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유덕한 사람은 자유롭다
[죽음을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현명한 이기주의
이성에 이끌려 사는 자유인은 단순히 사회에서 어울려 지내야 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보다 그들의 인격을 변화시켜 그 사람들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싶어 한다. 유덕한 인간은 다른 사람들도 유덕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196)스피노자는 인간이 자신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 대한 그러한 호의는 능동적 정서가 아닌 수동적 정서인 정념에 기반한 것으로, 윤리적 행위에 대한 근거로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197) 유덕한 인간은 보통 수동적 정서에 의한 사랑에 근거하여 행동하지 않으며, 단순히 자신을 향한 타인의 수동적 정서에 근거한 사랑에 의지하지도 않는다. [중략] 사랑하는 마음에서 남을 돕는 사람은 기쁨, 즉 자신의 코나투스의 증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반면 연민 때문에 타인을 돕는 사람은 코나투스의 저하, 즉 슬픔에 의해 마음이 움직인다. 거듭 말하지만, 그런 이타적 행위는 칭송받을 만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나 자유롭고 이성적으로 유덕한 인간이 행동하는 방식은 아니다.(198) 이렇게 보면 유덕한 인간은 차갑고 매정한 존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스피노자를 오독한 것이다. 자유인에게도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왜 하느냐이다. 자유인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그가 능동적 사랑, 능동적 기쁨 등 능동적인 정서에 의해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199) 현명한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안녕뿐 아니라 타인의 안녕도 추구하는데,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 보답에 대한 기대, 상대방이 자신에게 못되게 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다른 인간에 대한 동정심, 위협이나 연민 때문이 아니다. 현명한 이기주의자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며, 이성이 그것을 명령하므로 그리고 그것이 옳고 선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행동한다.(200) 이성적이고 유덕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이성적이고 유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한다. 그는 타인들을 대할 때 그들이 이성의 삶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이성적이고 유덕해지는 일은 그들에게도 유익하므로, 결국 이것은 이성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증대하고 그들을 진정으로 이롭게 하는 행동을 하고자 노력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이타적인 동기가 아니라 이기적인 동기일지라도 말이다.(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