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말/호시노 미치오] 7장 아무도 없는 숲에서(3/3)
일본어 강독팀(매주 월 오후 4시-6시)에서 읽은 호시노 미치오의 『魔法のことば―自然と旅を語る』 를 연재합니다.
아래는 이한정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김완수 선생님, 이종호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 임영희 선생님, 권수현 선생님, 조혜영이 함께 번역했습니다.
여기서 조금, 남동 알래스카에 대해서도 언급해 두고 싶습니다. 저는 알래스카에 살기 시작해서 처음 10년 정도, 북극권만 촬영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몇 년은 남동 알래스카에 매우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남동 알래스카는 강우량이 매우 많으며 연간 강수량은 아마존을 넘어설 정도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매우 깊은 숲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알래스카의 관광에 대해 조금 이야기했지만, 조금 익숙해져 시간에 여유가 있는 알래스카 여행을 계획 할 수 있다면 관광업자(관광회사)도 모르는 아주 좋은 여행 방법이 있습니다.
알래스카에는 산림국이 있어서, 알래스카의 숲속에 캐빈을 많이 가지고 있지요. 그것을 예약하면, 혼자 예약을 하면, 다른 누구도 만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그 캐빈은 도로가 없는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가려면 수상 비행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 비행기를 전세를 내고, 캐빈에 묵는 것입니다. 상당히 저렴한 돈으로 가족이 숙박할 수 있습니다. 그 캐빈은 매우 단순한 숙박지로 침낭은 지참해야 하지만, 난로가 있고, 나무 침대가 있고, 매우 조용한 장소입니다.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고, 때문에 일주일간 있고 싶다고 하면 그 장소는 일주일간 자기들만의 것이지요. 거기서 밥을 해 먹으면서 보내기는 하지만요. 알래스카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만, 외국 사람은 그 캐빈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예약을 해서 지내게 된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일본에서 온 친구의 가족에게 소개하고 그들은 일주일 정도 보냈습니다만, 거기는 곰이 바글바글 있는 곳으로, 아침 캐빈 앞에서 이를 닦고 있으면 어미와 새끼가 지나가곤 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놀랬습니다. 바로 옆에 강이 흐르고 있고, 강의 가장자리에서 가장자리까지 연어로 가득 차 있고 가장자리에 있는 연어가 튕겨 나와 강가로 올라와 버리는 곳입니다. 예부터 인디언의 말로 「연어가 숲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었고, 그것을 정말로 실감합니다. 즉 상류에서 산란이 끝난 연어가 죽고 또 강으로 흘러가고 돌아오는 것이지요.
남동알래스카에 하이다족이라는 인디언이 있는데, 그들은 예전에 토템폴(totem pole)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은 그들의 생활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만, 저는 진짜 토템폴을 보고 싶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사람들이 신화의 시대를 살고 있었던 무렵의 토템폴은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인 것이지요. 왜냐하면 토템폴 자체는 나무이기 때문에 점점 완전히 썩어갑니다. 그래서 어느 시대에 박물관이 보존을 위해 대부분의 토템폴을 수거하여 숲에서 완전히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과거 하이다족이 살고 있었던 퀸샬럿(Queen Charlotte) 섬은, 백년 이상도 전에 유럽인이 천연두를 들여와서 마을 전체가 거의 전멸해 버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의 마을이 폐허인 채로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년에 처음으로 그것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진짜 토템폴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정말 동물과 인간이 구별이 없었던 시대의 토템폴이 남아 있고, 그러한 토템폴들도 어떤 시대에 박물관이 회수하려고 했는데, 하이다족이 그것을 거부했던 것이지요. 자연 속에서 완전히 썩어가는 대로 두고 싶다라고. 물론 그대로 두면 점점 풍화되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원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그 장소에 가 보면 커다란 토템폴이 지면에 쓰러져 있습니다. 너무나 신기한 세계였습니다. 그 중에는 사람을 매장하기 위해 만들었던 토템폴도 있었지요. 토템폴 밑에 죽은 인간의 몸의 일부를 둡니다.
