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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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곰에서 왕으로-잃어버린 대칭성을 찾아서
잃어버린 대칭성을 찾아서
정말이지 우리 집의 아이들은 고기를 먹어도 너무 먹는다. 나도 육식파이긴 하지만, 채식을 하자까지는 아니어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식탁에 올려지기 위해 사육당하고 도살될 소와 돼지, 닭들을 좀 생각해보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어차피 동물인데 뭐 어떠냐는 식이다. 인간은 자연을 우리의 필요에 맞게 사용해도 되는 도구쯤으로 생각한다. 좀 덜 먹자고 얘기했지만 나도 실상은 그런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곰에서 왕으로』의 저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인간과 동물을 분리하고, 동물을 인간의 편의대로 마구잡이로 잡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지금을 ‘야만’의 사회라고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야만이란 문화의 수준이 낮은 미개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즉 ‘문화’의 반대가 야만이다. 어느 시대보다 문화가 발달됐다고 믿고 있는 지금이 야만의 시대라니 그가 정의하는 문화는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길래 야만적 인간이 되어버렸을까?
나카자와 신이치는 인간이 가진 ‘문화’란 인간을 ‘자연’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동물과 구분해주는 것으로, 둘 사이에 대칭적 관계를 유지하게 해줄 때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문화가 국가의 등장과 함께 대칭성의 균형을 상실한 ‘문명’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는 국가 등장 이전의 신화가 이러한 대칭적 사고를 담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는 이러한 신화적 사고는 분리된 뇌의 각 영역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라고 한다.
현생 인류는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유동적 지성’을 갖게 됨으로써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해서 비유적으로 이야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되었다. 신화에서 곰을 인간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인간을 곰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사고가 유동적 지성으로부터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 이 유동적 지성을 어떻게 보면 상실해가고 있다. 자연을 마구 이용하고 써먹어도 되는 인간의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야만의 시대에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신화적 사고가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나는 고기 좀 덜 먹자고 얘기한 식탁에서 아이들을 납득시킬 만한 답을 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혀 버렸다. 동물이 왜 인간의 식사로 무자비하게 살육당하면 안 되는지 나의 뇌도 그 생각의 고리가 막혀 있었다. 식탁에 올려질 소, 돼지, 닭이 사육되는 환경을 생각하라는 백 번의 말보다, 잃어버린 대칭성을 되찾기 위해 아이들에게 신화를 한 편씩 들려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아이들이 좀 인간다워지려나.