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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화 답사

아시아 Asia

 

[오리엔테이션] 문명과 야만

작성자
덕후
작성일
2024-07-18 18:00
조회
114

문명과 야만

 

곰에서 왕으로에서는 자연과 문화, 인간과 동물의 대칭성과 더불어 문명과 야만을 이야기한다. 신화의 세계에서 인간과 동물의 대칭성은 인간과 동물이 서로 옷을 입고 벗음으로써 간단히 변환되는 존재라는 의미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칭과 비대칭의 일반적인 개념이 너무 강하게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인간과 동물을 대칭성의 관계에 놓는다는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았다. 인간과 동물에 위계가 있다고 의식한 적은 없지만 무의식 중에 인간이 우위라는, 그것도 아주 많이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보다.

그동안은 신화를 읽을 때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치부했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도 나에게는 마찬가지로 동화에나 쓸 법한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피상적이었던 이야기를 국가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사회에서 철학과 법칙으로 작용했던 야생의 사고로 설명해준다. 국가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고에서 벗어나 부족이나 공동체 사회에서의 신화를 읽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지 보여주어서 인류학 신참자인 나에게는 재미있고 신선했다.

하지만 문명에 대립되는 야만이 금방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것은 야만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9·11 테러와 같은 일을 저지른 자들이 야만이다. 하지만 나카자와 신이치는 그뿐 아니라 테러를 유발하는 강력한 비대칭도 야만이라고 말한다. 또한 문명을 갖지 못한 것이 야만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누구의 기준에서 무엇을 문명으로 볼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 책과 최근에 방문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북미 인디언에 관한 전시를 보면서 갑자기 야생의 사고가 일상에 밀려든 기분이다. 우리 삶에서 제거되었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매일 먹다시피 하는 치킨과 복날에 팔리는 수백만 마리의 닭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까지는 아니지만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또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새삼스럽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생명이라도 함부로 해도 되는 생명은 없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벌레 잡는 약을 마구 뿌려대는 것도 자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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