이 장소는 굉장히 신비롭고, 불과 백년 정도 전에 이런 세계를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래스카에 가면 마을에도 관광자용 토템폴이 있는데, 그런데 그 숲에 있던 토템폴에서는 전혀 다른 힘을 느꼈습니다. 남동알래스카에 있었던 인디언들은 각각의 가족이 어떤 동물을 조상으로 숭상하고 있는지가 분명한 것이지요. “당신은 어떤 동물의 가계입니까”라고 물으면, “우리 가계는 곰입니다” “우리 가계는 큰까마귀입니다”라고 분명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지금은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요. 그 숲에 남아 있는 토템폴도 안에서 화초가 자라고 있고, 점점 썩어가고 있어서 이제 수십 년 후면 사라져 버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알래스카에서 찍고 있는 큰 주제 가운데 하나는 카리부의 계절 이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남동알래스카의 자연입니다. 고래와 빙하 그리고 숲의 세계이지요.
그런 식으로 저와 자연과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애초에 왜 어떤 형태로 자연에 흥미를 가졌는지 생각하면, 어린 시절의 일부터 생각해서 두 가지 일이 떠오르는군요.
하나는 초등학생 무렵에 보았던 영화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 무렵에는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의 대부분이 칼싸움 영화인 시대였는데요, 어느 때 우연히 <치코와 상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타히티를 무대로 한 원주민 소년과 백인 여자 아이, 그리고 상어와의 관계를 그렸던 영화였는데, 그때까지 칼싸움 영화만 보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자연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이런 세계가 있는 걸까하는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계란 이렇게 넓구나하고 아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어른이 되고서 홋카이도에 대한 동경이 매우 강하게 된 시기가 있어서, 제가 고교생 무렵은 아직 홋카이도는 비교적 먼 세계였는데 홋카이도의 문헌을 읽고는 언젠가 홋카이도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곰의 존재에 매우 끌렸지요. 매일 제가 도쿄 근교에서 살며 학교에 가거나 전차에 타거나 하는 것과 같은 순간에 홋카이도에는 불곰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신기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자연 자체를 흥미롭다고 생각한 최초의 체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분명히 여러 존재에 동일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하는 것이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제 지인이 알래스카에 와서 함께 고래를 보는 여행을 갔습니다. 어느 날 한 마리의 혹등고래와 마주쳤는데, 보트 앞에서 고래가 크게 뛰어오르고 커다란 브리칭을 했던 것이죠. 그리고 또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그대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수영해 갔는데, 그런 장면을 우리는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죠. 그 친구가 귀국 후 일본에서 편지를 보냈는데, 알래스카에 가서 정말 좋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일본에서 바쁘게 보내고 있을 때 문득 그 고래에 대해 떠올린다”라고 쓰고 있었어요. 그것은 매우 잘 이해한다고 할까, 여러 존재에게 동일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하는 것은 잘 생각하면 신기한 일로, 그런 기분을 언제나 갖고 있으면 그것은 매우 풍요로운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에는 두 개의 소중한 자연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나는 친근한 자연입니다. 다시 말해 생활 속에서 자기 집 가까이의 숲이나 강이나 화초를 매일 볼 수 있는, 그런 친근한 자연이 소중하지요. 또 하나는 먼 자연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거기에는 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있다는 이유로 안심됩니다. 예컨대 카리부의 계절이동은 좀처럼 사람이 갈 수 없는 장소에서밖에 볼 수 없는데, 그러나 거기에 그런 것이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풍요로운 일인 것이죠. 혹은 늑대에 대해 생각하면 알래스카에는 아직 늑대가 많이 남아있지만, 예컨대 늑대가 사라졌대도 우리의 일상생활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늑대가 없어지면 우리는 늑대에 대해 상상하는 일이 불가능해져 버립니다. 거기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같은 정도로 커다란 힘을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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