭔가 좀 더 다른 것을 바라고 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들이 알래스카에 온 이유는 최상점과 최하점이다라고 어떤 노인이 단언해 왔던 적이 있습니다. 본토와는 다른 자연과 삶을 바라고 오는 사람을 최상점이라고 하면 최하점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미국본토에서 뭔가 범죄를 짓고 알래스카로 흘러온 사람입니다. 예컨대 얼마 전, 지금은 이미 돌아가셨을지도 모르지만 옛날 알 카포네에게 쫓기고 있었다고 하는 할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간에 모두 뭔가를 바라고 알래스카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주변에 몇 명인가 뉴욕에서 온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뉴욕이 싫어져서 알래스카로 온 것은 아니지요. 물론 그런 사람도 적잖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렇지만 적어도 저의 친구들은 뉴욕도 좋아하지만 알래스카도 좋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사람도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점이 아주 좋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다시 말하면 뉴욕사람은 도시라는 세계에서 범죄라든지 여러 가지를 전부 포함해서 여러 가지 속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게 역시 뉴욕의 재미일 것이라고. 그렇다면 알래스카는 어떤가 하면 역시 장난 아닌 자연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공통성이 뉴욕과 알래스카는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마디로 알래스카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인 겁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것이지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소개할 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미국에도 명함 교환이라는 스타일이 상당히 들어와 있어서 그런 문화가 일본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에 있지요. 그런데 알래스카의 경우라고 하면 예를 들면 제가 알래스카에서 일본인 지인을 만났을 때 그 친구로부터 “저 사람은 무슨 직업이야?”라고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즉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하는데 매우 시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가을이 되면 그걸 하고 있고, 겨울이 되면 그걸 하고 있고, 여름이라면 이런 일을 하고 있고…”라는 식으로 설명을 해야 하지요. 도시 생활이라면 명함을 내밀면 이런 회사에 다니고 있고 이런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으로 끝나버립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도쿄라해도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 가지 가치관을 가진 인간이 있어서 잘 보면 더 다양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래스카의 경우는 그 가늠이 대단히 단순하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저에게는 매우 살기 편한 땅으로, 다양한 인간이 살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마음이 놓입니다.
알래스카를 설명할 때 지도로 보았던 경우와 지구의로 보았던 경우에 큰 차이가 있지요. 지구의에서 보면 알래스카는 정말로 미국본토로부터 떨어져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 알래스카에서 뉴욕으로 갔던 때 저는 알래스카는 미국의 주이기 때문에 모두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더니 그들은 알래스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이지요. 일본인이 알래스카에 관해서 모르는 것과 같은 정도로 같은 나라인 알래스카에 관해서 알지 못합니다. 특히 동해안은 보수적인 땅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보면 알래스카라는 것은 새로운 주로 그다지 미국 주로서 인식되지 않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땅끝이라고 하는 이미지인 것이지요.
반대로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본토를 ‘로어 포티 에이트’, 즉 ‘아래에 있는 48주’로 부릅니다. 저는 그런 표현이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스턴이나 뉴욕에서 여러 알래스카의 이야기를 하는 중에 ‘로어 포티 에이트’라고 말하면 모두가 웃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왜 웃는지 잘 몰랐습니다만, 어쩐지 ‘로어 포티 에이트’라고 하는 것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 특유의 자랑스러움을 가진 표현이고, 그런데 미국본토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알래스카 따위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인식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아주 이상했나 봅니다. 그것은 아주 충격이랄까, 알래스카와 미국본토에서 그 정도 의식의 차이가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뉴욕에 갔을 때, 알래스카 친구의 할머니 댁에서 머물렀습니다만, 맨해튼의 아파트에는 도어보이가 꼭 있고 누구라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도어보이가 제대로 조회를 하고 비로소 아파트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의 도어보이는 우리가 돌아오면 저희를 꼭 붙잡고 알래스카의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어요. 왜인지 아주 흥분해서요. 왜 그러나 생각했더니, 아마도 그 정도로 그들에게 알래스카는 먼 곳으로 저는 거기서부터 온 일본인, 또는 어쩌면 에스키모라고 생각되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알래스카라고 하는 곳은 미국 내에서 그 정도로 먼 이미지이구나하고 실감했습니다. 다만 그것은 나쁘게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쪽이냐 하면 동경의 땅이라고 하는 느낌이지요.
