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유덕한 사람은 자유롭다
[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자살에 관하여
스피노자는 <에티카>와 다른 저작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이성의 조언에 따라 자유롭게 살며 본성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은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자살은 언제나 악하고 비이성적인 일이므로 언제나 이성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오직 참된 선을 추구하는 자유인은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명쾌하게 말할 수 만은 없다. 실제로 인간이 이상적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 있음을 스피노자고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해야 한다고, 어쩌면 인정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232)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난이 자살하는 이유는 단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닌 존재의 지속을 위한 노력이 자신이 적합한 원인이 아니고 외부 사물이나 사건이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존재 지속을 위한 자신의 능력보다 더 강한 외부 원인의 힘에 압도된 경우고, 다른 하나는 자살이 더 큰 악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 때다. (234)
그러나 앞서 논의한 것처럼 자유인도 수동적 정서를 느낀다. 심지어 슬픔도 경험한다. 자유인 역시 다른 인간들처럼 자연의 일부여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수동적 정서의 영향을 받는다. (239)
스피노자의 논리에 근거하여 이성이 자신의 존재 지속을 끝내라고 조언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에티카>를 통틀어 가장 감명 깊고 인상적인 정리 중 하나인 “자유인은 죽음에 대해 가장 적게 생각하며,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고찰에 있다”라는 명제와도 아주 잘 들어 맞는다. 자유인은 자신의 이성적 덕을 보존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고려할 때, 그의 정신을 차지하는 것은 실제로 목전에 닥친 죽음이나 세속에서의 존재가 끝난다는 생각이 아니다. 그 대신 자신의 형상적 본질을 이루는 뛰어난 코나투스와 자신의 덕을 이루는 이성적 인식에 주목한다. 이성적 만족감을 향유하며 자유인이 사유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이다. (247~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