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유덕한 사람은 자유롭다
[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자유인과 죽음
◎ 자유인은 죽음을 최소한으로 생각한다
자유인은 죽음을 최소한으로 생각한다. 죽음은 지금 여기 너머의 일이며, 나 다음의 일이기 때문이다. 신 즉 자연의 지평에서는 오직 영원밖에 없고, 자유인은 더 많은 실재들을 이해하기 위해 힘쓰므로 그의 정신을 채우는 관념은 점점 더 신 관념에 가까워진다. 즉 그는 ‘영원’의 차원에서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지금 너머, 저 바깥의 죽음이란 사유 대상이 아니다.
자유인이 통찰하는 바는 영원이다. 물론 연장 속성의 변용인 그의 신체는 더 크게 압도하는 다른 양태들과의 관계에서 운동과 정지의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고 큰 비율적 파괴를 맞는다. 하지만 정신은 다르다. 《에티카》의 5부 정리 23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정신은 신체와 함께 완전히 파괴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의 영원한 일부(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정신의 구성 물질)가 존속한다.’ 스티븐 내들러에 따르면, “인간 정신의 본질은 바로 인간 신체의 본질에 대한 관념이며, 이 핵심 관념은 그것의 대상인 신체의 영원한 본질과 마찬가지로 영원하다. 이것은 사유의 속성 아래 신 또는 자연에 존재하는 영원한 관념으로, 연장의 속성 아래 신체의 영원한 형상적 본질에 상응한다. 이것은 영원한 관점 아래 인간 신체에 대한 인식에 지나지 않는다.”[『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262]
여기서 내들러가 강조하는 바는, 인간 정신은 인간 신체의 형상적 본질이 실제 지속하는 존재로 실체화될 때 비로소 실제적인 존재로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앞의 책, 262]. 그의 신체가 지속을 중단하면, 그 정신은 비로소 실재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존재를 지속하는 동안 인간 정신은 신체의 본질에 대한 핵심적(영원한) 관념”을 가지며, 그 밖에도 “신체가 다른 신체들과 교류할 때 신체의 변용들을 나타내는 다양한 감각 관념과 표상 관념”을 획득한다. 그의 신체가 소멸할 때 사라지는 것은 후자이며 전자는 영원히 남는다.
그가 신체를 지속하고 있을 때, 첫 번째 관념을 확보하려고 더 애쓴다면 그는 현행적으로 신의 관념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이 된다. 이때 그의 사유 시제는 영원이므로 그는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