그러면 다음으로 알래스카의 사계절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겠습니다.
알래스카에 가고 싶다는 분에게서 간다면 어느 계절이 가장 좋은지 곧잘 듣는데, 역시 각각의 계절이 좋으므로 그런 것도 감안하고 알래스카 사람의 생활 등도 포함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매년 4월부터 5월 사이에 ‘유콘 해빙’이라는 뉴스가 신문에 나오면 알래스카에 봄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유콘강의 얼음이 녹는 순간이라는 것은 알래스카 사람들에게 봄이 오는 징조이지요. 저는 유콘강이 해빙될 때 마침 그곳에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슬슬 유콘강이 해빙된다고 해서 하루 종일 유콘강가에서 보낸 적이 있는데, 해빙의 순간이라는 것은 정말 갑작스러워서 펑 소리가 났다고 생각했더니 지금까지 완전히 조용했던 강이 일제히 쿵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얼음이 종회무진 갈라졌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풍경으로 반년 동안 계속 얼어붙어 있었던 강이 끝내 견딜 수 없게 되어, 한순간에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은 역시나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 무렵이 되면 일조 시간이 매일 7, 8분씩 길어지게 됩니다. 매일 7, 8분이라는 것은 일주일에 약 1시간이나 길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것입니다. 이 시기부터 이윽고 백야가 되는 하지의 6월경까지 점점 일조시간이 길어집니다.
5월 중순이 되면 매년 카리부의 계절 이동을 촬영하기 위해 북극권으로 갑니다. 주위는 점점 눈이 녹기 시작하여 지면이 드러나는 시기로, 카리부는 출산을 위해 남쪽에서 북상해 오는 것이지요. 아마 지구상에서 이렇게 위대한 여행을 하는 것은 아프리카에 있는 누라는 동물과 이 카리부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그 카리부의 대이동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에스키모나 인디언이 어쩌다가 마주칠 정도입니다. 수십만의 카리부가 자신의 눈앞을 지나쳐 갈 때, 그러한 거의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자연의 심오함을 눈으로 직접 보면, 역시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예컨대 자연계의 다양한 일들이 사라져 가고, 전설이 되어 가고 있지요. 예컨대 미국 평원에서 버팔로가 멸종해 버리면 지식으로는 남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가 전설이 되어 가는 가운데, 왜 더 빨리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요. 예컨대 제가 백 년 전에 태어났다면, 인디언이나 에스키모의 더 옛날 생활을 볼 수 있었을 터라는.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보면 눈앞의 카리부는 지금도 있잖아요. 아무도 없는 벌판을 아무도 모르는 세계를 커다란 카리부 무리가 여행하고 있고,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때에 이렇게 카리부가 살고 있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앞으로 백 년 후의 전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세계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역시 기쁘고 제대로 기록해 나가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카리부 촬영을 할 때는 베이스캠프를 치고 대략 3주에서 1개월 정도 거기서 지내는데요, 전혀 사람이 없는 세계로 누군가와 만날 일은 일단 없습니다. 북극권은 부시파일럿이라고 불리는 비행기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스키를 단 세스나에서 내리는 겁니다. 정말 광대한 세계로서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곳입니다. 베이스캠프를 펴고 그냥 오로지 카리부의 큰 무리가 지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카리부가 거기에 올지 말지는 거의 내기 같은 것으로 오는 해는 오고, 오지 않는 해는 오지 않습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하는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옛날 인디언 속담으로 “바람과 카리부의 행방은 누구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한 번 비행기에서 내리면 몇 주간쯤 거기에 혼자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카리부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을 촬영할 때는 반드시 그렇습니다. 이쪽에서 움직이면 동물은 도망쳐버리기 때문이죠. 예컨대 산 속에서 곰을 만나도 보통은 그렇게 무섭지 않고 오히려 곰이 저를 알아차리면 쏜살같이 도망칩니다. 