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아프리카 Africa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답사기] 공명하는 발라폰(서아프리카)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답사를 다녀왔다. 1층 공간에서 지하로 내려가니 세계 각국의 민속 악기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유리관 안에 있는 악기들도 있지만 직접 만지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도 있다. 악기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은 좋으면서 한편 보존해야 할 가치로 생각할 때 이렇게 놔두면 안 될 것 같은 마음도 들었다. 악기를 보면서 어떤 소리를 낼까? 이 악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언제 사용될까? 등등 질문을 품고 관람을 시작했다. 뜻밖에 박물관 관장님께서 인문세 답사를 응원하며 악기 소개를 해주신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악기를 배우고 세계 민족사를 공부한 것 같았다.
악기를 분류할 때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를 기준으로 네 가지로 분류한다. 실로폰처럼 자기 몸을 울려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Idiophones, 몸울림 악기), 북처럼 막을 울려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Membranophones, 막울림 악기), 피리처럼 공기를 떨리게 만들어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Aerophones), 기타나 하프처럼 줄을 울려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Chordophone, 줄울림 악기)라고 한다.
나는 실로폰의 사촌격인 아프리카의 체명악기 ‘발라폰’이 인상적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건반이 엮여있었는데, 각 건반은 오른쪽 끝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진다. 이 발라폰을 관장님께서 막대기처럼 생긴, 끝이 뭉툭한 채로 잠깐 두드리실 때 그 소리가 나무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그것은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맑고 청아하게 들렸다.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날까 했는데, 소리의 비밀은 건반 아래에는 줄줄이 달려 있는 공명통(조롱박)이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었다. 건반의 사이즈에 비례해서 공명통의 사이즈도 작아진다.
사람들은 언제 이 악기를 연주했을까? 발라폰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연주된 악기인데 악기에 대한 접근의 이유는 다양하다고 한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신성한 악기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정 계급만 연주할 수 있다. 축제, 장례식,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연주되는데 창고에 있던 발라폰을 꺼낼 때 정화 의식을 거친 후에 꺼내서 연주한다. 특별한 날을 위해 발라폰이 제작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발라폰으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가볍게 치고 온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 세상으로 울릴 소리와 함께 신성한 마음을 가져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발라폰(Balafon) W56×L99×H5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