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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은 일상과 다른 상상력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구석기에서 살아가려면 먼 곳에서도 물을 구할 천리안, 웬만한 도구는 만들 수 있는 손, 간단한 도구를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머리가 있어야 하고, 무리 가운데 살기 위해서 빠르게 자기 역할을 찾는 맥락 파악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남에게 군림받거나 군림해서도 안됩니다. 한마디로 자연학적 지식, 기술, 사회적 지능이 뛰어나야 살 수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남의 돈 벌기가 싶냐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무기력하게 사는 것 말고도 다른 옵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상해봅니다. 어쩌면 나도 몰랐던 다른 가능성, 이를테면 효율, 이익과 무관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엇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그저 친구들과 아무런 이해나 계산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힘이, ‘이미’ 내 안에 있는, 그런 멋진 상상을 말이죠.

[빙하 이후(0)]연재를 시작하며-다른 상상의 기쁨

작성자
강평
작성일
2024-07-20 11:26
조회
217

[빙하 이후(0)> 연재를 시작하며]다른 상상의 기쁨

 

강평

 

인류학팀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연재는 인류학 공부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다른 이들과 그 생각을 나누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인류학팀이 이번 시즌 주로 읽었던 빙하 이후는 요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하게, 대륙별로 다른 구석기인의 모습을 그린 책입니다. 저자 스티브 마이든은 구석기인이라는 통칭에도 불구하고 기후, 시간, 지역별로 구석기인들의 삶의 방식이 다르고, 구석기에서 신석기로의 이행도 필연이 아니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는 구석기인이 수렵, 채집 활동만으로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는데요. 문자, 국가의 탄생이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저만 해도 문자, 국가를 빼고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어 도대체 문자도, 국가도 없이 어떻게 수렵, 채집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쉽사리 떠올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내며 괜한 원망을 늘어놓다가, 문득 구석기 시대 수렵, 채집하던 이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은 먹을 수 있는 풀을 알아보고, 손을 찧어가며 주먹 도끼를 만들고, 자신보다 큰 동물들과 결투에 가까운 사냥을 하며 살았습니다. 구석기인들은 자신들이 먹고 사는 제재를 신체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만나는 자들이었습니다. 풍요는 신체와 머리 사이의 틈이 없는 데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발바닥에 땀 나도록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만 저의 손과 발은 식탁 위 먹거리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의 동료들도 노는 사람 없이 모두 바쁘고 힘들게 살지만, 자신의 신체 활동과 먹고 사는 활동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인류학이 구석기인들을 롤 모델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류학은 일상과 다른 상상력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구석기에서 살아가려면 먼 곳에서도 물을 구할 천리안, 웬만한 도구는 만들 수 있는 손, 간단한 도구를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머리가 있어야 하고, 무리 가운데 살기 위해서 빠르게 자기 역할을 찾는 맥락 파악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남에게 군림받거나 군림해서도 안됩니다. 한마디로 자연학적 지식, 기술, 사회적 지능이 뛰어나야 살 수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남의 돈 벌기가 싶냐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무기력하게 사는 것 말고도 다른 옵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상해봅니다. 어쩌면 나도 몰랐던 다른 가능성, 이를테면 효율, 이익과 무관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엇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그저 친구들과 아무런 이해나 계산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힘이, ‘이미내 안에 있는, 그런 멋진 상상을 말이죠.

 

이번 <빙하 이후> 연재는 이번 시즌에 나눴던 이야기를 9월까지 매주 토요일(10) 올립니다. 이번 시즌은 주교재 빙하 이후를 중심으로, 부교재로 레비스트로스의 말,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건축가 없는 건축,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몸 테크닉,뱀 의식 :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어 구역의 이미지들,농경의 배신,길가메쉬 서사시,곰에서 왕으로를 읽었습니다.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이 여행에서 이리저리 궁리하며 쓴 인류학팀의 글을 약간의 편집만 거쳐 올릴 예정입니다. 중간에 강평이 몸 테크닉, 농경의 배신에 대한 리뷰(2)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체 2

  • 2024-07-22 12:23

    숨차게 달려왔던 빙하 이후 세미나를 인류학을 탐구할레오 연재를 통해 갈무리할 수 있겠군요.^^
    관심 팍팍! 기대 팍팍! 입니닷.


  • 2024-07-22 12:31

    갈무리 및 리마인드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