거꾸로 알래스카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국립공원의 곰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익숙해진 곰이 가장 무서운 법이죠. 알래스카를 여행하고 있으면 곰은 대체로 어디에서라도 나올 수 있는데 곰과 마주쳤을 때의 대응으로서 좋지 않은 것은, 하나는 지나치게 무서워하는 경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거꾸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것은 둘 다 섣부른 것이죠. 역시 마음 어딘가에서 신경을 써야 하고 너무 무서워해도 안 됩니다. 알래스카에서 캠프를 하며 언제 어디서든 곰에 대한 마음이 있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호사스러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 속에서 캠프하고 있을 때 곰의 존재를 어딘가에서 느끼고 긴장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좀처럼 일어날 수 있는 경험이 아니고, 알래스카에 전혀 곰이 없었다면 밤에 잘 때도 걱정 없이 캠프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시시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연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곰이 반년 동안 눈 속에서 동면했던 굴에서 나오는 순간도 유콘의 해빙과 마찬가지로 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여름 캠프와 겨울 캠프의 결정적인 차이는 곰의 존재인 것이지요. 겨울 캠프 쪽이 물론 춥지만, 겨울은 곰이 자고 있어서 기분상 어딘가 안심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영하 40도 속에서 텐트를 치고 있어도 마음이 어딘지 느긋해 있습니다. 거꾸로 여름 동안은 어느 정도 쾌적해도 어딘가에 곰이 있다는 의식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4월이 되면 이미 곰이 잠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미에서 벌써 봄이구나라는 메시지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느 때 북극권의 에스키모 마을 근처에서 에스키모 친구의 아이가 곰의 굴을 알고 있어서 이제 슬슬 나왔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기에 친구와 둘이서 보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기대하고 갔는데 첫째 날, 둘째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래서 셋째 날은 아주 좋은 날이었는데 두 사람이 같이 깜빡 눈 위에서 잠들어 버렸습니다. 한 시간 정도 자고 문득 눈을 떠보니 설원으로부터 검은 그림자가 2개 나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황급히 친구를 깨워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점점 일조시간이 짧아져서 겨울이 다가옵니다. 이 무렵 곰은 강에서 연어를 잡습니다. 산란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올라온 연어는 몸이 너덜너덜한데 곰은 동면에 들어가기 10분 전까지 연어를 잡아서 굴로 뛰어드는 것이지요. 이 시기는 정말로 연어가 알래스카에 많아서 알래스카라는 것은 풍성한 자연이고 그 하나가 연어입니다. 다섯 가지 종류의 연어가 이 시기에 강을 올라옵니다. 킹 새먼, 레드 새먼, 실버 새먼, 핑크 새먼, 도그 새먼. 연어는 정말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미국인은 연어 알은 먹지 않아서 저는 양동이에 연어 알을 집으로 가지고 돌아오거나 할 정도입니다.
알래스카는 왠지 모르게 색이 없는 세계라고 여러분은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각각의 계절에 아주 다채로운 색이 있고 특히 가을의 단풍은 멋집니다.
8월 후반에서 9월에 걸쳐 알래스카 안의 툰드라는 단풍에 휩싸입니다. 툰드라에는 여러 가지 식물이 자라기 때문에 각자 조금씩 다른 시기에 갖가지 색으로 단풍이 들고 그러면 모자이크 같은 풍경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가 되면 블루베리나 크랜베리와 같은 나무 열매가 열리므로 앉아서 손을 뻗칠 수 있는 범위에서 배가 잔뜩 부를 정도의 블루베리를 딸 수가 있습니다. 대단히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알래스카에는 그 지방에서 나는 과일이 없으므로 이런 나무 열매가 소중히 여겨지지요. 이즈음이 되면 동네 슈퍼마켓에 한 다스들이 빈 잼 병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일 년 치의 잼을 만드는 것이 알래스카에 사는 사람들의 즐거움인 것입니다. 캠프 같은 것을 하고 있으면 가장 큰 즐거움은 아침 블루베리 팬케이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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