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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 실험실

하늘과 바람, 땅에게 배우다

[나무 이야기] 돌도 식량으로 바꾸는 소나무와 송이버섯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11-30 21:40
조회
28

돌도 식량으로 바꾸는 소나무와 송이버섯

 

세계 끝의 버섯을 읽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소나무에 대해 알게 됐다.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한 나무 중 하나인 소나무야말로 인간의 환경 교란으로 번성한다는 점이 흥미로워 책 안에서 소나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소나무속 생물pinus은 송이버섯의 가장 흔한 숙주다. 소나무는 놀라운 다양성을 보이는데 참나무까지 이야기한다면, 참나무속Quercus(참나무oak)뿐 아니라 돌참나무속Lithocarpus과 메밀잣밤나무속Castanopsis 나무를 포함할 만큼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인간과 소나무는(그들의 균근 동맹과 함께) 핀란드에서 거의 동일하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다. 9,000년 전에 빙하가 물러가자마자 인간과 소나무가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자작나무가 빙하가 사라진 후 처음 도착한 나무였지만, 소나무가 바로 뒤따라 도착했다. 소나무는 곰팡이와 함께 빙하가 남기고 간 바위와 모래 무더기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소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활동적인 나무 중 하나다. 불도저로 숲을 관통해 길을 냈다면 소나무가 베인 부분에서는 새싹이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경작지를 버리고 떠났다면 소나무가 첫 번째로 그 땅을 차지할 것이다. 화산이 분출하거나 빙하가 움직일 때 또는 바람과 바다가 모래 퇴적을 일으킬 때, 소나무는 처음으로 그곳에 뿌리를 내릴 곳을 찾는 식물 중 하나일 것이다. 개방되고 교란된 풍경에서 소나무를 통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소나무는 빛을 필요로 한다. 소나무는 양분이 풍부한 흙, 적당한 수분, 따뜻한 기온이 제공되는, 일반적으로 식물이 자라기에 최상의 장소라고 여겨지는 곳에서는 경쟁에서 지고 만다.소나무는 극한의 환경에서 자란다. 소나무는 또한 불과 함께 성장한다. 소나무는 많고 다양한 불에 적응했다. 어떤 소나무는 뿌리가 튼튼하게 자라는 동안 한 무더기의 풀처럼 보이는 상태로 수년간을 보내는 목초 단계를 거치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불어오는 불길 위로 싹이 올라올 수 있을 때까지 미친 듯이 위로 치솟아 오른다. 어떤 소나무는 두꺼운 껍질과 높다란 수관을 발달시켜 주변의 모든 것이 다 타버려도 상처 이상의 해는 입지 않는다. 다른 소나무가 성냥개비처럼 타버려도 자신의 씨앗은 불태워진 흙에서 처음으로 싹을 반드시 틔우게 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어떤 소나무는 불에 타야만 열리는 솔방울에 수년간 씨앗을 저장한다.

소나무는 균근균(균근 곰팡이)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 소나무와 곰팡이는 함께 진화해왔다. 곰팡이는 유기질 토양이 없는 곳에서 돌과 모래에서 영양분을 모아 소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한다. 균근균은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해로운 금속이나 뿌리를 갉아먹는 다른 곰팡이로부터 소나무를 보호한다. 소나무는 그 보답으로 균근균을 지원한다. 소나무 뿌리의 해부학적 구조는 곰팡이와의 조합을 통해 형성되어왔다. 소나무는 짧은 뿌리를 밖으로 내놓는데, 이것이 균근균과의 유대가 형성되는 장소가 된다. 소나무는 교란된 풍경 사이를 이동하면서 역사를 만드는데, 이는 오직 균근균과의 동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가장 극단적인 일부 환경에서는 소나무가 아무 곰팡이가 아닌 송이버섯 곰팡이만을 파트너로 원한다. 송이버섯은 바위와 모래를 분해하는 강한 산을 분비하고 소나무와 곰팡이의 상호 성장을 돕는 영양분을 발산한다. 송이버섯과 소나무가 동맹을 맺으면서 함께 돌을 식량으로 바꾸는 까닭에, 그들은 유기질 토양이 희박한 장소에서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한다.

소나무는 곰팡이와 마찬가지로 동물과도 동맹을 맺어왔다. 어떤 소나무는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새에게 완전히 의존한다. 어떤 새가 식량으로 소나무를 씨앗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간보다 소나무 씨앗을 더 멀리 퍼뜨린 포유류는 없다.

 

일본 송이버섯은 나라와 교토 근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산림을 남벌해 사원을 짓고 대장간의 땔감으로 써버린 탓이었다. 인간의 교란을 통해 일본에서 송이버섯이 출현한 셈이다. 송이버섯은 인간이 교란한 숲에서 쥐, 너구리, 바퀴벌레처럼 인간이 만든 환경 문제의 일부를 기꺼이 참아준다. 송이버섯은 나무에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척박한 땅에서도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돕는다. 송이버섯의 가장 흔한 숙주 나무인 적송(赤松)은 인간의 남벌이 남긴 무기질 토양과 햇빛으로 싹을 틔운다.

미국 오리건주 의 로지폴소나무는 산불 금지 규칙 없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송이버섯 곰팡이가 맺는 버섯의 존재, 즉 로지폴소나무 뿌리에 얽힌 균사체는 산불 금지로 인해 발생한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 로지폴소나무는 폰데로사소나무 벌목과 산불내기 금지 방침 덕택에 널리 퍼져나갔다.

오리건주 송이버섯은 많은 숙주 나무와 관계를 맺는다. 송이버섯에서 소나무 향이 나는 것처럼 오리건주 채집인들은 버섯 크기와 모양뿐 아니라 냄새를 가지고도 각각의 송이버섯이 자란 숙주 나무를 구별할 수 있다. 벌목꾼들이 하얀색 전나무를 오줌 전나무라고 부르는데, 그 아래서 자라는 버섯들은 상처 입은 전나무만큼이나 악취를 풍겼다.

 

 

전체 1

  • 2024-12-01 14:55

    음 소나무의 생명력! 멋지네요. 예전에 우리나라 소나무와 일본 소나무가 다르게 생겼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어디서 뿌리를 내리느냐에 따라 잎을 매다는 방식이 다르다니 나무들이 몹시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