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강남의 생각>에서는 만물이 하나임을 통찰하는 오강남 선생님의 ‘아하’ 체험을 매월 게재합니다. 비교종교학자이신 선생님께서는 종교란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의존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의 연속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하’ 체험이 가능하도록 깊은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요. 오강남 선생님은 캐나자 리자이나대학교 명예교수로 북미와 한국을 오가며 집필과 강의, 강연을 하고 계십니다. 선생님의 저서로는 『예수는 없다』,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오강남의 그리스도교 이야기』, 『세계 종교 둘러보기』, 『종교란 무엇인가』,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 등이 있습니다.
속담으로 보는 세상 <사촌이 땅을 사면>
속담으로 보는 세상 <사촌이 땅을 사면>
우열 의식의 지양
리자이나대학교 명예교수 오강남 선생님
‘사촌이 논을 사기만 하면 아파지는 배’라니 이상스런 배다. 그러나 인간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이상스런 배’를 소유하고 있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남이 소원성취, 만사여의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연하장에서나 쓰는 문귀이고, 실제로는 남이 잘 되는 것을 보고 그렇게 기뻐할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기에 남이 불운을 당할 때 같이 울어주기는 쉬워도 남이 좋은 일을 당했을 때 진정으로 같이 기뻐해준다는 것은 여간해서 하기 힘든 일이라 하지 않는가.
사촌의 아버지, 그러니까, 숙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달려가 같이 울고 장례식 절차에서도 힘껏 도와주던 사람도, 그 사촌이 논을 샀다고 하면 “그까짓 손바닥만한 땅. 더구나 불모에 가까운 것. 나라면 그저 주어도 안 갖겠다.”고 콧방귀를 뀐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픈 배를 쓰다듬는다.
이런 ‘이상스런 배’를 소유한 사람을 보통 말로 표현하면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강한 사람이다. 질투심이나 시기심이란 남과 나를 비교해서 내가 뭔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열등의식에서 나오는 마음이다. 남들, 특히 사촌들처럼 나와 가깝고 비슷한 신분의 사람들과 비교해서 그들이 나보다 나아서는 뭔가 꿀리는 것 같아 배기지 못하는 마음이다. 각자에게 생래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로지 남과의 비교에서 나의 나됨을 찾으려는 일종의 ‘비교급 인생’을 사는 셈이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대개 어느 정도의 시기심이나 질투심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를 발전시키게 하는 동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배 아픔의 강도와 빈도가 보통 이상이면, 그야말로 ‘병적’이다. 남이 잘되는 것, 남이 하는 선한 일을 보면 무조건 ‘그까짓’이나 ‘그래 봤자’로 대한다.
물론 우리는 우리 속에 있는 이런 이상스런 배를 고쳐야 한다. 정확히 말해서 우리의 ‘심보’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래서 사촌이나 이웃이나 친구나 동료들 중에서 참으로 훌륭하게 되는 것을 보거든 진정한 마음으로 경하하고, 아낌없이 갈채를 보내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씨를 길러야 하리라.
여기까지는 흔히 들어온 정설. 이 속담을 들을 때마다 함께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사촌들이 배 아파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논 샀다는 것을 가지고 자꾸 나팔을 불어대는 사촌이 있다면, 그에게도 똑 같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다른 사촌들이 아직 소작농의 신세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사는데, 요행히 자기가 남들보다 먼저 논을 사게 되었다고, ‘용용 죽겠지’ 식으로 떠들고 다니는 것 역시 병적 심성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도 역시 사촌들과의 경쟁관계에서 자기를 파악하고, 자기가 그래도 사촌들보다는 잘났다는 것을 과시하는 데서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철저한 비교급 인생론자라는 점에서 배 아파하는 다른 사촌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남이 논을 샀다고 배 아파 하는 것도 고약한 일이지만, 자기에게 논이 있다, 으리으리한 집, 고급 자동차, 밍크코트, 다이아몬드가 있다, 자식들이 엄청 잘 됐다 하는 식으로 남의 배를 아프게 하려는 것도 삼갈 일이다. 둘 다 ‘남부럽지 않게’ 혹은 ‘남보란 듯’ 사는 것을 인생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 천박한 인생관에서 연유된 현상이다.
『도덕경』 제3장에 보면 “훌륭하다는 사람 떠받들지 마십시오… 귀중하다는 것 귀히 여기지 마십시오… 탐날 만한 것 보이지 마십시오.”라고 했는데, 이유가 있다. 배 아파하고 배 아프게 하는 ‘복통 인생’의 삶을 청산하고 좀 더 홀가분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없을까.
땅 샀다고 떠들기만 하고 밥도 안사는 사람이 문제네요. 자랑에는 돈이 들고, 또 돈이 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자랑 자체도 문제인 것 같고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플 수 있지만, 강도와 빈도가 문제일 수 있겠네요.
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말도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말이네요.
비교급 인생을 청산하고 홀가분하게 살아가려면 집에 금은보화가 가득하다고, 자식들이 삐까뻔쩍하게 잘 나간다고 남들이 부러워할 얘기들을 나팔 불어대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지 말아라. 더 나아가 그 금은보화와 잘 나가는 것을 떠받들지 말아라. ^^
이번에도 유쾌하고 명쾌한 속담 해석으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각자에게 생래적 가치가 있다.
마음 저릿하게 감동적입니다. 나의 본래됨을 찾는 일이야말로 땅 산 사촌과 함께 사는 일.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